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가족 이야기

빈스윙 2011. 11. 19. 07:30

개그 콘서트 '최종병기 그녀'에 나오는 "난 이런 거 모~~옷 해"의 톱 여배우 김희원과 대역 배우로 나오는 스턴트맨 같은 김혜선. ‘최종병기 그녀에 나오는 그 두 사람의 연기 속에서 아내의 모습이 묻어 나온다.

 

너무나 가녀린 여자라서 조금만 무거운 것을 쥐어주면 못하겠노라 소리를 지르는, 조금만 과격한 장면을 찍는 날에는 연약한 여자의 표본이라도 보여주려는 듯이 못하겠다고 화를 내는 톱 여배우 역의 김희원과 세상에 두려울 것 하나 없어 보이고, 과격하고 위험한 장면을 도맡아 찍는 대역 김혜선의 180도 다른 캐릭터 속에서 나는 아내의 모습을 발견했다.

 

[혹시 최종병기 그녀에 나오는 김희원과 김혜선을 모르시는 분을 위해 사진을 첨부했다.]

[출처 : 연합뉴스]

 

결혼 초만 하더라도 "난 이런 거 모~~옷 해"의 김희원처럼 연약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애교만점의 천상 여자였던 아내가 언젠가부터 스턴트맨 같은 김혜선처럼 힘도 세지고 목소리도 커지고(김혜선은 대사가 없지만) 과격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언제부턴가 아들들을 부르는 목소리에서는 전쟁터에서 부하들을 호령하는 대장군 같은 기백을 찾을 수 있었고, 아들들을 제압하는 기술을 보면 마치 결혼 전에 투기종목을 한 운동선수 같아 보이기도 한다. 날이 갈수록 목소리는 우렁차지고, 힘은 황소 한 마리쯤은 거뜬히 들어올릴 것만 같다.

 

애들이 어렸을 때는 감기만 들어도 마치 자기가 더 아픈 것처럼(물론 마음이야 더 아프겠지만) 눈물까지 흘리던 아내가 이제는 더 이상 아들이 놀다가 어디가 찢어져도 부러져도 절대로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아주 대범해지고 담력도 보통이 아니다.

 

호르몬 분비계통에 이상이 생겼는지 남성호르몬이 철철 넘쳐난다. 이런 엄마를 두 아들은 여자로 보지 않는다. 두 아들은 엄마를 슈퍼맨 정도로 생각한다. 힘과 기백이 넘쳐나고, 뭐든지 못하는 게 없는 만능맨으로 생각한다. 두 아들에게는 엄마가 절대로 슈퍼우먼이나 만능우먼이 아니다. 이러다가 아내가 정말로 남자가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10여 년을 두 아들과 함께 몸으로 부딪히면서 살아왔고, 매일 소리를 지르다 보니 득음을 한 것처럼 목소리는 우렁차졌다. 그렇게 두 아들과 부딪히고 소리지르다 보니 어찌 보면 여성스러운 면이 사라지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것이 아들 두셋 키우는 대부분 엄마들의 현실일 것이다.

 

언젠가는 두 아들이 이 글을 보게 되겠지만, 두 아들을 통해서 내 스스로에게 하고픈 말을 전한다.

 

큰 아들, 작은 아들, 잘 들어라.

 

엄마가 남자 같다고? 이런 나쁜 놈들아. 지금이야 어려서 그런 말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를 남자 같게 만든 것은 너희 두 놈이라는 사실을 빨리 알았으면 좋겠다. 물론 엄마를 남자 같이 변하게 한데는 아빠도 한 몫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아빠는 언젠가 엄마를 다시 여자로 돌려놓을 작정이다. 그 때 엄마를 다시 여자로 만드는데 아빠가 힘들지 않도록 이제는 엄마를 너무 남자로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다. 적당히 하자는 말이다.

 

엄마는 어찌 보면 남자 같이 사는 것이 덜 외로워서 여자임을 기억하고 싶지 않은지도 모른다. 너희 두 놈과 아빠가 엄마 마음을 이해 못하니까 엄마가 남자가 되어 우리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엄마는 너희들 키우느라 여자임을 포기했다. 나중에 커서 너희들 색시 편만 들면서 엄마를 서운케 했다가는 각오해라. 엄마라고 나긋나긋하게 말하고, 우아하고 품위 있게 살고 싶지 않아서 소리지르겠니? 모든 것이 우리 가족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바란다. 그리고 엄마의 희생이라고 생각해 주기 바란다.

 

하루 빨리 엄마의 성() 정체성을 찾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너희들이 빨리 커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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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여자는 여성호르몬이 남자는 남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든다죠...
어쩌면 자연스런 세월의 법칙일 수도 있는데....
요즘 부모의 고충이라는 데 문제가 있군요. 좀 남자다우면 어떻습니까?...엄마는 엄마이니까요...
건강한 주말 시작하십시오.
님의 댓글을 보니 어느 정도는 세월의 법칙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네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ㅋㅋㅋ
제가 그래요.
차분하고 말 수 적고 사색하기 좋아하는 성격였는데요
쌍둥이 형제를 키우다보니 괄괄하고 거칠어졌습니다.

그래도 요즘 아이들한테 그래요, 엄마도 고상하고 이쁜 척 하고 싶다구요^^
쌍둥이 형제면 더 더욱 힘드시겠네요.
ㅎㅎㅎ 그 마음을 함 표현해 보심이...
용기가 없는건지 바보같은건지 그 말 하기가 그렇게 힘들답니다. 아마도 공감하시는 남자들이 많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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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몇살이나 되었는 지요. 참 공감가는 글입니다.
16살 13살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