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의 전화번호를 기억해내다

배선옥 2010. 7. 29. 00:44

 

그 골목 끝


 

배선옥



자귀나무 섬세한 꽃 손들 일제히 손을 흔든다

금방 골목을 돌아 흐르는 햇볕 알갱이 흠씬 스며들어 누그러지면

간지러워라 드디어 더듬이를 펼치는

연보라색 맨발

 

어느 집 담장 안에서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능소화 꽃술처럼

발갛게 들뜬 바람결

달착지근하다


저 건너 키 큰 단풍나무 성큼 길 건너와 내 어깨에 손 얹을 때

분수처럼 후두둑 부서져 날려라

비릿한 풀 내

다만, 파랗고 파랗고 파랄 뿐인 


인주이씨 문중 산 오래 된 소나무 아래 이제 막 첫 몸을 푸는

젊은 매미의 외마디

산바라지 보자기에 식지 않은 오후를 싸며

아직 만나지 못 한 것들을 가만히 꼽아보는

주홍색 날들


그런데 내게만 너무 낯선.

제2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