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거창한 詩쓰기

배선옥 2015. 1. 17. 00:24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혹은 나에게 보내는

 

오늘 아침 당신의 편지를 다시 열어본다.


당신의 편지를 열 때면 항상 그렇지만 나는 긴장한다. 그것은 당신의 편지엔 내가 첨 보는 바람 소리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당신의 편지에서는 우수수 모래알 같은 것이 떨어진다.


대상(對象)의 흩어짐에서 떨어지는 모래알…… 대상을 모이지 못하게 하는 해체의 모래알…….

 

시는 아무래도 ‘집중’이다.

 

김수영이 말한 ‘집중의 동물’이 시이다. 내가 동물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명사를 붙이는 이유는 잘된 시의 대상은 항상 꿈틀거리는, 살아 있음이기 때문이다. 살아 있지 않음은, 꿈틀거리며 살아 있지 않음은 우리를 끌어당기지 못한다. 잘된 시 속에서 한 마리 게는 살아서 느릿느릿 기어가고 있으며, 한 마리 개미도 살아서 땀을 뻘뻘 흘리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김씨도 그 순한 얼굴로 한숨 쉬며 살아 있으며, 한 송이 꽃도 이슬을 튕기며 살아 있는 까닭이다.

 

당신의 시작 공간은 늘 살아 있다. 살아 있어야 한다. 살아서 움짓움짓 변형되어야 한다. 그렇다. 시는 동물이다. 그건 살아 있다. 그러나 당신이 적당한 언어를 거기에 붙여주기 전에는 모래알에 불과한 살아 있음이다. 그 모래알은 지나가는 새가 밟아주어야만 한다. 지나가는 새가 밟으면서 자기의 발그림자를 거기 남겨주어야만, 남길 수 있어야만 한다.


  그렇게 하면 당신의 모래알은 바닷가의 의미 있는 모래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거기 그 새는 있었다. 단풍잎 같은 빨간 작은 발로 모래 위를 걸어다니고 있었다. 그 새는 마치 무슨 생각이라도 하는 것처럼 모래 위에 한참 서 있다가 다시 걷곤 하였다.

  

두 개의 단풍나무 가지 같은 다리, 작은 세 개의 발톱 사이에 붙은 단풍잎 물갈퀴. 모래 위에는 小자 모양의 작은 흔적이 새겨졌다. 그러다 파도가 밀려오면 그것은 물 위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아주 쉽게 그 변화는 이루어졌다. 어쩌면 그렇게 쉽게 주저앉아 물위에 동동 뜨는지......


그러다 파도가 밀려가면 그것은 다시 모래 위를 小자를 그리며 걸어갔다. 그리고 다시 파도 위에 주저앉고, 동동 뜨고…… 우연…… 변형…… 필연…… 삶. 거기에 당신의 사진기를 대어라. 즉석사진기를 대어라.

  

즉석사진을 찍어보았는가. 그것이 처음에는 그저 하얀 사진지에 불과하다가 당신이 몇 발자국 걸음을 옮기면 희미한 그림자 같은 것이 하나 나타나고, 몇 발자국 또 옮기면 얼굴이 나타나고, ……웃음소리가 보이고……, 그러는 어느 순간 당신의 몸체가 나타나 있게 하라.  시는 그런 살아 있는 사진­동물이 되어야 하리라. 동물­사진이 아니라 사진­동물. 그런 시를 위해서 나는 오늘 몇 개의 원칙을 제시해보리라.


 

'우연의 고리를 잡아라' -그 고리는 이미지이다.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의 힘이다. 이미지와 이미지가 만나면서 일으키는 형상(形象)의 스파클. 그리하여 그 고리는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어준다. 벽에 박힌 우연의 못 하나가 그 벽을 살아 있는 벽으로 만들 듯이. 당신의 언어 사이에 이미지를 앉혀라. 당신의 언어가 이미지가 되어 또 하나의 이미지의 옷을 걸치게 하라. 그럴 때 그 이미지는 언어의 못에 걸려 펄럭이게 되리라. 당신의 벽은 이미지의 다리를 건너 타인의 사막에 가 닿으리라.

 

 

'장애물을 만들어라' -그 장애물이 당신을 도약하게 할 것이다.


약간의 장애물은 언어에 힘을 준다. 언어가 넘어갈 길을 만들기 위하여 언어를 흔들 것이다. 언어를 흔들어 언어의 의자를 만들 것이다. 이미지가 앉을 의자를. 당신의 현재의 삶도 약간의 장애물이 있다면, 아마도 가능하다면, 소외시킨다면…… 시가 실은 소외의 힘이라는 것을 이해하겠는가.

소외가 실은 무수한 타인들을 연결시켜준다는 것을.

 

 

'들여다보아라, 사과 하나라도, 개미 한 마리라도, 그런 다음 위의 것들을 잡아라'

-진정한 포착을 실천하여라.

 

당신의 눈은 현미(懸微)의 렌즈가 될 것이다. 현미의 렌즈가 되어 보이지 않는 것을 볼 것이다. 망원(望遠)의 렌즈만으로는 진정한 포착을 실천할 수 없다.

 

 

'기다려보라. 일출과 일몰을'

 

일출을 기다려보았는가. 빠알갛고 빛나는 해가 수평선 너머라든가 또는 산 너머로 빼꼼히 일어서는 것을 기다려보았는가. 흐린 구름층이 두껍기라도 한 날에는 한참을 있어야 구름 위로 해가 일어선다. 그 일어서는 해를 기다려보았는가. 또는 일몰을 기다려보았는가. 흐린 구름에 얽혀 산 너머로 지는, 또는 파도의 얼굴을 전부 물들이며 사라지는, 그러나 그럴 때 해는 얼굴을 바알갛게 붉히며 더욱 열심히 일어서려고 하는 것을, 또는 산 너머에서 일어서고 있는 것을…… 그런 해의 사라짐을 기다려보았는가.  또는 애꾸눈의 노파를 보았는가.

 그 애꾸눈의 노파는 ‘장미화점’이라고 써붙인 한 점집 안에 있었다. 그 점집은 바깥에서 들여다볼 수 있도록 유리문으로 되어 있었는데 안에서는 한 눈을 감은 그 노파가 계속 손을 비벼대고 있었다. 마치 무엇인가가 보이는 듯이. 그렇게 한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그 점집 곁에는 또 하나의 다른 점집이 그런 유리문을 달고 엎드려 기다리고 있었다. 그 집들이 들어 있는 건물은 일본식의 낡은 건물로 ‘건강, 신수, 이사, 행복, 집 나간 이를 찾습니다……’ 같은 간판들이 가득 붙어 있었다.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시의 기다림에 비하진 못하리라. 그렇게 당신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소리를 그려라'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당신의 붓으로 백지 위에 그려라. 그럴 때 당신의 원고지는 말하자면 보청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언어로 들리게 하기 위해서 의태어들을 쓰는 것은 안 된다. 의태어들을 쓰지 않으면서 들리게 하여라. 그것이 리듬이다.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에서 넘쳐나오는 리듬. 이 모두를 위해서 당신은 매일 릴 낚시를 하여라


 세상 바다에 당신의 낚싯대를 던져라. 당신의 낚싯대에 어떤 감촉이 전해올 때에 당신은 한 마리 등 푸른 물고기를 건져올리듯이 그 푸른 언어를 또는 그 푸른 이미지를 건져올릴 것이다. 당신의 사유의 낚시 위로 올라올 때 그것은 우연의 얼굴을 하고 있으리라. 우연이 당신의 손에 푸르르 떠는 감촉을 전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얼른 필연이 될 것이다. 당신의 시 속에서.

당신은 '무엇을 써야 할까' 를 내게 물었다

 

  그러나 위와 같이 살아 있는 시를 쓴다면, 사실 시는 매일 당신 앞을 걸어다니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포착하지 않았을 뿐. 당신이 그 아까운 생명의 울음들을 모래알로 흩어지게 하고 있었을 뿐.  어디서인가 한 말을 나는 다시 해보고 싶다. 시를 쓰는 당신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야 한다. 들리지 않는 것을 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 세상 모든 이에게 보이는 것은 제발 보이지 않게 하여라. 이 세상 모든 이에게 들리는 것은 제발 들리지 않게 하여라. 당신에게 오늘 나의 시 하나를 보내고 싶다. 나의 시가  당신을 저 바람 소리처럼 위무할지는 모르겠지만…….

 

 

좋은글에 머뭅니다 회떠주는 여자님 늘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활기찬 주말되시며
즐겁고 행복 하시고
기쁨이 함께 하세요
감사합니다 ~***
김영래 선생님 댁이 궁금해서 강마을로 건너가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삶의 한 자락이 또 그곳에 있네요^^
자주 마실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잘 보내셨나요 회떠 주는 여자님!!^^ 날씨가 바람이 몹씨 추웠어요 용산에서 동네 오니 오히려 춥지 않아요 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