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의 전화번호를 기억해내다

배선옥 2010. 5. 6. 11:51

블로그



배선옥



바람은 여기서 저기로 불어가야 하고 비는 반드시 저기서부터 내리기

시작할 것. 누구도, 무엇도 내가 세운 규칙을 벗어나 자유롭길 바란다면

해결책은 딱 하나. 당장 내 땅에서 나가라.


그리하여 나는 경계마다 기둥을 박았고 철조망으로 아랫도리를 가렸다

복숭아 향기 번져나는 내 은밀한 곳까지 아무도 접근할 수 없으리라


세상은 늘 거기쯤서 입술을 태워가며 발을 굴러야 해. 내가 까탈을 피우며

섬세한 손가락으로 거기, 너. 불러주기 전엔 아무도 발을 디밀어볼 수 없는

불가침의 요새


창문마다 하얀 레이스 커텐을 달고 창가엔 노란 튤립 화분도 내놓으라고?

천만에,

난 그냥 나일뿐. 맨발을 흙속에 묻고 꼿꼿하게 서서 당신들을 건너다보지

건너다보면서 싱긋 웃지. 내 웃음이 보이긴 하려나 몰라.

블로그... 있는 그대로 또 하나의 제 모습일까요? 아니면 보여주고픈 또 하나의 제 꿈일까요?
제2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