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춘농로중 2014. 2. 21. 14:03

 

 

 중 3때의 일이다. 당시에는 까까머리에 검정교복을 입었다. 상의는 호크를 단정히 채운다 . 일부 껄렁한 학생들은 호크를 채우지 않고 다니다가 선생님께 걸리면 ‘엎드려 뻗쳐’를 한 상태에서 몽둥이로 물씬나게 얻어맞기도 했다.

 영어선생님은 학생과 주임선생으로 별명은 “훽토리”였다. 처음 보았을 때, 곱슬머리에 옥니의 소유자로 우락부락하게 생겼다. 영어선생일 것이라고 추측하기는 쉽지않았다. 우리말의 ‘공장’발음을 성우 배한성씨가 콜롬보 형사의 목소리를 내는 식으로 독특하게 하기 때문에 "훽토리"로 붙여주게 되었다.  사회과목 선생님은 수업중에 "여러분은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머리가 비어서 똥만 들어있는 똥자루다"라고 했다가 별명이 아예 "똥자루"로 되었다. 영어수업시간에는 어김없이 나팔바지를 입고 다니는 학생들을 수시로 검사하여, 걸리면 가차없이 몽둥이를 휘둘렀다.

 내 옆에는 영보가 앉아 있었다. 공부보다는 여학생을 꼬시는 재미에 눈독을 들이는 친구다. 시험을 치룰 때는 내 것을 주로 컨닝했다. 그 댓가로 그 친구가 타고 다니는 자전거를 내가 이용하여 통학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 자전거를 나보고 타고 다니라고 선심을 쓴 것도 다른 생각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보는 대신 혼잡한 버스를 타고 다녔다. 버스가 경사진 길을 갈 때나 출발과 정지 시 출렁거릴 때, 여학생에게 밀착하여 몸을 비비기 위해 그런 것이었다.

 

 영보도 예외 없이 나팔바지를 입고 다녔다. 바지를 두 벌 가지고 다니는데 평소에는 나팔바지를 입고 있다가 영어시간이 되면 보통바지로 갈아입는 것이었다. 영보뿐만 아니라 몇몇 학생들도 그렇게 했다.

 이런 것을 알고 있었는지 하루는 영어수업시간이 아니었는데도 훽토리선생이 몽둥이를 들고 교실에 나타났다.

“전부 일어섯! 책상위로 올라간다!”

 학생들이 모두 우르르 책상으로 올라가니까, 이제 책상 맨 왼쪽 줄부터 검사하기 시작했다. 이런 갑작스런 상황에 보통바지로 미처 갈아입지 못한 영보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 어쩔 줄 몰랐다. 나도 옆에 있으면서 잠시 후에 나타날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드디어 우리분단의 줄을 앞에서 부터 검사해 오고 있었다. 긴장감이 감돈다.

 이때 영보가 갑자기 책상서랍 밑으로 기어들어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것은 닭이 매에 쫓기다가 짚 속에 고개를 푹 쳐 박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훽토리선생이 나가고 교실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영보에게 그만 나오라고 하니 함빡 웃음을 진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우리의 훽토리선생도 바지끝 단만 보느라고 책상 밑을 보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던 것이다.

 

아, 위의 사진 웃깁니다. ^^
당시에는 이런 일들이 다반사였지요.
나팔바지를 검사한다...
교복인데 나팔바지이면 어떻고 쫄바지면 어떻는가요?
죄수처럼 빡빡 머리를 만든 것도 모자라서
그게 그것인 교복마저 검사를 하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분위기들이 개인의 창의성을 없애고
사회를 병영처럼 만들었지요.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인데
가장 앞서 나가야 할 교육계가
구태의연하고 복지부동합니다.
요즘 교복은 참 다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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