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게, 낮게, 소박하게

배선옥 2006. 12. 24. 14:28

달 이미지, 여름

 

배선옥

 

붉은 벽돌 속에서 청동여인들이

풍성한 가슴을 흔들며 나왔다

 

해바라기 가득한 정원에서

여인들은 익숙한 솜씨로

달을

굴린다. 팽팽하게

한낮을 실타래에 감는다

 

멀미,

노래진 얼굴로 해바라기 속으로 뛰어든

달을

긴 손가락이 꽃잎을 헤짚고 건져내

귀에 건다

 

방금 관음보살의 도톰한 귓볼을 먹어치운

달을

트림 끝에 바다가 뱉어내면

 

어미의 영토에 당당히 목선이 뜨고

물의 노래

노랗게 부서져 날린다.

 

 

처음이 아닌 거같아. 지난 번에도 이 시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별 말 없이

지나갔거든.

내 시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너무 고마워서 나름대로 어떤 변명이라도 하는 것이 내 시를

읽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어. 얼마나 시원한 답이 될런지는 모르지만 내 시를

읽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래.

 

이 시의 종류를 굳이 갈라야 한다면 상징시(=이미지시),또는 무의미시라고 해야 할려나?

이해를 위해서 억지로라도 누군가에 비교해야 한다면 글쎄 김춘수를 예로 들을 수 있겠군.

김춘수는 릴케의 영향을 많이 받았대. 그래서 다른 시들과는 좀 다른 독특한 시셰계를 보여

주고 있어. 그도 처음엔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사물의 본질을 인식하려는 시를 썼대. 하지만

이미 의미가 고착된 일상적인 언어로는 사물의 본질을 꿰뚫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군

해서, 그 후로는 단지 사물의본질을 꿰뚫는 이미지 제시에 역점을 두었다고해

글쎄... 이 시를 김춘수의 무의미시에 갖다 붙히는 게 합당한지는 모르겠다.

 

이 시는 재작년 여름인가? 원당에 있는 '중남미 문화원'에 다녀온 후 쓴 시야. 중남미 문화원은

잉카 문명과 아즈텍 문명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지. 세계화라고 해서 뉴욕과 서울에서

동시에 같은 패션이 유행을 타는 시대라고 하지만

중남미 문화원에서 보았던 잉카와 아즈텍의 유물들에 대한 강렬한 느낌은 아직도 기억이 나는군

매우 이질적이고 이국적이며 어떤 기같은 것도 느껴졌었거든. 그곳에 다녀온 후 한동안을 나는

중남미 여행을 위해서 적금을 하나 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보냈을 정도니까... 거기다

보태어 나의 이미지 형성에 한 몫했던 것들이 그곳에 진열되어 있던 중남미 화가들의 그림이었어

우리의 정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색채와 구도. 소재. 그림 속의 인물들이 나에겐 모두 새롭고

독특한 충격이었거든.

그 때 내 머릿속의 그 이미지들이 집약되었던 것이 바로 [달]이었어. 이 시는 내가 겪은 충격요소들을

이미지화 시킨 것이지.

 

이 시에 대한 해명을 그대에게 하기 전 내가 드나드는 어느 카페에 올려보았떠니 작품 속의  세계관이

어떻다는둥 상징에 치여서 의미가 죽었다는 등 자기들끼리 북치고 장구치고 난리를 떨더만서두......

이 시는 무의미시야.

굳이 나의 의식을 그대가 따라 잡아야 겠다면 [달]이라는 사물에서 느낄 수 있는 또는 [달]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을 붙잡아보라고 말하고 싶군. 예를 들면 '풍성한 가슴'과 같은......

그런 이미지들을 징검다리 삼아 주-욱 따라와 봐. 거기 길이 끝나는 곳쯤에 노랗게 빛을 내는 보름달이

보일터이고 그 달빛 아래 서있는 날 만날 수 있을 거야.

내친 김에 [만월]이라는 시까지 읽고 오시게 그러면 그대가 나를 속속드리 너무 잘 알게 되려나?

출처 : 배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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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아주 오래전에 써두었던 글이에요 ^^
제 시에 대해서 묻는 친구에게 답변이랍시고 썼던 것인데...
혹시
이글 읽는 분들이 오해하지 않으셨음 좋겠습니다.^^

해피 크리스마스 보내고 계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