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맛

배선옥 2017. 4. 17. 08:15

[인천의 시인 6]

돌멩이

...
이상은


국도 옆 허름한 국수집 마당 한 켠
버드나무가 밑으로 자라고 있다
가지에 쓸리며 납작 엎드린 기억을 긁어모아
친친 감으며 단단해 지는 돌멩이 하나
몇 억년 잠 속에서 부화된 꿈의 부스러기였어요

새들은 꿈을 물어다
하늘에 묻는다지 밤이 되면 빛나는 까닭은
버려져도 썩지 않는 꿈들의 본성인 거야
어둠처럼 한번쯤
환한 곳으로 밀린 잠을 자러가고 싶었던 적 있었지
벗어둔 신발 옆 납작 엎드려 있어도 되는지
생은 그렇게 공손한 일이라고
잠깐 기도 할 시간을 주실 수 있는지요
햇볕을 털어 널어놓은 빨랫줄 아래
바닥을 기던 꿈들이 빳빳히게 말라
하늘에 오를 때까지
땅을 받치고 있겠다는 단단한 약속

부려지는 일이 전부일수도 있는 떠나는 일이 전부일수도 있
는 발에 채이는 일이 전부일수도 있는 낮은 숨으로 태어나 생
을 시작하는 억울한 매듭들 한번 햇살에 비춰보면 꿈의 물컹
한 가슴이 있다는 단단한 기록을 읽는 저녁, 지금 저마다 안
으로 안부를 잠그고 지평에 기대 사는 등신불, 완곡어법으로
자라는 돌멩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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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면서 창밖으로 보이던 옥구공원의 봄 풍경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었다. 토.일요일 자리를 비운 사이에 옥구공원의 봄이 활짝 피어 주변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날은 흐렸는데...그 흐림 속에서 만나는 이 밝음. 늘 조용하고 말이 없는 이상은 시인의 시를 읽는다. 조금 건조한 듯 또는 잘 풀어놓은 수학문제를 보는 느낌이다.

깊은 침전이 있는 그 속으로 들어가보려 한다. 오늘 하루는 이상은 시인의 시집 [어느 소시오패스의 수면법]을 가끔 뒤적이면서 보내리라 계획을 세워본다. 하긴, 이미 다 읽었으니 천천히 다시 한 번 음미를 하는 그런 순서가 되겠지만...이상은 시인의 시집을 읽다보니 '~왔다'라는 단어가 마음에 남는다. 이시인이 받아들인 것들의 정체 그 마음이 또한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