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의 전화번호를 기억해내다

배선옥 2010. 4. 19. 23:58

나날들



배선옥




대체로 이만하면 괜찮게 살고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기로 한다

오늘 아침에도 흥흥 콧소리 섞어 밥을 지어먹었고 자꾸 늘어 나는

뱃살을 걱정하며 동네 앞산에도 댕겨 왔다 세상의 소음으로 부터

한 쪽 귀는 막히고 한 쪽 손도 묶어 둔 것처럼 조금 어눌하게 산들

뭐가 불편하겠느냐고 동네 양품점 앞을 지나다 쇼윈도에 비친

두툼해진 옆모습에 혀를 낼름 거려 아는 체도 한다. 4월이다.


    꽃도 피고

         꽃은 피고

              꽃만 피고


제기랄. 몽실몽실 부푼 벚꽃나무 아랠 지날 때마다 터져 나오는 기침

눈물 콧물 거기다 속을 훑고 올라오는 이 쓸개즙까지 차라리 반가워라

꽃 때문인 양 꽃 덕분인 양 내 깊은 오장육보 속에 꽁꽁 뭉쳐둔 그것들

끄집어내어 미친 척 확 끼얹어버리고 손 탈탈 털어버린들 누가 내게 뭐래

뭐랄 건데.


    


2011.05. 시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