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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옥 2017. 4. 26. 08:06

[인천의 시인14]


열한 번째 밤

...
허은희



   똬리 튼 채 입 막고 귀만 세운 숨소리들. 대나무 숲에서
열을 셀 동안이야. 어둠을 두르고 웅크린 너는 벙어리 당
나귀. 당나귀 귀. 보이지 않는 건 너일까 어둠일까. 모자를
눌러 써. 끝내 들키지마.


우리는 우리에 담겨 우리를 더듬거리며. 우리에게 우리
를 부비며. 우리는 우리가 맞나요. 우리는 우리로 스며들
까요. 젖은 우리가 귀를 맞대고 서로의 소리를 잴 때. 귀들
끼리 진동을 읽지 못할 때. 우리는 우리에게 힐끗힐끗 무
너질까요. 빗금 친 우리끼리 두런두런 달아날까요. 달빛에
발 적신 그림자. 들킨 줄 모르고 숨죽여 서 있는데. 우리는
언제쯤 우리에게 커밍아웃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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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희 시인의 시집을 만지작거리다 가방에 넣어가지고 나왔다. 오늘은 또 하루 은희시인의 시집을 조무락거리게 될 거다. 오늘에서야 말 하건데...처음 나에게 했던 몇 가지 규칙 그러니까 친한 순서 나이 순서 유명한 순서 그런 순서들 죄다 무시하고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시인을 소개하겠노라 했었다. 하지만, 막상 불특정 누군가에게 뭔가를 보이는 일은 어렵다.


아무도 보았노라 읽었노라 말 하지 않지만 그건 보는 사람들의 몫이고 글을 읽고 올리는 내 입장에선 슬슬 어떤 책임감 그러니까 기왕이면 좋은 시 기왕이면 재미있는 시 기왕이면 한 번이라도 눈 더 주고싶은 시를 소개해야 일단 워드 작업을 하는 나도 즐겁고 재미있겠더라는 것인데 그러고 보니 또 슬슬 삐딱이 기질이 발동하사 시집들을 그냥 안 보게 되더란 것이다.


하여, 겨우 시 열 서너 편에 벌써 이 작업이 숙제가 되어버리고 나니...슬슬 난감해진다. 난감해지는 이유...흠...여기저기 시를 하두 들쑤석이며 보는 스타일이라 쓰는 손은 봉사인데 보는 눈은 매가 되어버려설랑 왠만한 시들은 금방 속내를 알아버리고마니...시 읽기도 내성이 있어설랑 읽을수록 점점 더 윗질의 시만 눈에 들어오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땡초같은 시를 만나면 정신이 확 날텐데...그리하여 시는 이리 써야되는 거야 무릎을 치며 내 시를 다시 들여다보고 정진의 불을 밝힐텐데...그게 내가 이 작업을 하는 진짜 이유일텐데...아쉽게도 아직 그런 땡초같은 시를 찾아내지 못 했다. 인천의 시인들 목표한 100명 중 아직 14분의 시를 봤을 뿐이다. 아니 14권의 시집을 보았을 뿐이니 ......



땡초 같은 시인의 시
어떤시일까
가슴을 벌렁거리게 될까
눈이 번쩍 띄어 정신이 흔들릴까
이 몇글자에도 어리벙벙해지는 나라는 노인
어느날 땡초요 일러주시길 ...^^
안녕하셔요 로마병정님~~점심은 드셨나요
저는 방금 점심 먹고 와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잠시 빈 사무실에서 이리저리 인터넷 서핑 하는 중이랍니다.
^&^ 땡초 따는 날 꼭 알려드릴게요~~~
즐거운 오후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