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맛

배선옥 2017. 4. 14. 07:59

[인천의 시인5]

감꽃편지


류종호


...

누님 그땐 참
감꽃이 숱하기도 했어요
누님 성화에 맹한 눈 뜨고 일어나
사립문 밖 두엄더미에 오줌누고 돌아서면
고만고만한 농찬 감꽃이
길바닥에 노랗게 떨어져 있었지요
누님은 풀꿰미 가득 꿰어
제 목에 걸어주곤 하였지만
전 혓바닥이 하얘지도록
떫은 감꽃 잘도 먹었어요
지금이야 누가 감꽃을 줍기나 할라고요
얼마나 달디단 게 입맛을 돋구는데요
물 건너온 별의 별맛에
낼름낼름 혀가 감겨서
할말도 못 하고 우물거리는 세상인데요
영어만 들입다 써 갈긴
과자봉지 손에 들고
얼마나 호젓하게 길 걷는지 아세요
세상이 참 좋기도 하지요
기사식당 일은 고되지 않으신지요
한번 찾아뵙는다는 것이
생각같지 않네요
두 애는 잘 논답니다
마당가에 감꽃이 떨어져
꺼뭇꺼뭇 말라 뒹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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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의 12월. 1993년의 그는 2002년의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여전히 싸~한 박하냄새. 문득 그가 스킨같ㅇ은은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이 시를 수록한 그의 시집 [감꽃편지]의 어느 페이지에는 나의 메모가 적혀있다. 그리고 또 2012년 그리고 다시 2017년 어쩌면 류시인과는 퍽 오랜 인연이지싶지만 왠지 좀 어렵고 왠지 좀 멀리 있는...

류시인의 시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 <감꽃편지>를 이 아침 읽어본다. 기사식당 일은 고되지 않으신지요...이 대목은 이상하게도 읽을 때마다 마음 어느 한 쪽이 싸해지거나 왈칵 목젖을 건드리는 무엇이 있는바, 시인의 진심이 시 속에 스며들어 시를 읽을 때마다 샘물처럼 뽀글뽀글 산소방울처럼 물기들을 마른 땅으로 내보개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하여, 이 시는 진심으로 씌여진 시를 만난다는 거..그리고 진심으로 시를 쓴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시다. 나의 시들은 과연 얼마나 진지하고 진솔하며 진심을 다 하고 있는가 되짚어본다. 오늘은 벚꽃 그늘 아래서 시 한 편 쓰고 싶은..그런 금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