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맛

배선옥 2017. 4. 13. 08:09

[인천의 시인 4]

 



고경옥

...

손등 위에 앉아 있던 바람이 은빛 잉어에게 잡아먹히는

이빨에 낀 이름 하나 뽑아내는

단단하게 옹이 진 달이 머리 풀고 자궁 속으로 도망치는

잠든 하늘을 건드리며 소주잔이 발뒤꿈치 들어 목 빼는

왼쪽에서 두 번째 가로등이 붉은 눈알이 되는

노래가 갈비뼈에 바둦치다 바이올렛으로 흐르는

네 혀가 부끄럽게 몸을 녹이는

언뜻 살이 보이는 찢어진 청바지가 눈부신 비늘이 되는

가려운 목소리가 별이 되는

은행나무가 서서 벌이는 정사를 모래 훔쳐보는

밤이 밥이 되고 밥이 몸이 되고 몸이 사랑이 되는 밤




여자여자~이거나 분홍분홍~이거나 블링블링~이거나. 나의 기억 속에 경옥시인의 이미지는 그렇다. 도발적이면서 나긋나긋한. 사람을 늘 보았으면서도 이름과 줄긋기를 못 하는 나라서 경옥시인을 오래 보았던 듯 한데 정작 알게 된 것은 몇 년 되지 않았다는...그러니까 그녀에 대한 느낌은 늘 새롭고 시선하다는 얘기. 또한 그녀의 시들도 역시 그러하니...

이 시는 시집 [안녕, 프로메테우스]에 대미를 장식하는 시이다. 이 시집엔 내가 좋아하는 '309호 여자'와 '여행 준비'가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시어들이 에로틱하고 발칙하다고 누구는 눈을 흘기기도 하지만 나는 그것 또한 경옥시인의 경옥시인만의 색깔이라고 보는바, 슬쩍 그녀의 시들을 읽으며 왠지 통쾌하고 즐거울 따름이다.

그녀의 시는 외설스럽지 않고 난잡하지도 않다. 오히려 사물의 특질을 슬쩍 성(性)적 언어를 끌어다 얹을 수 있는 그 발칙함과 경쾌함이 마음에 드는 바, 다음 시집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