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꽃 피는 창가

춘농로중 2017. 5. 28. 21:22



  퇴근길에 까투리를 쫓아 삼나무 옆 돌담을 넘는 장끼와 마주쳤다. 자태가 화려하고 멋지다. 내가 까투리라면 그 화려함에 흠뻑 반해서 장끼에 바짝 붙어 다닐텐데 앞서 간 까투리는 개의치 않는 모양이다. 내 차가 전기차라 소음이 없어서일까 장끼는 별로 놀라지 않고 돌담에서 한 동안 가만히 있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있지만, 제주도에 사는 나로서는 꿩을 훨씬 많이 본다. 새벽에 닭이 훼치는 소리는 언제 들어보았는지 기억이 없지만 “꿩꿩”하는 소리는 심심하면 들을 지경이다.

 

 내가 아는 사람이 꿩 잡은 얘기를 해 주었다. 제주시에서 5. 16도로를 이용하여 서귀포로 오는 도중, 길을 횡단하던 한 무리의 꿩이 차가 오는 것을 알고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그 중 한 마리가 미처 차를 피하지 못하고 차 앞 유리부분에 부딪치는 바람에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가 잡을 수 있었다. 차 뒤 좌석에 잡은 꿩을 고이 모셔놓고 볼 일을 본 다음 돌아가려고 차로 가보니 깜짝 놀랐다.

꿩이 탈출하려고 차 안에서 안간힘을 쓰는 바람에 꿩털이 온통 좌석을 뒤덮고 있고 여기저기 배설물을 싸놓아서 청소하느라고 애만 먹었다는 것이다.

 

 제주도로 이사온 후 한 때 남원의 산골마을에 살 때였다. 오후가 되면 꿩이 집 근처로 많이 내려와서 유유하게 걸어 다닌다. 대개 한 쌍이 거닐 때가 많다. 봄이 되어 산란기가 지나면 일가족이 떼를 지어 다닌다. 그래서 까투리는 잡지 못하겠지만 꺼벙이(꿩의 새끼를 말한다)는 잡을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차를 타고 가는데 10마리 정도 되는 꿩 가족이 귤밭 사이로 지나갔다. 요때다 싶어 기대를 가지고 차에서 내려 꺼벙이를 쫓아갔지만 배설물을 쫙쫙 깔리며 쏜살같이 도망가는데 손을 쓸 틈이 없었다.

 

 육지에 살 때 꿩고기를 먹고 싶으면 신도안을 지나 개태사역쪽으로 가다가 우측 계룡산쪽 방향으로 기차식당이 있었다. 코스요리로 나왔다. 꿩고기샤브샤브, 꿩고기무침, 꿩고기만두, 꿩수제비등이 나와서 맛있게 먹은 걸로 기억한다.

  남원읍에는 사냥꾼 고수가 있었다. 그 분이 이웃에 살아서 운세에 없던 육,해,공음식을 자주 나누어 주었다. 육군으로는 노루, 해군으로는 숭어, 공군으로는 꿩등이다.

  꿩으로 만든 요리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단연 떡국이다. 꿩고기육수에 꿩고기와 고명을 넣어서 맛이 일품이다. 얼마나 맛있고 고소하던지 배탈이 날 지경까지 먹었다. 지금도 떡국은 언제나 대환영일 정도인데 꿩고기가 들어 있으니 더욱 구미가 당겼다. 꿩칼국수는 아직 먹어보지 못했지만 그 또한 기대가 된다. 머지않아 식당에 방문하여 “여기 꿩칼국수 주세요!”라고 할 날이 올 것이다.

 

 지금 사는 곳은 창문을 열면 바로 감귤밭이다. 감귤꽃이 필 적에는 달콤한 꽃향기가 온 방안에 가득찬다. 왠지 농밀한 쥐밤나무꽃의 향기보다 훨씬 더 향기롭다. 이런 향기 좋은 감귤밭에서 저녁놀이 물들 쯤이면 장끼가 까투리를 유혹하는 소리로 부산하다. 까투리가 알을 많이 나면 그 해 농사가 풍년이라고 한다. 꿩은 예부터 보양식품으로 각광을 받았다. 기운을 돋워주고 간에 좋아 눈을 밝게 해준다니 꿩 먹고 알 먹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