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맛

배선옥 2017. 4. 12. 12:56

[인천의 시인 3] 
 
골목을 걷다 
 
김미옥 
 
벽과 벽 사이 골목을 걷는다
나는 이 골목에서 17년산 포도주 같은 사람
지린내 나는 모퉁이를 돌아서면
누군가 자반고등어를 굽는지
벽에서 짠 소금 냄새가 새어 나오지
바람은 생선 냄새와 고양이를 데리고 다니고
깨진 유리창에 검정 테이프가 덮개를 이룬
나는 이 냄새나는 골목이 좋아
오래된 종이돈에서 나는 새우젖국 같은
울컥 신물이 올라올 땐
조개무지로 돌아가고 싶어
치어들이 물살을 이기고 들락날락하던
그리운 소금의 시절
어쩌면 이 골목은 뫼비우스의 띠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지 모르지
혀는 선인장처럼 말을 잃어버리고
누군가는 눈알 빠진 곰 인형에 민들레를 꽂아놓기도 하지
골목 끝 초록 철대문집 담장 너무 산수유나무
말문 터진 운둔자처럼 만개한 오후
조개무지로 돌아가고 싶어
따듯한 젖무덤의 시절




오랜 지인인 미옥시인의 시를 소개한다. 첫 시집 [북쪽강에서의 이별]에 수록된 시이다. 내 기억 속의 그녀는 늘 27살. 이상하게도 나에게 젊은 여자란 스믈 일곱 그리고 젊은 남자는 서른 여섯인바 이 나이 전은 어리고 이 나이 이후론 그닥 나와 동떨어진 세대라는 생각이 안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우리의는 그녀가 서른이었다라고 하는 그녀의 스믈 일곱쯤이다


  • 그녀의 시들은 달달하기 보다는 손톱아래 박힌 가시처럼 아리다 가끔은 무소르그스키의 음악을 듣는 것같기도 하고 2월 양지쪽의 햇살처럼 묽으며 맑은 슬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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