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맛

배선옥 2017. 4. 10. 13:01


[인천의 시인 1]

신발

정경해


이른 아침 현관에 들어서니
어머니의 신발 한 켤레
구부정히 앉아 있다

새벽기도를 다녀오셨는지
가지런히 두 발 모으고
묵상 중이다

희끗희끗 서리 앉고
주름 깊게 패인 모습으로
무릎 꿇었다

진흙이 검버섯으로 피어
못 다한 간구하듯 하늘을
우러르고 있다

삼백예순날 캄캄한 새벽
눈물 자루 무거워
뒷굽 관절이 다 닳았다

돌아오지 않는
아들 위한 기도로
온 몸이 까맣게 탄 채

퉁퉁 짓무른 눈
현관문 열어 놓고
소금 꽃 하얗게 불 밝혔다

밤새 세상을 떠돌던 내 신발,
마른 잎처럼 서성이는데

발바닥 지문 사라진
어머니 신발

아랫목으로 다가와
내 신발 감싸 안는다

뭉클,
어머니 신발 곁에 앉아
두 발 모은다

그분,
때 묻은 내 신발도 받아주실까?




책꽂이 정리를 해보니 인천의 시인들에게 받은 시집만 해도 족히 책꽂이 너댓 칸이 넘어간다. 20년이라는 시간에 비해서는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 이미 돌아가신 분들의 시집도 꾀나 있어서 나중에 史料로 쓰일 수도 있겠다싶다. 오래전 작고하신 이석인 선생님의 시집 齒痛엔 배선옥시인에게 라고 쓰신 친필 메모가 아직도 여여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시간의 흔적들.
스스로에게 한 약속대로 인천의 시인들 시를 백 편 소개해 볼 참이다. 물론 필사도 할 것이고...인천에도 짱짱하게 시 잘 쓰는 시인들이 많다. 뭐 내가 무슨 대단한 사람도 아니니 많이야 읽힐까싶지만서두 이렇게 한 켠에 우두커니 서 있는 시의 손을 잡아끌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겠다싶다. 그 첫번 째 시인은 정경해 시인이시다. 눈여겨 봐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