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춘농로중 2016. 5. 23. 09:41

5/2 월요일 넷째 날

 


  인터라켄에서 체르마트에 가는 동안 기차를 두 번 갈아탔다. 가는 곳마다 소와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초원 너머로 반짝이는 푸른 호수와 웅장한 알프스의 숨 막힐 듯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고 다녔다.. 솟아오른 산맥을 통과하고, 초원을 누비며 스위스의 평화로운 마을 속을 달렸다. 기차에서 감상하는 그림엽서 같은 스위스 풍경도 기차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하얀 만년설이 쌓인 알프스의 영봉들과, 들꽃이 만발한 푸른 초원이 우리 가족을 기쁘게 반겨준다.

 


 체르마트역에 도착하니 조그만 산간 마을이다. 역 건물의 벽에 우리나라 말로 분천역이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스위스의 남서부 발레주에 위치하고, 독일어를 사용하며, 인구는 약 5,700명, 해발고도는 1.608m이다. 스위스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몬테 로자(4,634m)와 돔(4,545m), 리스캄(4,538m), 바이스 호른(4,506m) 등 4천m급 봉우리가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봉우기가 바로 마터호른(4,478m)이다. 영화사 파라마운트의 로고 모델로도 유명한 삼각형의 봉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촬영되는 산’이다.

  스위스에 가기 전에 집에서 스위스 여행에 관한 TV프로그램을 보았다. 진행자가 (클라인 마터호른으로 추측)에 다녀와서 스포츠 숍에 들어가 등산화를 만드는 할아버지와 인터뷰를 하며 좋은 곳을 추천해 달라고 하니 고르너그라트전망대에 가보라고 했다.

 


 우리가족이 스위스에 도착하기 전날 눈이 매우 많이 내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로 눈이 내렸다면 안전을 위해서 입산금지조치를 취할 것이다.

  큰 딸이 고르너그라트행 산악열차를 타자고 했다. 출발한 지 채 몇 분이 지나기 전에, 안해가 산 위 쪽을 바라보면서

“저기 보이는 산이 마터호른 아냐?”

“어디 말이야?”

차창 밖을 보고 있던 내 눈이 하늘 쪽으로 향했다. 사진으로 보았던 마터호른이 구름에 가려 아랫부분만 보였다. 과연 전망대에 오르면 구름이 걷힐까? 마터호른을 못보고 가는 사람도 많다고 하던데~~~“

 


 엄청나게 쌓인 눈길을 뚫고 우리가 타고 있는 산악열차는 해발 3089m의 고르너그라트 전망대에 올랐다. 알프스에서 두 번째로 큰 빙하인 고르너 빙하와 29개의 4000m 이상급 알프스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해발4478m 마터호른은 아직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숨기고 있는 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린다. 호텔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계속 기다린다. 옆에 있는 안해가 아이들이 부모를 기쁘게 하고자 이곳까지 여행을 왔는데 보고가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한다. 



  드디어 애타게 기다린 보람으로 마터호른을 가렸던 구름이 서서히 걷히며 파라마운트사의 로고처럼 모습을 보여준다. 마터호른은 독일어로 ‘목초지의 뿔’을 뜻하는데,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는 그 모습 자체로도 충분히 멋있다. 그 감격과 기쁨을 간직하기 위해 셔터를 눌렀다. 여러 사진 중에서 안해와 손잡고 펄쩍 뛴 사진이 멋지게 나왔다. 우리 애들이 찍을 때는 까마귀도 함께 했다.

  3,089m의 고지대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을 때, 공기가 희박해서 안해에게 고산증 증세가 나타났다. 물을 마시고 안정을 취한 다음, 산악열차를 타고 하산했다. 내려오는 동안에도 마터호른은 군계일학의 풍채를 가감없이 뽐내고 있다.

 


 쿱에 들어가 빵과 과일을 사가지고 나왔다. 체르마트역의 양지바른 벤치에서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었다. 참새가 다가와 함께 먹자고 조른다. 비둘기나 까마귀, 갈매기 같은 새는 보았지만 참새는 처음이다. 빵부스러기를 주니 동작 빠르게 입에 물고 멀리 날아간다.

  돌아가는 기차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역전거리’ 반호프슈트라세거리를 걸었다. 샬레형 호텔과 레스토랑, 바, 스포츠 숍으로 밀집되어 있다. 마터호른이 가장 잘 보이는 곳까지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인터라켄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도 체르마트 쪽에 있는 높은 산들은 백년설을 이고 장엄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엽서에서나 보아오던 풍경을 오늘 만납니다.
푸르름 위로 백설이 보이고..마치 동화나라 같고 이상한 나라 엘리스에 온 기분입니다.
국내여행도 다 해보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많다지만 다 예전 얘기구요.
주변을 봐도 웬만하면 외국여행 거의 다녀왔더군요.

천천히 발자욱을 따라가며 동행을 해 보렵니다.
네! 겨울철이면 동남아에서 우리나라로 눈구경을 와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가끔 TV에 나옵니다.
저도 5월에 고르너그라트에 쌓인 눈속에 누워서 하늘을 쳐다보았어요. 즐거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한라산 백록담도 5월이면 잔설이 녹아 볼 수
없는데 참 좋은 구경이었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