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세상

홍주포커스 2010. 8. 5. 22:25

   

인터뷰-홍성여성농업인센터 유정원 대표


"봄에 씨앗을 뿌려 새싹이 돋아나길 기다리는 마음, 땅속에서 생명들이 꿈틀거리며 자라는 모습을 보면 신비스럽고 아름다워 농사짓는 어려움보다 행복감을 더 많이 느낍니다"

농부하면 왠지 모르게 타고난 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할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땅을 사랑하는 마음과 자연의 흐름을 잘 읽어내 새 생명을 잉태하게 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 홍성여성농업인센터 유정원(사진·46)대표, 그녀가 바로 그런 능력의 소유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울토박이가 홍동의 여성농업인 되다

"이제는 서울에 가면 낯설고 복잡해 집(홍동)에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만 듭니다. 홍동은 저에게 엄마 품처럼 포근한 제2의 고향입니다"

   
유정원 대표는 서울 출생으로 2002년 홍동으로 내려와 풀무 전공부를 졸업한 후 홍동면 운월리 창정마을에 터를 잡고 농사를 짓고 있다.

"예전에 '녹색평론'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는데 주인공이 자신이 살아가면서 생명유지를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내용입니다. 글을 읽고 난 후 생각해보니 저 또한, 저의 삶에 있어서 의식주조차 제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게 없고 모든 것이 다 돈을 통해서 이루어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먹는 거라도 스스로 해결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풀무전공부에서 농사 짓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유 대표는 홍성여성농업인센터(이하 '센터')의 세 번째 대표이다. 센터는 날로 어려워지는 농촌현실 속에서 이중, 삼중고를 안고 살아야 하는 여성농업인의 고민을 함께 해결하고 스스로가 농업에 대한 자부심과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농림부에서 2001년부터 시행하기 시작한 사업의 일환이다. 하지만 개인사업자로서 다양한 사업을 펼치기에는 한계가 있어 지역민들의 뜻을 모아 사단법인으로 전환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성농업인들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에 대해 자녀보육과 농촌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 유 대표는 꼽았다.

   
"요즘 농촌에서는 젊은 여성들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원인은 무엇보다도 자녀보육문제로 인해 농촌여성들이 교육환경이 좀 더 나은 곳으로 가기 위해 농촌을 떠나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

여성농업인들이 하루 종일 농사일에 매달려 씨름을 하다보면 아이들 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홍동은 귀농인구가 많아 타 지역 농촌보다는 학령기 아이들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이러한 여성농업인들의 고충을 헤아려 센터에서는 따뜻하고 안정적인 보육 및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과후 아동지도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과중한 농업과 가사노동에서 조금이라도 해방시켜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여성은 농촌의 희망이며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농촌사회는 가부장적인 전통문화가 아직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환경으로 농촌여성은 가사부담문제와 지역사회에서의 여성에 대한 억압으로 영농의욕을 상실하게 됩니다"

여성 농업인도 당당하게 농촌의 구성원으로 대우와 지위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프로그램과 정책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유 센터장은 "센터에서는 농한기에 비즈공예, 퀼트, 우리 옷만들기 등의 취미·문화·교육활동과 요가 등의 건강강좌를 통해 여성농업인들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센터에서는 또다른 사업의 일환으로 '함께먹는 사람들'이라는 센터직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장에서는 여성농업인들이 직접 생산한 과일, 곡식, 야채 등의 농작물과 옷, 가방, 신발 등의 재활용품 등이 있다. 또한, 풀무생협에서 생산되는 가공품도 비치되어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하고 있다.

"직매장에서의 판매수익금은 센터에서 운영되는 사업비용으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직매장은 꼭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마련된 것이 아니라 여성농업인들이 언제든 찾아와 쉬었다 갈수 있는 쉼터이자 소통의 장이기도 합니다"

'함께 먹는 사람들', 이름만 들어도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준비한 정성 가득한 먹을거리가 떠오른다. 여성농업인들의 하루는 24시간이 아니고 48시간도 더 되는 것 같다. 그들의 부지런한 움직임 속에 우리가 안전한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느낌이 든다.

 

홍주신문 2009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