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긋는 남자

춘농로중 2014. 2. 19. 07:58

                                                                                  박경철 공병호 승효상 윤후명 외/위즈덤 경향

 

 

*예나 지금이나 아버지의 뒷모습은 자식들에게 가장 큰 스승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세속적인 성공이나 자식들에게 물량을 쏟아 붓는 것을 헌신으로 여기며 자녀를 교육하고 있지만, 자식이 보고 배우는 것은 아버지의 뒷모습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그렇게나 큰 존재인 것이다. - 14쪽 박경철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다. 나는 나를 무한히 용서하고 사랑한다. 나는 나를 속이는 일도 없다.

사람이 남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나로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나에게 하는 것처럼 그 사람에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부간의 사랑을 일심동체라고 말한다. 자식의 부모 사랑도 마찬가지다. 분신인 자식이 부모를 자신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부모의 아픔은 나의 아픔, 부모의 기쁨은 나의 기쁨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에게 효도한다는 것은 부모를 위한 것이기 이전에 나를 위한 것이다. 효도한다는 것은 부모를 통해서 나의 행복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삶의 긍지와 행복이 있다. 이것을 모르고 사는 사람은 어느 땐가 후회하게 마련이다. 나에게 그러한 후회가 있다. - 19쪽 박승

 

*현실적인 것들에 관한 한 나는 후회 같은 것은 하지 않고 살아왔다. 세상에 몸 섞고 살다 보면 이해되는 것들이 있고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성공이 있고 실패가 뒤따른다. 실패했다고 후회를? 천만의 말씀이다. 실패 또한 삶의 소중한 반쪽이다.

현실적인 것들은 결국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사라진다. 사상이나 느낌 또한 변하고 퇴색한다. 그래서 후회해본들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결국 기억뿐이다. 시간의 흔적 속에 잊히지 않고 내 늑골 깊숙이 비밀스럽게 남아 있는 기억. 나는 그것을 영혼의 주머니 속에 담겨 있는 연기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 30쪽

 

*나는 열일곱 살 적에 그런 여성을 길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순간 머리끝부터 발바닥까지 알 수 없는 화염에 휩싸였고, 나는 부들부들 떨다가 그만 담벼락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렇게 한동안 멍하니 주저앉아서 이게 무어야? 이게 무슨 감정이지? 하며 넋을 잃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비로소 나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 이성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은 무의식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증명할 수 없는 인간 본성의 영역이며 절대 순수의 사랑이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이란 게 이런 것인가. -31쪽 이윤택

 

*바위처럼 단단했던 의지가 진흙처럼 물러지는 것은 순간이었다. - 52쪽 엄홍길

 

*내 젊은 날의 노트에 써놓은 ‘후회는 없다’. 무슨 신파처럼 읽히는 그 문장을 되뇌면서 여기에 이르렀다. 내가 어떠한 선택을 하든 나중에 결코 후회는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나중에 정말 그러할 것인지에 대해 자신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후회는 없다’는 말은 내게 용기를 불어넣기 위한 주술 같은 것이기도 했다. 젊음은 그렇게 불안한 실존주의였다. - 62쪽

 

*그것은 우리들 누구에게나 닥칠 마지막 말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대책은 있을 수 없다. ‘태어남도 죽음도 다 헛된 것’이라고 마음을 다그쳐먹어도 소용이 없다. 모든 후회를 공부의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고 되뇐다. 공부란 그저 열심히 사는 것일 뿐. 열심히 산다는 것은 자기 일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64 쪽 윤후명

 

*부모를 사랑하는 사람은 남을 미워하지 않으며

부모를 공경하는 사람은 남을 얕보지 않는다. - 불경 77쪽

 

*시간과 부모님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지금은 용기를 내어 가족, 친구, 후배, 제자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어떠한 좋은 감정도 가슴에 쌓아두기만 한다면 소용없다는 걸 어머니가 가르쳐주셨기에 어색하지만 용기를 낸다. -86쪽 최정임

 

*팔불출 하면 몹시 어리석은 사람을 이른다. 때로는 팔불취, 팔불용이라고도 한다. 이 말은 거의 자식이나 마누라 자랑을 할 때 사용된다. 국어사전에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지만 우리 아들 자랑 좀 해야겠다”라든가, 팔불취가 아니고서야 자기 아내 자랑을 그렇게 하겠어?“라는 예문까지 등장시키는 것은 이 때문이다. - 89쪽 이만열

 

*늙어가는 아버지에게 딸만큼 소중한 존재는 없다. 에우리피데스 - 103쪽

 

 

*그래서 더욱 영어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것이 늘 후회스럽다. 밖에 나가 보면 언어가 권력이란 말을 실감한다. 한국학의 세계적 경쟁력은 언어의 장벽에서 자주 가로막힌다. 거침없이 말하는 사람은 콘텐츠가 없고, 콘텐츠의 경쟁력을 갖춘 반벙어리들은 입을 못 떼니 그저 한몫으로 넘어갈 밖에 - 135쪽 정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지금 뭐가 되고 싶은지’를 생각하지 말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뭔지’를 생각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냥 요즘 잘나가니까 그런 직업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지 말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생각하라는 말이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때 성공하면 더욱 좋지만, 만일 실패하더라도 인생에서 큰 후회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돈을 많이 벌든 아니든 큰 후회가 없는 인생은 최소한 자신의 입장에선 성공한 인생일 수 있는 것이다. - 145쪽 신율

 

*어릴 때는 밖에 나가 동네 아이들과 노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다. 딱지치기, 구슬치기, 의병놀이, 소타기, 말타기로 하루 종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 148쪽 이정우

 

*그러나 연극에 대한 나의 열정은 참으로 무모하고 위험한 것이었다. 밤을 새운 연습과 공연만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가치 있는 일이었고, 그 외의 모든 것은 관심 밖으로 사라졌다. 생활은 무질서하고 방탕해졌다. 매일같이 술에 절어 지내면서 예술적 영감에 가득 찬 천재인 양 행세하고, 세속적인 모든 것을 경멸하고, 교만과 자만심에 가득 찬 허세 덩어리가 되어갔다. - 153쪽 김명곤

 

*나는 그동안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타고난 적성을 찾으라고 호소해왔다. 출세, 영달, 입신양명 같은 사회적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오로지 자신의 적성 안에서 꿈을 찾으라고 강조해왔다. 그것이 자기실현이고 자기행복이라고, 절대로 뜬구름 같은 돈이나 권력, 지위, 명성, 인기 같은 것들을 좇지 말라고, 꿈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안의 타고난 적성 안에 있다고. 159쪽 강지원

 

*그런데 결혼을 하고 보니 그곳도 낙원은 아니었다. 나는 그 남자가 나의 힘들고 허전한 부분을 모두 채워주고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한데 그게 얼마나 허망한 바람이었는지를 금방 알게 된 것이다.

사실은 그 남자도 몹시 힘들고 지쳐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결혼을 하면 아내가 자신의 의지가 되리라 믿고 있었던 거다. 게다가 엄청나게 힘든 경제적 문제가 우리의 사랑 따위는 어디로 날아갔는지 알 수조차 없게 만들었다.

결혼은 꿈이 아니었다. 혹독한 현실이었으며 그 현실을 이겨나갈 아무런 준비 없이 나는 덜컥 결혼을 해버린 것이다. 남편도 나도 참 힘들었다. 나는 아름답고 우아한 현모양처를 꿈꾸었는데 현실은 나를 자주 악처로 만들었다. 백마 탄 남자는 어디에도 없었으며 때때로 내 자존심은 바닥이 났고 친정에 가서도 늘 고개 숙인 딸이었다. - 164쪽

*결혼은 조금 더 나이를 먹은 다음, 그 나이에 할 일들을 어느 정도 이룬 다음, 죽도록 사랑하는 남자 말고(그 남자는 그냥 가슴속에 남겨두고), 친구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남자 만나서 인생을 걸 만큼 큰 기대는 하지 말고 그렇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 - 165쪽 손숙

 

*로르카의 민중시를 잉태했던 안달루시아의 끝없이 펼쳐진 올리브 숲에 가볼 수 없었고, 속세를 떠났던 초월주의자 소로의 윌든 호수를 거닐어 볼 수 없었으며, 아홉 살 이후로 평생토록 단테의 영혼을 잠식했던 베아트리체가 오가던 베키오 다리를 건너 볼 수 없었다. 나의 이십 대는 지구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해외로 나가 견문을 넓히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해외여행을 법으로 금지하는 정말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 169쪽

*직업이 광고인이다 보니 이십 대 청년들을 만나면 크리에이티브의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어김없이 받는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도 어김없이 똑같다. 여행을 떠나라. 낯선 곳에 자신을 던져라. 그래서 끊임없이 자극을 즐기고 생의 용적을 넓혀라. 그 뜨거운 체험을 그대로 옮기기만 해도 그대들은 작가가 될 수 있고, 아티스트가 될 수 있고, 광고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극받지 못하는 삶은 얼마나 따분한 것인가! -170쪽 김홍탁

 

*그런데 그 순간 긴 시간 참아왔던 내 서러움 보따리의 실오라기가 풀린 것처럼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나는 얼른 밖으로 뛰쳐나왔다. 햇살은 마냥 눈부시고 캠퍼스는 싱그러웠다. 나는 눈물을 참을 수 없어 나무로 가려진 벤치에 앉았다. 다른 사람들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에 안도가 돼서인지, 엉엉 꺼이꺼이 울음이 마구 터져 나왔다. - 176쪽

*그런데 수십 년이 지난 그날, 참았던 눈물이 터져버린 것이다. 그 눈물의 의미는 남루한 환경에 대한 슬픔이 아니었다. 그때 어떻게 해서든 등록금을 마련해 학교를 다녔어야 했다는 아쉬움과 회한의 눈물이었다. - 178쪽 배한성

 

*심리학적으로 인간의 ‘후회’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주체적으로 선택한 삶에는 반드시 후회가 따르기 때문이다. ‘후회 없는 삶’은 평생 남이 시키는 일만 하는 노예에게나 가능한 삶이다. - 235쪽 김정운

 

*세 번째로 나 자신을 늘 성찰하며 성숙한 인간이 되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교회에 열심히 다니며 성경 말씀에 스스로를 비추어 보고 바른 길을 가려고 노력했다. 매일 쓰는 일기를 통해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았다. 그래서 평생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었다. - 정이만

 

*삼라만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문학작품이나 미술작품들과 같은 예술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았더라면 내 음악세계는 더욱 풍성해졌으리라 생각한다. 25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깨달은 바로는 예술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모두 같은 방향이라는 점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아름다운 세상을 화필로, 문필로, 음표로 표현한 것이 바로 예술이다.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곧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기에 조금 더 어린 나이부터 그런 시각을 넓혀왔더라면 더욱 풍부하고 아름다운 감성으로 노래했으리가. -270쪽 조수미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향기는 후회인지 모른다. 부끄러운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고백하는 것은 영혼의 눈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게 다가오는 후회는 태풍이 휩쓸고 간 폐허 같아서 드러내기 싫다. - 279쪽 김홍신

 

의사 염창환이 죽어가는 환자들을 관찰하며 쓴 <한국인,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17가지>라는 책이 기억납니다.
묘하게도 소개하신 책의 내용과 비슷한 내용이 많습니다.
산다는 것의 본질이 동일하니 그런 것이겠지요?
네! 선생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몸부림치고,
누구보다 뜨겁게 눈물흐리며
살아왔지만
별다르지는 않는가봅니다. ^^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