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ㅡ수요일 시공부가 변경되어 지금 광명에 왔다
더운 날이다
KTX역사 안은 마치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완벽한 냉방 ㅡ
5시 약속인데 1시간반쯤 일찍 와서 한가로이 시간을 사용하는 중이다
아들은 수속을 맞쳤다는 전화가 왔었고 나는 가벼이 문장연습을 한다.
가 ㆍ벼ㆍ이 ㆍ
사람들에게 난 어떤 사람일까.
좋은 게 좋은 거 주의자이니 조금 가볍게 취급당해도 괜찮다고 스스로 내놓은 사람?
한동안 쓰지 못하던 글들이 다가오는 게 느껴진다.
별 거 아니라고 하지만 ㅡ누군가 내 글에 누르는 좋아요가 진심인지 비아냥인지 무감각인지 느껴질 때마다 끓어오르는 화를 참는 게 힘들어 차라리 글을 멀리했었는데 그 마음을 많이 다독였으니 다행이고 감사하다
흔들리지 말자ㅡ
나의 시 작업은 애초에 그리 시작 되었으므로
그게 시냐고ㅡ
차라리 산문을 배워서 산문을 써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참 지금 생각해도 기가 막히는 화려한 조언이 새록새록 기억에서 돋아오르지만 이제 그만 용서하기로 한다
나와 친하지 않다며 짓던 빗금진 웃음과 말투도 모두 지운다
자기 때문에 나의 역사가 이루어졌노라 자화자찬 하던 그 길고 긴 말의 꼬리도 잘라내버린다
그러니 이제 나는 오래간만에 자유로워졌고 평안을 찾았다
나는
여전히 미완의 인간이고
내 시 또한 미완성이므로
얼마나 다행인가ㅡ
난 다시 전의를 되찾고 전열을 다듬어 진격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들에게 그리고 시간에게 참으로 참으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