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춘농로중 2016. 5. 23. 09:22


4/28 목요일

 오랫동안 기다렸던 가족해외여행을 출발하기 하루 전 날이다. 오전에 갠다는 날씨가 오후까지 흐리다. 막내 딸이 제안하고 맏딸이 계획하여 어버이 날 선물로 중부 유럽에 있는 스위스로 간다. 

  여행지를 스위스로 정한 것은, 안해가 넓고 푸른 초원 위에 이름 모를 꽃들이 활짝 피어 있는 경치를 좋아하여, 적당하다고 생각하였다. 제주도에도 초원은 많이 있지만 스위스에 견줄만 하겠는가?

 


 오후 5시, 찬찬한 안해가 몇 주 전부터 꾸려놓은 여행트렁크를 차에 싣고, 안해의 퇴근 시간에 맞추어 직장 앞으로 나갔다. 둘이 만나 제주시로 향한다. 지인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택시를 호출했다. 택시를 타는 데 트렁크가 큰 것 두개라서 힘이 많이 든다.

  오후 7시 30분 발 청주행 비행기가 30분이나 지연 출발하였다. 청주공항에 도착하니, 대전행 버스는 이미 끊겼다. 안해가 이 곳 저 곳 돌아다니며 알아본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기차역이 있으니 거기로 가자고 한다. 조금 기다리니 제천에서 대전으로 가는 무궁화열차가 온다.

  유성에 있는 딸들과  반갑게 만났다. 시계를 보니 벌써 밤 11가 넘었다, 그래도 배가 고파서 국수집으로 갔다. 조금 있으니 동서인 노 서방이 왔다. 주인장에게

“여보, 사장님! 우리 형님 멀리 제주도에서 오시느라 허기지실텐데 국수 한 그릇 좀 맛있게 말아주시오.”

“예! 오늘은 멸치 국수가 맛있다고들 합니다.”

주인 말대로 국수 맛이 아주 좋다.

 

 나는 국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제주도에 오래 살다 보니 입맛이 바뀌었다. 국수는 워낙 단순하고 손쉬운 음식이라 여기기 때문에 매우 저렴하고 흔한 음식으로 알고 있으나 원래는 매우 귀한 음식이다. 주로 궁중이나 귀족층의 잔치 때 애용되었다.

  제주 고기국수가 나타나게 된 시점은 1910~1920년대에 제주에서 건면(乾麪)이 생산되면서부터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에서는 전통적으로 집안이나 마을의 대소사를 치를 때 돗괴기(돼지고기)를 대접했다. 그 돼지고기 삶은 국물에 경사를 상징하는 국수를 말아서 하객들을 대접한 것이 고기국수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고기국수가 제주에서만 존재하였던 것은 제주의 돼지가 다른 지방의 돼지와 달리 특별한 비법 없이 그냥 삶아내기만 해도 누린내가 나지 않아 그 육수까지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고 오늘날까지도 그 명성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이 고기 국수를 가끔 먹었더니 국수와 친해졌다.

  노 서방이 막내딸에게 잘 다녀오라고 봉투를 건네준다. 부모님과 함께 즐거운 여행을 즐기고 오라고 격려도 아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