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게, 낮게, 소박하게

배선옥 2005. 9. 19. 18:37

사랑하는 아버지께...

 

 

종일 내리던 비가 좀 그치나 싶었는데 지금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빗소리에 섞여 식구들의 코고는 소리가 멀리 떠내려 가는 거 같네요. 아버지.

지금 우리 식구들은 모두 가볍게 코를 골며 단잠에 빠져있어요. 방금 저는 갈비를 재어놓고 들어왔어요.

초저녁부터 시어머니께서 갈비양념을 하지 않는다고 채근을 하셨는데...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식구들이 모두 잠든 다음 느긋하게 일을 마무리하고 싶었는지 나중에 하겠다는 소리만 해서는 결국

시어머니 기분을 좀 상하게 하기도 했지만 아버지께서 아시는 것처럼 꼼꼼한 딸이잖아요. 혼자서 조근조근

내일 아침 차례 준비를 모두 마쳐놓고 들어왔어요.

 

명절때만 되면 아버지 생각이 참 많이 나네요. 해가 지나면 그런 마음도 좀 덜할줄 알았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아버지. 더 그립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께...라고만 쓰고 오늘도 전 또 얼마나 우두커니 모니터를 바라만 보고 있었던지......

갈비를 재이다가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나서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아버지 계실 땐 왜그렇게 사는 것도,

몸도 마음도 모두 팍팍했는지 모르겠어요.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도 없건만 지금은 송편 한

개을 만들어도 마음이 이렇게 여유로운데...그 때 아버지 계실 때도 이렇게 편안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고 늘 동동거렸던 것이 두고두고 마음이 아픕니다. 송편을 만들면서 애비와 아버지 얘기를 했어요.

우리 아부지 계셨더라면...둘이서 지나간 얘기들을 떠올리다보니 아부지...그래도 좋은 기억도 참으로

많이 제게 만들어 주셨었어요. 그 때는 그것이 좋은 것인 줄도 모르고 이렇게 세월이 흐는 뒤에 아쉬워

할 줄도 모르고...그저 매사에 제 고집대로만 살았던 것이  후회스러워서 또 마음이 아픕니다.

 

이 나라에서 시집간 딸로 산다는 것이... 명절 때마다 너무 슬프고 힘이 듭니다. 아부지...

내일 아침에도 아부지 제사 지내러 갈 생각에 아마도 전 늘 그렇듯 새벽 서너시에 눈이 떨어지겠지요.

시댁 제사는 아홉시나 되어야 지내는데...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부지 제사 못 지내러 갈까봐 결혼한지 벌써

18년인데도 여전히 꼭두새벽부터 제사준비를 혼자서 해내는 이 딸을 아부지 가엾어하시지 마세요.

그래도 전 씩씩하게 제 할 일 해놓고 친정 아부지 제사를 지내러 갈 수 있지만 그나마도 친정에 발걸음도

못하고 명절을 보내는 시집간 딸이 이땅에 너무 많은 걸요.

오늘 종일 일이 고되었었는지...유난히 아부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립습니다. 아부지...보고싶어요.

오늘 밤 꿈에 다녀가셨으면 좋겠어요. 제일 좋았던 모습으로 꼭 다녀가셔요,

 

-아버지의 큰 딸 올림

음.. 착한 딸이네요.
오늘 아버님 제사날인데 대구에서 누나.여동생,남동생들 식구들 다 왔어요.아부지가 그립지요? 공감합니다..
아버님 제사 잘 모시셨겠네요.오래간만에 형제분들이 모여서 또 따스한 한 풍경이었겠습니다
아버지...
해가 갈수록 그립네요ㅠㅠ 잘 해 드리지 못 한 것들만 생각나고요...
웃기도 잘하지만 울기도 너무 잘하는 나랍니다
육이오때 이북으로 납치당하신 내 아버지
아마도 나 국민학교 이학년 여덟살이었을거 같아요
내 나이 지금 75살
아직도 아버지 엄마 두 낱말만 나오면 그렁그렁 눈물이 고여요

할머님 할아버지 울화통으로 육이오때 돌아가시고 ...
늘 평안하셔요
친정에 아버님 차례 모시러 나서는 용감한 분은
아마도 배선옥님 하나일껄요 ....^^
75세시면ᆢ저희 친정엄마께서 말띠시니ᆢ
어머니같으신 분의 방문이라 늘 감사합니다.
병정님 덕분에 오래 된 글들을 들춰보며 새삼스럽게
그리움에 빠져보았습니다.
친정아버지 제사 지내러 간다고 못마땅해하시던 시어머니께서도 작년에 세상을 버리셔서 곧 첫 기일을 맞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명절제사는 친정엄마께서 성당에 봉안하셔서 이젠 기제사만 지내게 되었구요.
어른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나이를 먹어보니 시어머니 입장도 친정엄마 마음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아버지ᆢ그리운 건 여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