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긋는 남자

춘농로중 2013. 8. 19. 18:56

 

*행복의 요건 중 50%를 차지하는 유전적 요인은 어차피 '운명'이다. 팔자다. 나머지 10%환경은 운명과 노력 두 가지의 복합적 관계로 이뤄진다. 그러나 최소한 나머지 40%의 행복은 재미와 유쾌한 느낌을 유지하려는 '노력'만으로도 얻어낼 수 있다. p22

 

"오빠같이 속 좁고, 뒤끝 길고, 귀 앏고, 인내심 없는 사람은 반드시 아주 튼튼하고 건강한 여자와 결혼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까지 아주 내 속을 후벼 파고, 쑤셔 뒤집어 엎어버린다.

 결혼하기 전 이야기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나는 예쁜 여자가 무조건 좋다. 아름답고 우아하며, 묘하게 슬픈 에로티시즘까지 있는 그런 여자와 나는 결혼하고 싶었다. 내 친구들은 매번 그 '묘하게 슬픈 에로티시즘'은 또 뭐냐고 묻지만, 그때 내 눈에는 그런 게 확실히 보였다. 그래서 그런 여자들만 쫓아다녔다. 그러나 내 여동생의 이론은 확고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 같은 사람은 그런 여자와 살면 정말 한쪽이 결딴난다는 거다. p34

 

성 관계에 관해서도 그렇다. 남자들은 "그때, 그 여자와 바로 관계를 가질 걸...," 하는 후회를 하는 반면, 여자들은 "그 남자와 좀 더 나중에 관계를 가질 걸...,"하는 후회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여자들이 "그때 그 남자와 관계를 가졌어야 했는데...", 하며 후회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여자들의 후회는 그래서 짧다,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보다 '행한 행동에 대한 후회'를 더 많이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스트레스 상황에 훨씬 더 잘 적응하고, 남자들보다 훨씬 더 오래 사는 것이다.p41

 

 전혀 재미없는 삶에 지친 한국의 중년들에게 최근 나타난 두 번째 이상현상이 있다. '마라톤'이다. 몇 년 전부터 마라톤대회가 열리면 사람들로 미어진다. 대부분 40~50대 중년들이다. 대부준 건강을 위해 뛴다고 한다. 그러나 왜 하필 마라톤인가? 군대에서 10킬로미터 구보를 해본 남자들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42.195킬로미터를 안쉬고 달린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를, 그러나 이 땅의 사내들은 죽어라고 달린다. p61

 

그러나 살면서 지금까지 배꽃 그늘에서 키스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아내와의 첫 키스도 당시 아내가 살던 아파트 노인정 화장실 담벼락에 밀쳐놓고 했다. 결혼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이야기가 나오면 아내는 아주 심하게 열 받아 한다.

 욕 먹어 싸다. p72

 

 과정을 즐기지 못하면 항상 불안하다. 타인의 완성된 결과와 내 미숙한 결과를 비교하기 때문이다. 이 땅의 사내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살면서 한 번도 과정을 즐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또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가 그리 분명하게 나타나지도 않는 세상이다. 이런 '결과 지향적 삶'에는 어떠한 즐거움도 없다. 결과를 이루는 순간, 또 다른 결과를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p109

 

남편 옷만 만져도 두드러기가 돋고, 남편이 집 안에 있으면 소화가 안 된다는 '은퇴남편증후군'이라는 새로운 정신병리학 용어가 만들어진 일본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일본 여성의 60%가 이 증후군에 시달린다고 한다. 이 말도 안 되는 현실 앞에서, 은퇴를 앞둔 일본의 중년남자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들은 '전국헌신적남편협회'같은 단체를 만들어 가능한 아내 곁에서 오래 버틸 전략을 짜고 있다. 이들은 아침마다 외친다. "아내에게 이길 수 없다. 이기지 않는다. 이기고 싶지 않다."

 이런 일본 남편들을 아내들은 '누레오치바'라고 부른다. 우리말로 '젖은 낙엽'이다. 아무리 쓸어도 쓸리지 않는 '젖은 낙엽'처럼 바닥에 딱 붙어살겠다는 이야기다. p115

 

 그를 가까이 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가 얼마나 까다로운 사람이었는가를 전하고 있다. 심지어 그를 평생 보좌한 여비서는 이렇게 증언하기도 했다.

 "우리는 2차 세계대전 때, 히틀러와 싸운 것이 아니에요. 처칠과 싸웠어요."

 그녀의 표정은 정말 지긋지긋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의 아내조차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그의 성격에 질렸다. 처칠의 아내가 처칠과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따뜻하고 친절한 영국신사와 오랫동안 불륜관계였다는 소문은 당시 공개된 비밀이었다. 이토록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그가 도대체 어떻게 그토록 위대한 세기의 영웅이 될 수 있었을까? p120

 

  사는 게 재미있으면, 일하는 게 재미있으면, 근면-성실하지 말라고 해도 근면-성실하지 말라고 해도 근면-성실해진다. 순서를 바꾸라는 이야기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인내가 쓰면, 열매도 쓰다. 도대체 열매의 단맛을 겪어봤어야 그 단맛을 즐길 것 아닌가.

 21세기에는 '지금'행복한 사람이 '나중에도'행복하다. 지금 사는게 재미있는 사람이 나중에도 재미있게 살 수 있다. 21세기의 핵심가치는 '재미'다. 노동기반사회의 핵심원리가 근면-성실이라면, 지식기반사회를 구성하는 핵심원리는 재미다. 창의적 지식은 재미있을 때만 생겨난다. 그래서 재미와 창의성은 심리학적으로 동의어다. p153

 

 이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우리 앞에 정해진 길은 없다. 미국이나 일본이 그런 것처럼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길은 '만들어야만'앞서게 된다. 새로운 길은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야만 찾아진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극대화된 영역이 에술이다. 근면-성실하기만 한 예술가를 봤는가? p154

 

 자신을 바꾸고 싶은가? 그렇다면 '너를 바꾸라'는 어설픈 성공처세서를 사서 줄치며 읽는 어리석은 일은 이제 그만하라. 대신 내 삶의 재미를 찾아야 한다.

 그 재미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나만 안다. 그 맥락을 바꾸고 재미를 찾아,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경험을 할 때, 내 삶의 맥락이 바뀐다. 내 삶의 게슈탈트가 바뀐다는 이야기다. p163

 

 상상력이 별건가?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보는 능력이다. 남들 못 보는 것을 보는 능력이다. 그 사는 게 재미없는 아저씨들도 매일 똑같은 고스톱을 좀더 재미있게 치려다 보니 이토록 엄청난 창의력을 발휘라는 것이다. 재미있으면 저절로 창의적이 된다. 재미있는 사람만 원근법적으로 세상을 본다. 자기의 의도대로 소실점을 찍고, 세상을 재구성한다. 재미있는 사람만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된다는 이야기다. p173

 

 그럼 마흔 후반의 내가 네 살짜리의 인지능력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 현상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 모두가 파렴치한 정치인들 때문이다. 지역감정으로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그저 당리당략으로 권력을 얻을 생각만 하기 때문이다.

 또 있다. 앞에서는 윤리경영이니 책임경영이니 하지만, 뒤로는 온갖 분식회계 정경유착을 서슴지 않는 경제인들 때문이기도 하다.

 윤리와 가치를 강조하지만 스스로는 전혀 윤리적이지 못한 종교인들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혹시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주의 때문인가? 아! 연예인들의 불건전한 사생활 때문일 수도 있겠다.

 

 좌우간 ... 난 아니다. p214

 

 한가함을 즐기는 것을 그리스어로 '스콜레score'라고 한다. 이 스콜레라는 단어는 오늘날 서로 상반되는 단어로 발전했다. 한편으로는 여가를 의미하는 '레저leisure'로, 다른 한편으로는 '학교school'로 발전했다. 서로 상반되는 두 단어가 그 본질에 있어서는 동일하다는 이야기다.

 학교나 여가나, 그 본질은 한가로움을 즐기는 동일한 심리적 과정이다. 한가로움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부라는 것을 그리스의 현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가장 즐거운 일은 공부하는 일이다. 이 무슨 황당한 이야기냐고 하겠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왜곡된 공부만 했다. 그래서 공부가 재미없는 것이다. p267

 

 정말 행복하기 위해서는 '쉬는 것'과 '노는 것'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은 자신이 유지해야 하는 적정 각성수준이 있다. 가장 상쾌하고 즐거운 기분이 유지되는 심리적 상태를 뜻한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일정한 각성수준을 유지하는 것처럼, 우리가 편안함을 느끼는 일정한 심리적 각성수준이 있다.

 적정 각성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외부자극과의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내면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만약 외부의 자극이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각성수준보다 높으면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해진다. 이띠는 쉬어야 한다. 만약 외부의 자극이 너무 낮으면 지루하거나 심심해진다. 이때는 놀아야 한다. p270

 

 그럼 삶의 목적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우리는 행복하려고 산다. 행복하면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줄여서 말하자. '우리는 감탄하려고 산다.' 감탄은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 짓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어설픈 구라가 아니다. 인간 문명의 비밀은 바로 이 '감탄하기' 에 있다.

 

 감탄은 인간만의 욕구다. 식욕, 성욕은 인간의 욕구가 아니다. 개나 소나 다 가지고 있는 동물적 욕구다. p274

 

 감탄은 이 숭고함과 장엄함의 구체적 반응이다. 말로 형언할 수 없고 개념화할 수 없으나, 삶의 가장 궁극적 경험이 우리에게 와 닿는 유일한 통로가 바로 감탄이다. 그래서 인간의 모든 어머니는 자신의 아이를 감탄으로 양육한다. 감탄이 사라지는 순간, 더 이상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p288

 

좋은 내용들 밑줄치셨네용
밑줄치기와 토달기는 친한 친구 아닐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