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춘농로중 2016. 5. 23. 10:05


5/5  목요일 일곱째 날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밥을 든든히 먹었다. 수박이 나와서 세 쪽이나 사각사각하며 먹었다. 벨베데레호텔의 서비스는 만족이다.

  어제까지는 융프라우요흐행 티켙으로 주변의 산악열차나 케이블카를 이용할 수 있었는데, 오늘은 그러지 못해 비용도 절약할 겸 마을 주변을 걷기로 했다. 스위스에 오기 전에는 클라이네하이덱에서 기차역 하나 정도의 거리를 하이킹하려고 했다. 어제 기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몇일 전 눈이 많이 내려서 길이 제대로 뚫리지 않은 것을 볼 수 있었다.

 

 호텔발코니에서 바라볼 때, 아이거북벽의 우측마을, 멘리헨의 아랫마을을 걸어보고 싶다. 알프스의 눈이 녹아 흐르는 시냇물 가를 걷고 싶다.

  안해와 아이들은 마을사이에 난 아스팔트길을 걸으며 푸른 초원을 배경으로 계속 사진을 찍는다. 건너편 축사에서 큰 소가 음메~ 음메~하고 동양에서 온 우리가족을 향해 큰 소리로 부른다. 샬레 사이의 길은 곡선으로 부드럽게 나있다.

  산악철도 옆길에서 우리가족 네 명이 셀프로 사진을 찍었다.

“LOVE”

  한 명이 한 글자씩 몸으로 글자를 만들었다. 나는 맨 오른쪽에서 “E”자를 만들었다. 사진을 찍고 나니 살레길을 걷는 것이 더 즐겁다.

 


 호텔에서 준비해 간 햇반과 매콤한 비빔밥 등을 먹었다. 반찬으로 가져간 고추장아찌와 깻잎이 입맛을 돋운다. 양봉을 하는 김권사님이 나눠주신 반찬으로 스위스에서 맛있게 먹다니 감사한 마음이다.

  2박 3일 동안 정들었던 그린델발트를 떠난다. 아쉬운 마음이다. 다음에 또 스위스에 오게 된다면 이 곳 그린델발트를 꼭 찾으리라.

산악열차는 알프스의 계곡을 미끄러지듯 인터라켄으로 향한다. 푸른 초원에 소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저 멀리에 있는 영봉들은 봉우리마다 흰 눈으로 덮여있는데, 밀려오는 졸음에 졸다가 눈을 떠보니 어느 새 인터라켄동역이다.

 


 다음 목적지는 베른이다. 바젤로 가는 기차를 탔다. 인터라켄의 쿤 호수를 지나며 산을 바라보니 수많은 행글라이더가 창공을 가르고 있다. 비 내리는 날에 가 보았던 하르더 쿨룸, 가보고 싶었지만 못 가본 시니게 플라테 등이 보인다. 바젤행 열차는 예정대로 45분을 달려 베른역에 도착해서 우리가족은 안전하게 내렸다.

  베른은 스위스의 수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서울처럼 ‘빨리 빨리’ 문화와는 아주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충청도 사람들을 느리다고 놀리듯이, 스위스 사람들이 ‘느려 터진 사람’을 보면 연상하는 것이 바로 이 베른 사람들이다. 나도 충청도 사람이다.

  후에르쯔호텔에 여장을 풀고 쉴 사이도 없이 시내관광에 나선다. 시내를 관통하여 시계탑에서 우측으로 걸어 아레강 다리 쪽으로 갔다. 대도시이지만 트램과 버스가 한가하게 다닌다. 5월의 거리에는 음식점마다 야외에 식탁을 내놓고 손님들이 꽉 차게 앉아 음식과 주류, 와인등을 즐긴다. 유럽인들은 햇볕을 직접 쐬는 것을 좋아하나 보다.

 



 아레강다리는 매우 높아서 고공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벌벌 떨며 지나갈 정도이다. 물살은 매우 빠르게 흐른다. U자 모양으로 흐르고 있는 아레강의 우측 강변을 따라 곰 공원을 향하여 계속 걸어갔다.

  곰 공원의 앞거리에는 외줄 타기하는 귀여운 곰의 모형이 있다. 곰 세 마리가 오후에 햇살을 받으며 누워서 낮잠을 즐긴다. 멀리 동양에서 온 손님들을 반길 줄 모른다. 곰 공원에서 장미공원까지는 오르막길이다.

  장미공원은 장미가 피어나지 않았다. 아직 이른 시기인 모양이다. 내가 사는 제주도는 벌써 활짝 피어서 돌담을 수놓고 있다. 우리나라의 장미축제도 6월 초쯤에 열리니까 별로 서운해 할 것도 없다. 장미공원은 위치가 높아서 베른 시내가 훤히 보인다.

 


 호텔로 돌아와 우리가 오늘 걸은 거리를 헤아려보니 13Km는 족히 되었다. 나름대로 분투한 모양이다. 안해는 딸들 객실에서 내일 귀국할 트렁크를 정리한 후 돌아왔다.

 우리 부부에게 배정된 객실은 3층에 있다. 건물구조상 테이블 위쪽으로 지붕이 지나는지 계단이 있는지 객실공간을 파고 들어와서 주의하지 않으면 머리를 찧게 생겼다. 아니나 다를까. 여독에 지친 안해가 일어나다가 머리를 쿵하고 찧어 혹이 생겼다. 호텔직원에게 연락하여 객실을 교체했다.

 교회에서 매 시간마다 울리는 종소리가 청아하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