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의 전화번호를 기억해내다

배선옥 2011. 4. 25. 11:46

 

빛, 빛깔, 빛살

 

 

 

배선옥

 

 

 

안개가 내내 주변을 기웃거렸다 오늘따라 유난히 늦장을 부리는 하얀 뒷모습을 보며 나는 또 어떤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할는지 잠시 아득해졌다 그 여자 저 아래 산 구비를 돌아나가는 긴 시선에 걸어놓은 목련 빛 머플러가 내 갈비뼈에서 자꾸만 펄럭였다 아프다 연화대 위의 해수관음보살님 착착 감긴 옷자락 살짝 흔들릴 때마다 수줍은 봄쑥들 뾰족이 손가락을 내밀었다 그 작은 얼굴에 손대자마자 손톱 밑으로 스며드는 당혹스러운 풋내를 어찌 할꼬 세상 모든 냄새에 저절로 색깔 입혀지는 이 눈부신 날들의.

제2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