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로투스 2019. 7. 25. 23:48

마을의 귀환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

 

한국에서 마을 만들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는 1990년대 중반이다. 이즈음 성수대교가 무너졌고 삼풍백화점이 붕괴됐다. 그리고 1997IMF 외환위기가 찾아왔다. ‘성장지상주의의 어두운 단면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국가는 믿을 수 없고 직장은 흔들리며 사회적 관계망은 무너졌다. 무한경쟁 속에서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던 사람들은 조금씩 다른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혼자가 아닌 타인과 더불어 사는 삶 말이다.

 

전국 최초로 마을 만들기 지원조례가 제정된 곳은 광주였다. 이어 부산, 대구, 수원, 성남, 안산, 진안 등에서 마을 만들기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뉴타운으로 상징되는 대표적인 토건도시였던 서울시에서도 2012년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마을공동체 만들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전에도 서울에서 마을 만들기 흐름이 있었지만, 천만 시민이 사는 대도시에서 주민들이 직접 주도하는 마을 만들기 사업은 주목할 만했다.

 

서울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윗집, 아랫집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살아간다.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잠자는 곳과 동의어, ‘이웃은 의미 없는 2음절 단어가 되었다. 이런 곳에서 과연 마을공동체 만들기가 가능할까?

 

21세기 마을의 개념은 근대화 이전의 개념과 다르다.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모여 살면서 이웃집 숟가락 개수까지 훤히 알 정도로 밀착된 공동체가 아닌, 사생활을 존중하면서 서로의 관심사와 필요한 것들을 나누는 느슨한 공동체.

 

마을공동체의 종류도 다양하다. 아이를 함께 키우는 돌봄 공동체로 시작해서 대안학교를 만들고 아이와 어른이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생애주기형 공동체, ‘원전 하나 줄이기를 목표로 절전운동, 에너지 축제 등을 벌이는 에너지 자립 공동체, 밀고 다시 짓는 재개발이 아니라 오래된 주거 지역을 고치고 단장해서 다시 쓰는 대안개발 공동체, ‘콘크리트 숲아파트에서 함께 텃밭을 가꾸고 먹을거리를 나누는 아파트 공동체, 지역 주민과의 관계망 형성을 통해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시장공동체, 마을공동체를 기반으로 먹고사는 방법을 고민하는 마을기업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마을공동체가 하나의 형태로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1000개의 마을이 있다면 각기 다른 1000개의 모양, 1000개의 이야기가 있다. 서울 여러 지역의 마을공동체를 취재하면서 가장 주목한 점은 마을의 지속가능성이다.

 

이웃에 놀러 다니며관계를 맺어가는 일만큼이나 중요하게 다가왔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만 기대지 말고, 마을의 재정적 자립을 확보하는 일이 필수적으로 보였다. 마을의 먹을거리 사업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