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의 전화번호를 기억해내다

배선옥 2010. 10. 18. 11:23

그녀의 집엔 귀뚜라미가 산다


배선옥


세상은 아주, 아주
.....더
..........디
...............게
삮았다 나는 한껏 허리를 말고 엎드려 벌겋게 밑줄을
그어가며 촘촘한 이승의 시간들을 읽고 또 읽었다

 

자디잘게 갈린 세월은 맥없이 뱉어내는 얇은 재채기
한번에도 금가루처럼 날렸다 멀리 가지도 못 할 거면서
국수발 같은 오후의 햇살을 움켜쥐고 허우적거리다
바닥에 나뒹구는 그 하찮은 욕심들을 쓸어 모아 말끔히
병에 다시 담아주며 마술사의 주문 같은 콧노래를 은밀히
흥얼거렸다

 

콧잔등에 노랗게 들국화향이 묻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가까이에서 아람 부른 밤송이들이 폭죽처럼 터지고 이제야
등을 곧추 세우고 까치발까지 한 나는 한참을 참았던 산책에
나섰다

 

정말로 고슬고슬한 저녁이다  

에공... 가을, 저도 욕심들 말끔히 쓸어 담고 싶어요...
잘 도착하셨나요
너무 즐겁고 감사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결례한 부분이 있다면 너그러이 혜량해주시구요
이 가을 건강의 충만 행복가득한 시간들 되시길요
제2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