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춘농로중 2016. 5. 23. 09:33

4/30 토요일. 둘째 날

 

  취리히에서 아침 창을 열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스위스에 오기 전, 국내에서 스위스의 기상예보를 살펴보았다. 우리가 여행하는 기간 중 대부분 비가 내리는 걸로 나와 있었다. 그래도 맑은 날을 허락해 달라고 계속 기도를 하였다.

  내가 사는 제주도에도 비가 자주 내린다. 4~5월에는 "고사리장마"가 있는 정도이다. 제주도는 국내 최대 다우지역으로 연평균 강수량은 국내 평균의 1.4배에 이른다. 통계에 따르면 연중 비나 눈이 내리는 날이 135일이나 되어 1년의 '3분의 1'이 흐린 날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그래서 어지간히 내리는 비는 우산을 받지 않는다. 제주도로  온 분들이 맑은 날 속에서 여행을 마치고 돌아갔다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묵은 호텔화장실이 욕조실 외엔 물이 빠지는 하수구가 없다. 욕조에서 씻다가 물이 튀기면 세면장 바닥으로 떨어져 고이게 된다.   내가 잔 침대는 허리부분이 움푹 패어서 아침에 일어나니 허리가 아프다. 집에 있는 딱딱한 편백나무 침대가 그립다. 준비해 온 핫 팩을 허리에 두르고 다니자 다행히 통증이 가신다.

 


 둘째 날의 여행을 시작했다. 취리히 중앙역으로 나가 루체른으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기차가 각 지역방향으로 네다섯 대가 플랫폼에 정렬해있는데 철도 강국으로써의 위용을 과시하는 듯 하다. 기차 또한 2층으로 되어 있는 것이 있어서 이채롭다. 기차가 출발하자마자 푸른 초원과 호수가 눈길을 끈다. 기차가 경사가 심한 산과 강을 거침없이 달렸다. 루체른까지 가는 동안 풍경이 어찌나 좋은 지 어느 곳을 시진 찍어도 한 폭의 수채화로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루체른 중앙역에 내리니 봄 햇살이 산뜻하게 내리쬔다. 도심 한가운데에 좁다랗게 흐르는 로이스 강을 가로질러 낭만적인 카펠교가 놓여 있고, 강은 도심 끝자락에서 루체른 호수로 이어진다. 루체른에서 또 하나의 매력은 알프스의 티틀리스, 리기, 필라투스 등 3개 영봉을 반나절이면 다녀올 수 있다.

  취리히에서 1박은 했지만 진짜 스위스 관광은 오늘부터 시작이다. 투숙할 호텔을 찾았다. 제법 먼 거리를 큰 트렁크를 끌고 갔다. 호텔종업원인 스위스 아가씨가 우리말을 어설프게 하는데, 지친 우리를 웃음짓게 했다. 무거운 여행 가방을 호텔에 내려놓았다.

  14세기에 지어진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다리인 카펠교 위를 걸었다. 다리 밑으로 로이스강의 물결은 서쪽으로 거세게 흘러간다. 커다란 백조가 긴 목을 어깨너머로 돌려 날개 죽지에 파묻고 가려운 부분을 조아댄다.

 


 리기산에 가기위해 피에발트슈타트호수(일명 루체른호수)에서 유람선을 탔다. 호수에서 보는 스위스의 경치는 또한 감탄이 절로 나온다.

  스위스에서 제일 예쁜 선착장 중의 하나인 비츠나우에서 내렸다. 리기 산으로 향하는 산악열차가 경사진 철로 위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급경사를 톱니바퀴를 이용하여 힘차게 올라갔다. 급경사의 산에 레일을 어떻게 깔았는지 그 수고가 대단하다. 우리나라의  측백나무와 비슷한 전나무가 높게 자라서 큰 숲을 이룬다. 제주도의 사려니 숲길에서 본 원시림정도의 크기이다. 1801m정상에 오르는데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전망대를 거친 다음 정상에 올랐다. 수려한 자연경관을 찬바람에 맞으며 감상했다.

"산들의 여왕"인 리기산에서 보니 높은 산에는 눈이 덮여 있어서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장관을 연출했다. 드넓은 호수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원함도 있다. 가족 모두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내려왔다.

기차와 유람선을 갈아타고 루체른호수의 선착장에 돌아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쿱에서 시장을 보았다. 저녁 퇴근 시간대라서 사람들로 북적인다. 대금계산원들을 보니 의자에 앉아서 업무를 하고 있고, 한 쪽에서는 셀프로 물건을 계산하고 대금을 결제한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마트 직원들 보다 편안하게 근무하고 있다. 호텔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