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춘농로중 2014. 1. 20. 16:34

 

 

 내가 어렸을 때 겨울이 오면 눈이 제법 많이 내렸다. 한 낮부터 내린 눈이 밤새워 내리면 어떤 때는 무릎까지 차오를 때도 있었다. 눈이 쌓인 날에는 다른 날보다 일찍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아버지나 어머니는 아직 주무시는데, 어둠 속에서 내의를 입고 두꺼운 겉옷을 걸쳐입은 다음 방문을 열고 나온다. 온 세상이 하얗다. 참새들도 일찍 잠에서 깨어 대나무 숲에서 짹짹거리며 지저댄다. 장독대부터 뒷마당, 앞마당, 바깥마당, 그리고 이웃과 연결된 사로에 있는 눈을 치운다. 먼저 죽 가래로 큰 눈을  밀어 낸 다음, 대나무비로 쓸어 낸다. 쌓인 눈을 다 치우고 나면 추운데도 불구하고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언제 일어나셨는지 이미 아버지께서 큰 솥에 불을 지펴 물을 쩔쩔 끓여 놓으셨다. 뜨근뜨근한 물로 세수를 하고 아침밥을 먹는다.

 눈이 쌓이면 할 놀이가 무척 많아진다.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고, 눈으로 미끄럼틀을 만든 다음 미끄럼을 탄다. 경사가 심한 언덕에 올라가 빈 비료부대에 짚을 말아 넣은 다음 엉덩이에 깔고 미끄러지면 가속도가 생겨서 신나게 내려온다.

 

 

 

 

  동네의 형은 논둑 한 곳에다 밤나무가지를 잘라서 2미터 정도로 높다랗게 꽂는다. 밤나무 가지 중간에 짚도 세워 놓고 왕겨를 뿌리면 울타리 모양이 된다. 그 가까이 새그물을 쳐 놓고 참새가 걸려들기를 기다린다. 온통 눈이 쌓여 있는 가운데 왕겨가 보이므로 참새들은 미끼인 줄도 모르고 떼로 달려들다가 그물에 걸리게 된다. 이 때 숨어 있던 동네 형은 여유있게 다가가서 한 마리씩 그물코를 풀고 잡게 된다. 그런 후, 또 다른 참새들이 걸려들게 될 때까지 잡은 참새들의 새털을 연신 뽑는다. 내장을 드러낸다. 새털이 수북하게 쌓인다.

 

 내가 자라던 금공리는 다시 세 마을로 나뉜다. 금강마을과 안제울 마을, 그리고 귓골 마을이다. 안제울 마을은 다시 봉대울, 땀매, 병막골, 서당골로 나뉜다. 안제울은 2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한 번은 동네 아이들과 점심을 먹고 나서 토끼몰이를 가자고 약속했다. 토끼몰이를 하러 갈 아이들을 보면, 안제울에서는 나와 뒷집의 세진이(몇 년전에 예수님처럼  부활한다고 하며 죽었다.) 세진이 동생인 승진이와 대진이, 옆집의 영찬이, 영찬네 윗집의 상진이가 있다. 병막골에서는 영호와 영호동생 영채, 땀매에서는 영중이와 영석이, 봉대울에서는 희재와 명환이가 모였다. 인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토끼몰이라기 보다는 벌떼처럼 쫓는 것이다.

 토끼몰이를 자주 가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보다 더 노련한 형들도 토끼몰이를 가서 잡아 온 것을 보지 못했지만, 이제 형들은 우리들과 놀아주지 않으므로 우리끼리 가보기로 했다. 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산으로 갔다. 우리가 나무하러 자주 가는 산이기 때문에 지리에 훤하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검정고무신에 새끼를 칭칭 메고 갔다. 기다란 장대도 하나씩 손에 들었다. 한 시간 정도 둘러보아도 눈 속의 토끼 발자국조차 보이지 않았다. 산이 깊지 않으므로 야생조수로는 꿩이나 비둘기정도 인데 토끼가 안 보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푹푹 빠지는 눈 속에서 오래 걷다 보니, 아이들도 이제 의욕이 가라앉고 지쳐갔다.

 우리들은 학교에서 배운 동요를 큰소리로 부르며 마을 쪽으로 내려왔다. 산 기슭에 높다란 바위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이 때 바위동굴 속에서 토끼가 뛰쳐나가는 것을 보았다. 누가 뭐랄 것도 없이   

 “토끼다

하며 토끼를 쫓아 내달리기 시작했다. 토끼는 앞발은 짧고 뒷발이 길기 때문에 산등성이를 올라가는 데는 매우 잽싸다. 토끼는 점차 우리들의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마침내 산에서 제일 잘 달리는 세진이 마저 토끼를 놓쳐버렸다. 이 때 부터는 눈 위에 찍힌 토끼발자국을 따라 뒤쫓았다.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인다고 우리가 놓친 산토끼도 엄청나게 커보였다.

 그래도 일말의 기대를 걸고 산토끼를 찾다가 드디어 토끼를 잡게 되었다. 누가 설치했는지 우리가 쫓던 토끼는 토끼올무에 걸려있었다. 심마니가 심봤다하고 소리 지르는 것처럼 우리들은 일제히 소치쳤다.

토끼 잡았다”.

 의기양양하게 잡은 토끼를 가지고 마을로 내려왔다. 대여섯 명의 청년 형들이 모여 있다가 그것을 보더니 자기들에게 팔라고 한다. 30원에 팔았다. 어린 시절에 잡은 단 한 마리의 산토끼였다.

 

 

몇 년 전 울산에서 우연히 토끼탕을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맛이 너무 평범해서 놀랬습니다.
아마 유년시절 선생님처럼 토끼몰이의 추억이 있어서
그 맛도 대단하리라는 기대 때문이었겠지요.
군대 시절에 복무하던 부대의 장교 중 한 명의 취미가 사냥이었는데
자신의 공기총으로 부대 근처의 숲에 몰려 있는 참새들을 수십 마리 잡아오는 바람에
그 많던 참새의 껍질을 벗기고 내장을 빼내었던 기억도 납니다.
후라이팬에 구운 것을 얻어먹었는데 그 또한 평범한 맛이었던 기억입니다.
무척 기대하며 먹었던 토끼탕이나 참새구이의 평범한
맛에 당황하셨군요.
대전에 살때 논산방면으로 계룡대 입구를 지나면 기차 한량을 떼어다 놓고
음식점을 하는 곳이 있읍니다.
이 곳에서 꿩요리를 풀코스로 제공하는데 샤브샤브, 무침, 볶음, 꿩만두, 꿩수제비등을
내어놓는데 맛이 제법 난 답니다.
제주도에는 꿩이 많이 서식하지요.
이른 봄이면 꿩가족의 나들이가 볼 만합니다.
꿩은
'꿩꿩'
하고 날개치며 날라가고, 닭은 날개를 친 다음에
'꼬끼오'
한다고 합니다.

겨울철에는 살진 꿩을 잡아 떡국의 육수로 쓰고
고명으로도 한 몫 합니다.
또 깐풍기도 맛있구요.^^
참새구이라...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야기구먼...
지금은 포장마차에서도 참새구이는 팔지 않을겁니다.
그러고 보니 포장마차를 본 지도 오래되었네요.
참새를 구우며 소금을 뿌리면 간이 베어서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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