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맛

배선옥 2017. 4. 29. 09:45

[인천의 시인 16]

무릉도원

...
랑정


조으는 암자를 끼고 저녁을 즐기시는
초록빛 산덩이 어르신

어르신은 숫제 초록빛 가슴으로
사신다.

짙푸른 소나무 한 그루
관음보살인양
조으는 암자 지붕을 덮어주면
점점이 날아가는 구름 조각이
그늘을 내리며 춤을 추네.

초록빛 가슴으로 살아가시는 어르신
한 그루 소나무로 나이를 잡수시며
춤을 추며 날아가는
구름 조각을 따라
덩실덩실 어깨춤으로 아침을 여신다.

나비 두 마리 조을 듯 나르며
암자를 맴돌며
하늘을 나는 상서로운 극락조 두 마리
암자 지붕 위로 노래를 뿌리면
이 따의 가슴 여린 衆生들
산덩이 어르신 닮아
초록빛으로 영그나니

한 폭의 極樂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초록빛 산덩이 어르신
가슴 여린 衆生들 껴안고
이 밤을 넘기면
밝는 날 아침은
초록빛 가슴으로 열린다.

관음보살로 다가오신
짙푸른 소나무 그늘 아래
조으는 암자 문이 활짝 열리며
너도 나도 초록빛 산덩이 된다.
아 초록빛 산덩이 어르신 눈빛이여.

하늘 우러르는
부처 같은 한 덩이 玉塔의 미소 같은 손짓이여.

서녘 하늘에 뜨는 무지개 일곱 빛
하늘은 들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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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이다. 남편은 새벽에 대전에 내려가셨음으로 나 혼자 맞이하는 아침. 세탁기 돌리고 수건들 삶는다. 빨래 익는 냄새가 집안에 가득하다. 그 매콤하면서 아린 냄새가 싫지않다. 지난 일주일을 되돌아보니 그래도 치열하게 잘 살았구나 그러니 조금 후하게 점수를 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나간 날들은 다 좋은 날이다. 지금 이 날들도 다 좋은날이니..

오늘은 2시에 [배다리 아벨 시낭송회]가 열리는 날이다. 오늘은 고 랑승만 시인의 추모시낭송회다. 2016년 4월 28일 소천하셨으니 그제 밤이 제삿날이었겠구나 퍽 먼 일이었던 거 같은데 겨우 작년 이맘때였다니...산 자도 떠난 분도 모두 세월이 참 야속하다. 불편한 몸으로 제삿밥은 자시러 다녀가셨을까 마음이 무거워진다.

랑정시인은 랑승만 선생님의 큰 아드님이시다. 1996년 인천시민문예공모에서 대상을 탔다. 퍽 인상적이 었던 시라고 기억한다. 그 해 나는입선으로 겨우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그 로 인해 퍽 살갑게 여기던 한 언니를 지워야했다. 그런저런 일들과 얽혀서 내겐 랑정시인이 영 낯설지 않은데...

아버지 안 계신 시간들을 정이는 잘 지내는지 모르겠다. 나는 또 뭐가 두려워서 두 부자의 어려운 시간들을 모른 척 외면하고 있다가 이제서야 가슴 파하며 부끄러워 하는 것인지...사는 게 참 비굴하다. 오늘은 정이를 본다. 대부분은 그의 전화를 안 받다보니...가끔 마주치는 자리에서의 눈빛도 옛날같지 않다. 그럼에도 오늘은 조금 그를 반가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