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맛 3

배선옥 2015. 1. 20. 16:51
트라우마 사용설명서 트라우마 사용설명서
마크 엡스타인, 이성동 | 불광출판사 | 201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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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사용설명서 / 마크 엡스타인

 

 

트라우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심각한 외상을 보거나 직접 겪은 후에 나타나는 불안장애를 의미한다. 전쟁, 사고, 자연 재앙, 폭력 등 환자가 겪은 심각한 신체 손상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경험을 의미한다. 환자들은 이런 외상적 경험들에 대하여 공포심과 더불어 아무도 도와 줄 수 없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또한 반복적으로 사건이 회상되고 다시 기억나는 것을 회피하려고 애를 쓰게 된다.

 

쌀쌀한 겨울날의 하루를 산다. 어제 본 뉴스에서는 겨울의 가장 추운 날이 전반적으로 열흘정도 앞당겨졌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현상이라고 하면서 이는 점차 겨울이 짧아지고 있는 증거라고 했다. 오늘이 대한大寒이다. ‘소한이 대한네 집에 놀러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옛말은 이제는 신빙성을 잃어버린 말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올해에도 소한 무렵이 가장 추웠다고 한다. 얼마 안 있으면 입춘이고 이렇게 겨울이 간다. 우리 마음속의 겨울도 환경의 지배를 전혀 배제할 수 없는 것이라면 이제 서서히 물러가고 있는 겨울을 벗어버리고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일반 인구의 8%가 평생 동안 한 번 이상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 어렸을 때 경험한 심리적 상처, 경계선 성격과 같은 성격 장애, 부적절한 가족, 주변의 지지 체계 부족, 여성, 정신과 질환에 취약한 유전적 특성, 스트레스가 되는 생활의 변화, 과도한 음주 등이 트라우마의 위험인자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어떤 외상적 사건에 의해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외상을 경험한 모든 사람에게서 병이 발병하지는 않는 것을 고려하면 이 질병의 원인은 단순히 외상만은 아니고 다른 생물학적, 정신 사회적 요소가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도 생각된다.

[daum ‘지식에서 부분 발췌]

 

트라우마는 주변인들의 사례보다는 몇 몇 영화를 통해 알게 된 지식이 전부이다. 하여, 내가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 전엔 나에게도 트라우마가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주변에서 어줍지 않게 주워 모은 정보들이 왠지 트라우마라고 하는 낱말 자체를 병적인, 병명을 가리키는 용어로 받아들이게 했으므로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관계가 없는 낱말일 거라는 편협을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

 

어릴 적에 자신의 내면에서 저절로 생긴 마음의 상처가 만약 적절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생긴 것이라면 트라우마로 남는 경우가 드물며, 설사 트라우마가 되었다고 해도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또 이런 환경에서 생긴 마음의 상처는 병리적인 원인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고통 그 자체가 병리현상은 아니다.(page71)

 

고통 그 자체가 병리현상은 아니라는 저자의 말은 당연한 말이군 하는 생각을 하게 하지만 나의 상처를 한결 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용기를 줄 것 같다. 하지만, 적절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생기는 상처란 또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과연 그런 상황에서 상처를 만든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건 아마도 부처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되어 진다. 한 나라의 왕자로서 부족함이 없던 시절의 그였지만 태어나서 7일 만에 어머니를 여윈 아픔을 말 하는 것 같다.

 

트라우마는 우리 삶에 깊이 침투하며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삶을 지속하는 바로 그 장소에 트라우마는 항상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래서 붓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라고 가르쳤다.(page16)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라나의 현실 속에서 비로소 존재감을 드러내는 트라우마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한동안 나는 미친 듯 책에 빠져 살았었다. 책이 취미이고 책이 나의 특기라고 우스개 소리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 어느 지인께서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던진 한 마디 나에겐 결핍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 결핍을 메우기 위해 고분군투하는 모습이 짠하다고. 그 말을 들으면서 정신이 번쩍 나던 기억이 있다. 그것이 바로 현실 속의 나였으며 트라우마의 존재감이었던 것이다.

 

트라우마는 자아를 이해하는 방식이자, 자아에서 빠져나오는 출구다. 자유로워지고 자기 삶에 친숙해지기 위해서는 난관이 있더라도 자기를 있는 그대로 체험해야 한다.(page33)

 

그 결핍의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운가라고 나는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 결핍으로부터 빠져나와야 나는 세상의 눈초리에 조금 관대하게 반응할 수 있을 테니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트라우마로부터 빠져나오려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알겠다. 나는 여전히 나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에 매우 강하고 격렬하게 반응하는 자아를 가지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의사라도 환자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모든 환자는 자신의 상처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page45)

 

모든 환자가 자신의 상처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면 결국은 스스로 노력해야지만 깊은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소리가 아닐까? 저자의 이 말에 나는 잠시 길을 잃는다. 그렇다면 의사는 어떤 역할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침묵하는 표지판이 되어주려고 하는가?

 

우리 삶은 불타고 있다. 우리 삶은 얼마나 덧없이 빨리 사라져버리는가! 우리는 이를 알고 있지만 인정하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아주 집요하게 탐욕, 분노, 집착에 매달린다. 붓다는 이를 세 가지 불이라고 불렀다.(page67)

 

세 가지의 불인 탐욕, 분노, 집착에 관한한은 작금의 돌아가는 현실이 이보다 더 잘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의 삶이 불타고 있다고 하지만 돌이켜보건대 우리 각자의 삶은 스스로 무엇인가를 결정지을 아무런 힘도 없다는 절망적인 생각을 잠시 해보기도 한다. 있는 자와 없는 자의 경계가 이렇게 멀고 깊은 현실에서 부처가 살던 시절의 진리는 이제 좀 수정되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나는 감히 묻고 있다.

 

슬픔에는 결코 정해진 틀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그것이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고 믿을 이유도 없고,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해서 자신을 책망할 필요도 없다. 슬픔은 계속해서 뒤집히고 뒤집힌다.(page324)

 

슬픔은 계속해서 뒤집히고 뒤집힌다는 이 말을 천천히 곱씹으며 그러니 슬픔도 견디면 가기 마련이고 그 다음에 부딪힐 슬픔은 그런대로 견디면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니, 오늘 슬프다고 몸부림치지 말 것.

 

6년간의 고행과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자기 분석을 수행하고 수년이 흐른 뒤, 붓다는 자신의 깨달음을 성취한다. 붓다가 고통의 보편성을 선포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붓다의 가장 혁명적인 선언은 결코 고통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가 기쁨에 대해 말한 것이야말로 가장 혁명적인 것이었다. 인생의 진정한 본질은 축복이라고 붓다는 말했다.(page131)

 

인생의 진정한 본질은 축복이라는 말을 만나기 위해 참으로 머나먼 길을 걸어왔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나는 모든 생명은 살아있음으로 아름답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통이니 슬픔이니 하는 단어들도 그것들이 살아서 꿈틀거리며 여기저기 마음을 헤집고 몸뚱어리를 찔러댈 때 비로소 느껴지는 것들이다. 아프지 않고 괴롭지 않다면 이미 고통도 아니고 슬픔도 아니겠지.

그러니, 그런 괴로움들을 견딜 힘이 조금 생기는 것도 같다. 뒤집히고 뒤집힌다 했으니 오늘의 어려움을 좀 참아보는 거다. 인생의 진정한 본질은 축복이라고 했으니 아이러니 하게도 괴로움을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세포를 소유하고 있음을 기뻐해보는 거다. 축복이 조금 더 가까워지려나.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