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의 전화번호를 기억해내다

배선옥 2011. 7. 19. 00:57

어미(婦)

 

 

배선옥

 

 

그러니까 그 여자 대부분은 말린꽃처럼 얇더란 말이지 부서지면 상처마다 피 흐를까봐 조심스럽더란 말이지 넘어져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유리 같은 고집스러움이 걱정되지만 어쩌겠어 호주머니에 든 연고만 만지작거리다말더란 말이지

 

어긋남을 용납하지 않는 완고한 모서리들을 단번에 틀어쥐고 그녀 또 어디론가 가더란 말이지 화들짝 놀란 바다가 허파를 부풀려 공기를 채우느라 몸을 뒤척이는 사이 열대야를 준비하느라 낮잠은 깊고도 또 깊어지더란 말이지 얇은 손가락에 발기발기 뜯겨져 나간 숫자를 나 몰라라 내팽개치고 달력마저 도망쳤다고 수상한 소문들이 몽실몽실 피어나더란 말이지 그녀 소문들 주어다가 똘똘 뭉쳐서 망치로 냅다 부쉈단 말이지 세상이 겨우 눈뭉치처럼 부서졌단 말이지 그 소리에 놀라 오래도록 귀울음 사라지지 않았단 말이지

제2시집
2012년 5월 시문학 소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