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맛

배선옥 2017. 4. 19. 18:42

[인천의 시인 8]

 

멸치 2

 

 

김윤식

 

 

  서장(西藏)의 산언덕을 떠올리는 것은 바다였다. 흰

만년설과 모래를 끼얹는 바람 속에서 육친을 내다 말

리고 있는 것도 바다였다.  언덕 여기저기에 몸을 비튼

채 쓰러져 누운 승려들의 좁쌀같이 작고 섬세한 눈동

자.  죽은 후 천년이 지나면 이렇게 비릿한  목내이 (木

乃伊)가 된다고 했따.  보이지 않는 바다를 향해 성에

처럼 하얀 소금꽃도 핀다고 했다. 일시에 깨어날 때까

지. 잠들어 있는 또 다른 천년 동안은 누구도 외롭지

않다고 했다.  산언덕을 내려가는 것은 목소리 없는 바

람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