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맛 KAMA저널 2013-2015

배선옥 2015. 1. 6. 16:24

행복의 조건 / 조지 베일런트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희 내다뵈는/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 행복’]

 

아무 일정이 없는 일요일엔 종일 배를 깔고 누워 리모컨을 귀찮게 하거나 그동안 못 본 책들을 뒤적이기도 한다. 시간은 아주 천천히 흐르고 식구들과 늘어지게 낮잠을 자기도 한다. 한낮의 느긋함 속에 잠시 달콤한 오수를 즐기는 남편과 아들의 모습은 익숙한 풍경인 만큼 큰 감흥을 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마음을 뿌듯하게 채워주는 무엇. 나는 이 느낌을 행복이라고 부른다.

 

하버드 대학교. 인생성장보고서라는 소제목이 붙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 자신에 대해서 참으로 많이 돌아다보았다. 이 책은 하버드 졸업생. 이너시티 출신자. 아이큐145이상의 여성으로 나뉜 세 그룹 814명의 성인 남녀의 삶을 70년간 전향적으로 추적 조사한 보고서다. 책에서 소개하는 사례의 주인공들은 현재 최소한 75세 이상 아니면 80세 이상의 노인들이다. 그들이 살아온 삶의 사례들을 읽으며 행복이라는 개념도 좋았지만 품위 있는 노화에 대한 것이 더 많이 가슴에 와 닿았다. 결국 행복이란 잘 살아서 잘 늙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같은 수준의 삶의 방식에 대한 지표분석에선 하버드생들이 이너시티출신 그룹보다 높은 점수가 나왔다. 이는 젊은 시절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극복할 수 없는 겝(gap)이 인생엔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젊은 시절의 인내심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언급이나 75세 이후의 인간관계를 결정하는 것은 47세 까지 만들어 놓은 인간관계가 기반이 된다는 등의 부분들은 정말로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인간은 유년기에만 성장하는 것은 아니며 성인이 되어서도 발달한다. 아이처럼 지속적으로 발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인으로서 이루어야 할 여섯 가지 발달과업에 대한 설명은 의미 있다.

1. 정체성: 부모로부터 독립된 자기만의 생각, 즉 자기만의 가치, 정치적 견해, 열정, 취향 등을 가지는 것.

2. 친밀감: 자신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에게 까지 관심을 확대해야 한다.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자질을 기반으로 성취된다.

3. 직업적 안정: 이 과업을 이루려면 개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서 더 나아가 일의 세계에서 사회적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일 또는 취미가 직업으로 변화되는 데에는 만족, 보상, 역량, 헌신이라는 네 가지 결정적 기준이 존재한다.

4. 생산성: 다음 세대를 헌신적으로 지도할 만한 능력을 갖추었을 때 성취되는 과업. 자기보다 나이 어린 사람들을 보살피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상호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기반으로 성취된다.

5. 의미의 수호자: 과거의 문화적 성과를 대변하고, 과거의 전통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단체나 조직, 모임을 이끈다. 어느 문화에나 볼 수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역할을 예로 들 수 있다.

6. 통합: 에릭슨에 의하면 세상의 이치와 영적 통찰에 도달하는 경험’. 에릭슨이 제시한 통합의 미덕은 바로 지혜. 지혜 덕분에 우리가 죽음 앞에서 생명에 대해 초연해 질 수 있으며 신체적, 정신적 기능이 쇠퇴해 가더라도, 지혜를 통해 꾸준히 통합을 경험하고 배우고 성취해 나갈 수 있다.(page88-94 부분 발췌)

 

생산성 부분에서 불현듯 저자는 당신은 자녀들에게서 무엇을 배웠는가?’라고 묻는다. 돌아보니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에게서 사랑신뢰를 배웠다. 때론 냉정하게 아니, 야박하다싶게 채근하는 어미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나에게 늘 사랑하는 마음과 끝없는 신뢰를 보여주었고 덕분에 내가 늘 행복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자가 제시하는 75세에서 85세 사이에 가져야할 특성을 살펴보면 품위 있게 나이 먹는다는 것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될 거 같다.

 

첫째, 그들은 다른 사람을 소중하게 보살피고, 새로운 사고에 개방적이며, 신체건강의 한계 속에서도 사회에 보탬이 되고자 노력했다.

둘째, 그들은 노년의 초라함을 기쁘게 감내할 줄 알았다.

셋째, 그들은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늘 자율적으로 해결했으며, 매사에 주체적이었다.

넷째, 그들은 유머감각을 지녔으며, 놀이를 통해 삶을 즐길 줄 알았다.

다섯째, 그들은 과거를 되돌아볼 줄 알았고, 과거에 이루었던 성과들을 소중한 재산으로 삼았다.

여섯째, 그들은 오래된 친구들과 계속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page418-419 부분 발췌)

 

이 책에선 명확하게 구별을 짓거나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어떤 지표는 제시되지 않았다. 어떤 것이 행복의 조건이며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인지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표본 집단의 사람 중엔 유복한 집안에서 성장하고 최적의 조건을 누리며 최고의 학부인 하버드를 졸업했지만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사람도 있었고, 열악한 환경의 이너시티에서 성장했으며 그 삶도 평탄하지 않았으며 자리를 잡는 데 오랜 노력과 시간이 걸렸지만 그야말로 품위 있게 나이든 사람도 있었다. 정말로 우리 속담에도 있듯이 관 뚜껑 닫을 때까지 아무도 알 수 없는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으로 인생은 열심히 살아볼 가치가 있는 것이고 우린 또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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