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맛

배선옥 2017. 4. 18. 08:13

[인천의 시인 7]
누가 내 식탁들을 흔드는가
-달팽이


...
이정



   그가 우리들의 푸른 식탁들을 벤다 푸른 상추잎이
우리들의 식탁이다 그는 내 식탁들을 따서 그의 식탁에
올릴 모양이다 나는 내 식탁들과 함께 둥근 그릇 속에
담긴다 쏴아- 그가 수도꼭지를 틀고 싱크대 앞에 나
의 식탁들을 흔들어 씻는다 식탁에서 떨어진 나는 물속
에서 허우적거린다 아찔 현기증이 난다 물에 빠진 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숨겨
둔 흡반을 나의 식탁 위에 붙이고 매달린다 나는 나의
식탁과 함께 다시 소쿠리 속에 담겨진다 그는 무척이나
시장했던지 상추 잎 속에 웅크리고 있는 나를 미처 알
아채지 못 한다 나의 식탁에 쌈장을 바르고 오므리는
그의 손길이 바쁘다 툭 불거진 그의 목뼈가 오르내리는
걸 보며 나도 시장기가 동한다 정신을 차려야지 ... ...
나는 용의주도하게 나의 식탁 위로 천천히 올라간
다 ... ... 머리를 꼿꼿이 들고, 더듬이를 올리고!
그 때, 그가 날 보았다 휘둥그래진 그의 눈 속에 서늘
한 바람이 이는 걸 보는 순간, 순식간에 나는 식탁 채
창밖으로 내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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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작고하신 이가림 시인께서 내게 관심을 가져주신 적이 있었다. 하여 시인의 작업실로 일주일에 한 번씩 공부를 하러 댕기기도 했는데 공부방에 연연하던 나는 끝내 선생의 관심에 화답하지 못 한 나쁜 학생이 되고 말았다. 안성에 있는 조병화 시인의 편운제에 선생님을 따라(따라...라고 해야 한다. 선생께서 운전을 하셨으니^^) 간 적이 있었는데

그 중 어느 날 함께 동행한 이가 이정시인이셨다. 우리 동네에 사는 이웃주민이기도 하셨던 이정시인은 또 하필 내가 매일 지나다니면서 맘에 들어하던 텃밭과 우렁차게 꽃잎을 드리우던 앵두나무가 있던 그 소박한 집의 안주인이셨던바 그 인연으로 시집을 받기도 했지만 늘 동동거리느라 내가 몇 년 그 쪽으로 발걸음을 안 한 사이 자그마한 빌라단지가 들어서 있었다.

시집을 받을 당시에도 이 시 [누가 내 식탁들 흔드는가]가 유쾌하고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다. 오늘 다시 보니 여전히 재미있다. 이런 시를 쓰실 수 있던 힘은 아마도 집앞에 참으로 암팡지게 가꾸셨던 텃밭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는바, 결국 시이든 산문이든 글은 곧 그 사람이라는 진리에서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을 또 새삼 되새기게 된다.

그리고 내 시들을 다시 들여다 본다. [관념]이라고 선생께서는 얘기하셨지만 그것을 우려하셨지만 정작 극 관념은 극 사실과 통한다는 것을 관과하셨던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되묻고싶다. 나의 극 사실 시들을 극 관념적으로 풀어낼 수 밖에 없는.. 그건 곧 내가 삶에 관한한 당신들 보다 훨씬 더 치열하고 열렬하게 살고 있다는 증좌이므로 수정의 여지가 없다.




글은 곧 그사람이네요
작가의 경험이 녹아든글이 울림도 크리라
생각합니다
이정님의 글도 너무 재있고
님의 해설도 흥미진진합니다
잘 봤습니다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