밑줄 긋는 남자

춘농로중 2015. 3. 25. 11:12

 

 

 

                                                                                                                고광석 지음/북카라반

*허균은 남녀 관계에서 유교의 굴레를 벗어던진 사람이엇다. 그는 일찍이 “남녀의 정욕은 본능이고, 예법에 따라 행하는 것은 성인이다. 나는 본능을 좇고 감히 성인을 따르지 아니하리라.”라고 말했다. 여행할 때마다 잠자리를 같이한 기생들의 이름을 기행문에 버젓이 적어놓기도 하였다. 부안에 오기 전인 1599년 황해도사(종5품)로 있을 때도 서울에서 창기들을 데려다 놀면서 물의를 일으켜 사헌부의 탄핵을 받고 파직되었다. 그러한 그가 계량과 잠자리를 같이하지 않고 정신적인 교감만 나눈 것은 비록 천한 기생이지만 똑같은 인간으로서 우대하였고, 그녀의 시를 각별히 아끼고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88쪽

*신흠은 <야언>이란 글에서 “문 닫아걸고 마음에 맞는 책 뒤적이기, 문 열어 마음에 맞는 벗 맞이하기, 문을 나서 마음에 맞는 경치 찾아가기, 이것이 인간의 세 가지 즐거움이다.”라고 말했다. 쫓겨나다시피 벼슬에서 물러난 윤선도는 해남과 보길도에서 모처럼 세 가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142쪽

*세상을 살다보면 자신의 삶이 초라하게 여겨질 때가 있다. 온갖 어려움을 당하여 삶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다. 가끔은 여태껏 살아온 모습을 벗어나서 다른 존재로 거듭나기를 바랄 때도 있다. 그런 순간에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는 시인의 말은 적잖은 위로가 된다. 못나고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라고 다독여주기 때문이다. ‘꽃은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면 왠지 지금껏 살아온 나의 삶을 소중하게 여겨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176쪽

*도종환의 산문집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에는 ‘우리가 배우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배우자에게 처음보다 나아지고 흥미로운 나를 선물하는 것’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제임스 홀리스가 했다는 그 말을 되새겨볼 때마다 ‘접시꽃 당신’을 향한 그의 애절한 마음이 느껴져 가슴이 짜릿하다. -186쪽

*깊은 산속에는 지금쯤 새싹들이 언 땅 위 여기저기서 고개를 내밀고 있겠지. 이 밤 봄비를 맞으며 겨우내 언 몸들을 녹이고 있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다가 시인은 한없이 행복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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