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떠주는 女子

배선옥 2015. 1. 3. 20:33

아내 2

 

 

배선옥

 

 

문득 잠이 깬다

아내의 베개가 비어있다

급히 일어서는

무릎뼈에서는

겨울바람에 굴러가는

낙엽소리

 

늦은밤.

거실 바닥에

다릴 모으고 앉아

아내는 지금 술을 마신다.

“빈속에 술 마시면

속 버린다니까.“

잡아먹을 듯 잔소리를

퍼붓던 그녀가

오늘밤엔 소리도 없이

깡술을 마신다.

 

 

소리를 죽인

텔레비전에선

젊은 연인들이

시원하게 웃고 있는데

무심한 눈빛으로

아내는 작은 잔에

세월을 따르고 있다

 

염색물이 빠진

그녀의 머리카락에선

뚝. 뚝. 뚝.

 

공과금처럼

금새 돌아오는 보험료와

아이의 학원비와

늘 모자라는 생활비와

꼬깃꼬깃 구겨진

내일이 떨어져

 

홍건하게 바닥을 적시는데

아내의 눈빛은 지금

어느 시절 속을

달리는 걸까

 

되감기 버튼을 누르듯

꼭꼭 눌러서 따른 술을

소리도 없이 마시며

 

오늘 밤엔

아내가

조용조용 울고 있다.

 

늘 좋은 포스팅 항상 감사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