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춘농로중 2013. 12. 26. 12:30

 

 

 

 즐거운 성탄절 오후이다. 안해에게 산책을 나가자고 하니 OK한다. 제주도지방은 저녁부터 비나 눈이 내린다는 기상예보가 있어서 바람도 잔잔하고 춥지 않다. 여름철에는 해가 길어서 퇴근하고 산책을 하기에 좋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오후 5시 반 정도가 되면 땅거미가 지기 때문에 산책하는 횟수가 줄어든다. 애견 호두의 목에 개 줄을 묶고 앞 서거니 뒷 서거니 걸어간다. 호두가 갇혀 있다가 바깥세상을 보니 기분이 좋은가 보다.

 

 지난 9월까지는 같은 푸들 종류인 “콩이”를 길렀다. 수컷 콩이는 새까만 옷을 입고 달리기를 참 잘했다. 힘도 세고 달리면서 장난을 얼마나 잘 치는지 웃음을 많이 선사해 주곤 했다. 목줄을 풀고 함께 달리다가도 내가 오라고 하면 재깍 달려오곤 했다. 9월 쯤에 접어 들었는데, 콩이에게서 그 때까지 없던 행동이 나오는 것이었다. 집을 나가더니 한참 있다가 들어왔는데 목줄이 풀려서 왔다. 그래서 아무래도 짝짓기를 하러 나갔다 온 모양인데, 개가 귀엽기 때문에 아무나 데려다 기르면 어쩌나 하고 약간의 걱정이 됐다. 비가 주룩주룩 오던 날 저녁에 집을 나가더니 그 다음부터는 소식이 없다.

 

 콩이가 집을 나가고는 콩이 집은 빈 집이 되었다. 12월에 들어와서 이웃집에 사는 분이 개를 한 마리 구했는데, 기르던 개를 가져와서 길러보라고 한다. 콩이와 마찬가지로 수컷푸들이다. 강건하고 용감한 개라는 의미의 푸들은 독일이 원산지라서 독일어라고 한다. 보글보글 뽀글뽀글 양처럼 풍성한 털로 옷을 입고 그 털이 빠지지 않는 견종으로 유명하다. 똑똑한데다가 달리기도 잘한다. 걸어가는 폼도 보면 꼭 발레리나처럼 뒷굽을 들고 걷는 것처럼 사뿐하다. 집 나간 콩이의 이름은 데려올 때 이미 지어진 것이라서 그냥 불렀는데 이번 푸들의 이름은 무어라 지을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큰 딸에게 전화로 물어보니 콩이와 마찬가지로 곡물류로 짓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호두, 잣처럼 말이다. 그래서 호두로 부르기로 했다.

 

 호두는 콩이에 비해 몸무게가 가벼워서 뼈다귀 같은 살찌는 것을 많이 먹이고 운동도 자주 시켜서 튼튼하게 길러야겠다. 콩이는 잘 짖지 않아서 이웃에서 개를 기르는 지도 모를 정도였는데, 호두는 잘 짖어서 미안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제주도에 사는 만큼 감귤을 잘 먹는 호두는 초콜릿 색의 옷을 입고 있어서 귀여움을 많이 받는다. 또 자기보다 더 큰 개를 보아도 꼬리를 내리지 않고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는 말처럼 마구 달려들고 우르릉거린다. 그 용맹함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자구리 해안에 다다랐을 때 바다를 보니 서귀포 항을 빠져 나간 유람선이 섶섬 앞바다 쪽으로 유유히 선회한다. 유람객들은 바다에서 보는 정방폭포의 비경을 보며 아름다워 할 것이다. 자구리 해안은 화가 이중섭의 그림과 조형물이 제주도의 아름다운 바닷가와 잘 어우러져 좋은 풍경을 보인다. 화가 이중섭의 제주도에서 힘들게 지내던 시절, 두 아들이 자구리 해안에서 게를 잡으며 놀던 모습을 많이 그렸다. 이렇게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자구리 해안에 앙상한 철근을 드러낸 채 흉물로 방치되어 있는 폐건축물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집에 돌아와서, 신문을 보니 마침 그 폐건축물을 내년 3월 까지는 철거한다고 하는 기사가 실려 있다. 오늘 저녁은 집 앞에 있는 가로등이 더 밝게 보인다.

 

 

 

 

(자구리 해안)

맞는지 모르겠지만 이중섭 화백이 그린 '섶섬이 있는 풍경'의 배경이 저 자구리 해변이 아닐까 추축을 해봅니다.

호두는 사진으로 봐도 무척 귀여운 녀석이군요.
늘 하는 이야기이지만 부럽기 짝이 없습니다.
맞습니다. 자구리 해변에서 이중섭의 생가가 멀지 않습니다.
6. 25 전쟁중의 자구리 해변에는 게가 엄청나게 많았을거고요.
서귀포항, 자구리 해변, 서복전시관, 정방폭포, 칼 호텔로 이어지는
바닷가를 구경시켜 드리고 싶네요. ^^
새로 온 강아지가 귀엽네. 잘 키우길. 춘농로중님, 늘 한결같은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새 해에도 건강하고 알찬 시간들 꾸며 나가세요. 블로그도 대박나길.....
축복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자주 놀러오시고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하고자 하는 모든 일이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