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춘농로중 2016. 5. 23. 09:52


5/3일 화요일 다섯째 날


  오늘은 베르너오버란트 지역에서 제법 많은 거리를 돌아다녔다. 알프스의 여러 봉우리 중에서 가장 장엄하고 아름다운 융프라우가 있는 곳이다. 지금까지 묵었던 숙소 중 가장 편안했던 인터라켄 호텔에서 짐을 챙겨 나왔다. 우리나라의 리조트처럼 시설이 되어 있어 시장을 봐다가 요리하여 식탁위에서 마음껏 먹을 수 있다. 다른 곳에서는 식탁이 없어서 트렁크 위에 음식을 올려 놓고 먹었다. 인터라켄동역에 있는 수화물보관소에  짐을 맡겨  놓았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 바로 맞은편에 있는 해발1323m 하르더쿨룸에 오르기로 했다. 머리 위로는 파란 하늘, 발밑으로는 코발트빛 브리엔츠 호수와 툰 호수가 한 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다. 산악열차가 출발하기 까지 20여분의 여유가 있어서 그 옆에 있는 아이벡스목장에 갔다. 한 켠에서 키우는 미어켓 같은 동물의 행동이 재미있다. 농장 주인이 먹이를 가져다주는 데도 경계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열차를 타고 오를 때 레일을 보니 이제까지의 산악철도는 가운데에 톱니바퀴를 이용하여 올라갔다. 그런데 이번 기차는 쇠줄에 의하여 엘리베이터처럼 끌어올리는 형식으로 오르내렸다. 경사가 하도 가파라서 놀이공원의 열차를 탈 때보다 더 두려웠다.

  비가 내려서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다. 융프라우 안쪽 계곡으로 들어가는 기차길이 보인다. 우리나라의 지리산에 갔을 때, 남원에서 뱀사골로 들어가는 아늑한 맛이 난다. 날씨가 좋으면 융프라우 정상도 볼 수 있다는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는 없었지만 레스토랑에서 차를 마시며 즐기다 내려왔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해발979m 융푸라우 서쪽 기슭에 위치한 라우터부루넨을 향하여 기차를 탔다. 아기자기한 자연의  멋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관광안내소는 역전에서 폭포방향으로 200m 쯤 가면 오른쪽에 있는데, 라우터브룬넨이란 이름은 '울려 퍼지는 샘'이라는 뜻으로 마을에 크고 작은 여러 개의 폭포가 있어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 중 슈타우프바흐 (Staubbach) 폭포는 낙차가 300m 가 된다. 빙하 녹은 물이 우뚝 솟은 절벽에서 콸콸 쏟아져 내리는 폭포 소리를 들으니 시원했다. 이 폭포를 보고 괴테도 감탄했다고 한다. 스위스에 오기 전에 사진으로 많이 본 폭포이다.

  역에서부터 폭포가 있는 방향으로 스위스의 민가를 살펴보며 한가롭게 걸었다. 집집마다 온갖 꽃들이 무성하게 피어있다. 노란 수선화가 화분에 활짝 피었다. 우리나라의 수선화보다 더 크다. 내가 사는 제주도에서는 수선화가 한 겨울에 펴서 진지 오래 되었는데 이 곳이 더 추운가 보다. 한 켠에 핀 라일락도 향기를 발산한다.

  폭포에 다다르니 초원에서 양들이 뎅그랑 뎅그랑 소리를 내며 풀을 뜯고 있다. 양들의 목에 종을 달고 있다. 맞은 편 언덕 위로 변화무쌍한 산악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클라이네샤이덱으로 가는 산악열차가 경사를 오르고 있다.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융프라우의 산골로 더 들어갔다. 종점에서 케이블카로 갈아타고 뮈렌마을로 갔다. 융프라우 산(4,158m) 맞은편에 있는 베른 고원지대의 라우터브루넨 계곡 위로 높이 자리잡고 있다.

  베른 주에서 가장 높은 지점(1,661m)에 있는 마을로 일년 내내 사람이 살고 있다. 국제적인 겨울 스포츠 휴양지이며, 매년 국제 기구타기 경기 주간을 갖는 기구타기 경기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눈이 간간이 내리면서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많은 중국 사람들은 실트호른으로 가기 위해 올라가고, 우리는 인터라켄동역으로 돌아왔다.

 


 저녁에는 인터라켄 동역을 떠나 그린델발트로 갔다.  마을 부근의 푸른 초원에 이름 모를  야생화가 만발하여 아이거북벽과 웅장한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경치는 마치 한 장의 그림엽서처럼 아름답다. 맑던 하늘에 비가 내린다. 

  우리가 이틀 간 묵을 밸베데레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한글로 된 A4용지 크기의 안내문을 보니 한국인에 대한 서비스가 고맙다.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리노베이트된 객실에는 발코니가 있어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환히 바라볼 수 있다. 발코니에서 볼 때, 수직으로 올라가는 것 같은 아이거 북벽의 위용은 감탄 그 자체이다.

  넓은 실내 풀과 사우나, 야외 정원에 위치한 솔트 워터 자쿠지 등의 시설을 갖춘 스파가 기분을 향상시킨다. 안해와 딸들은 조그만 욕조에서 스파를 즐기고, 나는 풀에서 그 동안 바삐 살다 보니 자주 못했던 수영을 신나게 했다. 자유형과 배영을 교대로 하면서 온몸의 뭉쳤던 근육이 살살 풀어주니 부드러운 느낌이 온다.

  혹자는 여행을 미래라고 했다.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시야를 넓혀주고 원동력을 길러준다 하였다.

욕조로 옮겨 안해와 애들의 밝은 얼굴을 보니 미래가 보인다.

 구름이 산 밑에 까지 가려져 봉우리는 보이지 않는다. 내일 융프라우요흐에 가는 데 좋은 날씨를 달라고 기도한다. 발코니에서 보니 클라이네샤이덱에서 그린델벨트로 오는 산악기차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