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의 전화번호를 기억해내다

배선옥 2010. 1. 15. 22:44

내가 거부 당했다

 

 

배선옥



그날 나는 차라리 내 발목을 잘라버리고 싶었다. 무슨 대단한 바램을 가슴에 품었다고 그 추운 밤을 달려서 그렇게 갈 일까지 뭐가 있었으려고. 달리는 발아래선 구겨진 광고지처럼 시간들이 훌쩍거렸고 우습지. 제 철도 아닌데 도시를 칭칭 동여맨 황사의 손톱에 연신 얼굴을 할퀴면서도 돌아서지 않았던 건 왜였니. 배달되지 않은 초대장이 집사처럼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듯 되지도 않는 희망을 가지라 한 사람 아무도 없었는데도.

 

거긴 왜 갔던 거니.

제2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