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YLA/YLA 언론보도

아름다운서당 2010. 7. 27. 10:24

 

 

조선일보 영리더스아카데미 보도기사

 

"명사(名士)로부터 살아있는 취업노하우 배워요" 

 

 이신영 기자 foryou@chosun.com  2009년 11월 18일

  

 지난 14일 오후 2시 서울 숭실대 조만식기념관 406호(82㎡·25평). 발표자 임의정(25·숭실대 영어영문학과 3년)씨가 대형 스크린 앞에 섰다. 이날 주제는 "신생 출판사가 첫 사업으로 권당 1만5000원짜리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라는 번역서를 냈다. 판매활동을 어떻게 펼쳐야 하는가?"였다.

 

임씨 앞에는 서울 지역 대학에 다니는 또래 젊은이 21명이 앉아 있었다. 임씨가 목청을 가다듬고 "책이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에는 맞지 않는 까닭에,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마케팅하기보다는 특정 집단을 타깃으로 삼는 게 효과적"이라며 "경기도 실버타운에 거주하는 60대 이상 고소득·고학력 성인을 대상으로 판매하겠다"고 했다.

 

강의실에 둘러앉은 학생 5~6명이 손을 번쩍 들었다. "왜 한국 정서에 맞지 않습니까?" "왜 경기도 실버타운입니까? 현장조사는 했습니까?"강의실 뒤편에 서서 학생들의 갑론을박에 귀 기울이던 서재경(63) SPR경영연구소 대표가 나섰다. 서 대표는 상사가 부하를 혼내듯 모인 사람들 누구보다도 날카롭게 임씨 발표의 허점을 짚었다.

 

"책상에만 앉아 '공상'만 하고 발표하니? 실버타운에 직접 가서 노인 1명이라도 붙잡고 책에 대해 물어봤어? 최소한 20명쯤 붙잡고 설문조사라도 했어야지. 소비자에 대한 분석이 없어. 이렇게 하다간 죽도 밥도 아니다. 알겠나?"

 

 

 ▲ 지난 14일 서울 상도동 숭실대학교 강의실에서 전남 출신 서울권 학생들의 기숙사 ‘남도학숙’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 특강이 열렸다. 대우그룹 부사장 출신인 서재경 SPR 경영연구소 대표가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이날 강의실에 모인 학생들은 2005년에 생긴 '영리더스아카데미(Young Leaders Academy)' 회원들이다. 은퇴한 임원과 현역 CEO 등 기업인 6명, 일간지 편집국장을 지낸 이를 포함해 언론인 3명, 시인 1명, 성우 1명 등 사회 명사(名士) 11명이 매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학생들에게 고전·경영학·기업 실무를 무료로 가르친다.

 

커리큘럼은 빡빡하다. 매주 발표를 해야 하고, 나흘 전에 미리 발표 내용을 교수에게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년 9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11개월간 오전엔 국부론·정의론 같은 고전과 경영서적을 완독하고 토론한다. 오후엔 조를 짜서 발표한다. "여름이 지나 에어컨 재고가 100대 남았다. 어떻게 처리할까" 같은 마케팅 관련 주제다. 발표 뒤엔 강사들이 허점을 지적한다.

 

학생 22명 중 18명은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있는 '남도학숙'에 산다. 나머지 4명은 서울 출신이다. 서울 지역 대학에 다니는 전남 출신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다. 첫 수업은 2005년 전남대에서 열렸고, 이후엔 서울의 남도학숙에서 주로 진행됐다. 이날은 남도학숙측 사정으로 숭실대로 옮겨 진행했다.

 

광주광역시에서 자란 김익환(23·건국대 경영학과 3년)씨는 "빨리 성공해서 고생하는 부모님께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6년 전 하던 사업을 접고 노래방을 하며 아들을 뒷바라지했다.

 

"3년 전 수업을 마친 뒤 오랜만에 어머니께 안부전화를 걸었어요. 어머니가 '나 지금 서울대병원에 와 있다'고 하셨어요.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는데, 제가 걱정할까 봐 일부러 연락 안 하신 거예요. 눈물이 났어요. '열심히 살자'고 결심했죠."

 

학생들은 모두 전남이 고향이지만, 강사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 아카데미를 주도적으로 만든 이는 서 대표다. 그는 대우그룹 부사장을 지내고 1999년 은퇴해 2002년까지 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로 경영학을 가르쳤다. 그는 "이때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보고 문제점을 느꼈다"고 했다.

 

"취업은 자격증 많다고 될 일이 아니에요. 콘텐츠가 있어야 합니다. 면접 노하우도 알아야 하고요. 특히 지방 출신 학생들은 집안이 어렵거나 서울 생활에도 서투른 경우가 많아, 내가 뭔가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서 대표가 은퇴했거나 현역인 지인들에게 "노하우를 썩히지 말고 봉사하자"고 설득했다. 합숙비·식사비 등 매년 1500만원씩 들어가는 부대비용도 강사들이 10만~100만원씩 모아서 충당했다. 거창한 주제는 물론, 사투리 교정 등 사소한 부분도 지도한다.

 

강사 김흥숙(55·칼럼니스트)씨는 "학생들이 복모음 발음이 서툴러 '의사'를 자꾸 '으사'라고 한다"며 "그때마다 '으사가 아니고 의사!'라고 바로잡아준다"고 했다.

 

외환은행 임원을 지낸 이찬웅(58)씨는 "학생들의 발표문에 '봉기' '투쟁' 같은 운동권 용어가 종종 보여 웃음이 난다"며 "학생들과 함께 젊어서 못 읽은 고전을 읽으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했다.

 

2005년 수업을 들은 학생 13명은 모두 수도권 대기업 등에 취업했다. 이후 2006~2008년까지 해마다 10여 명씩 취업에 성공했다. 이 아카데미를 거쳐 올 1월 SK네트웍스 재무팀에 취업한 홍남길(27)씨는 "입사 뒤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일 야근을 하자 선배들이 '신입사원이 아니라 경력직 같다'고 칭찬했다"며 "아카데미에서 한번 맡은 과제는 세세한 부분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습관을 들인 덕분"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6시 30분, 서 대표가 "다음 수업 때 더 준비된 모습으로 만나자"고 수업을 마무리했다. 학생들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흩어졌다. 서 대표는 "강사들이 다들 '자식 가르치는 기분'이라고 한다"며 "당장의 면접 기술도 중요하지만, 고전 독서 등을 통해 '됨됨이'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늘 강조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