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맛

배선옥 2006. 12. 16. 22:04

   

    그  꽃밭 속


                          정윤천

 

 

    어느 이른 밤 푸른 바람 속 그 자리였던가요
    우물 앞 평상 위에 동그랗게 피었던가요
    단내음 물씬했던 속살 한 입씩 베어물면
    입술들 다투어서 꽃술로 붉었던가요
    때맞추어 지붕 위로 달꽃 덩달아 환해 오면
    싸리울 담장 가득 별꽃들도 뒤질세라 두세거렸던가요

 

    그 꽃밭 속, 오물고물 이빨 없는 할미꽃 한 송이
    희끗해진 울 아부지 주름꽃 또 한 송이
    귀밑머리가 서늘해진 울 엄니 그늘 꽃의
    꽃 그늘 아래
    누이들 사춘의 분홍물 가슴 위로
    연한 수박향의 목덜미 근처 눈길 가닿고 나면

 

    그 꽃밭 속, 내 이름도 한 송이 꽃이름이고 싶었던가요
    먼 길 휘돌아 날고픈 날개의 꽃잎 한 장
    가슴엔 듯 새겼던가요

 

    그 꽃밭 속, 우물가 평상 위로
    한 저녁의 식구들 동그랗게 둘러앉아
    영락없는 제 모습만큼씩 오종종 맺혀 있던 거…
    그 꽃잎들, 바람결에 제 향기로 일렁였던가요
    그 꽃잎들, 서로에게 동그랗게 벙글어주었던가요


         

제가 좋아하는 선상님의 시입니다.
오래간만에 들른 카페에 어느 분이 올려놓으셨기에
어머나~ 왠일~ 호들갑스럽게 가져다가 제 방에 걸어봅니다.
내 집을 무슨 남의 집 드나들듯이 슬쩍 살짝 드나들려니...
영 거시기하네요 ㅎㅎ
제가 직접 쓰는 글을 올리기가 좀 그렇지만(중간에 날라가 버려서...)
다행히 스크랩은 올릴 수 있네요.

눈오는 밤입니다.
온 몸이 여기저기 쿡쿡 쑤시는데...
어찌 컴 좀 수리해보려고 앉아있다보니 새벽이군요.
눈이 내리면서 녹는 소리가
마치 비오는 소리처럼 들리는 군요...
좋은 밤 되셔요. 여러분~
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