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BestLaminine 2012. 7. 1. 02:49

1999년도 노벨 생리학·의학상은 세포 속에서 새로 만들어진 단백질이 적절한 목적지로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세포 '우편번호'(zip code) 또는 '주소가 기재된 꼬리표'(address tag)를 발견한 공로로 미국 뉴욕시티 소재 록펠러대학교의 귄터 블로벨(Gunter Blobel)에게 수여되었다.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노벨상위원회는 "블로벨의 발견은 현대 세포생물학 연구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블로벨의 발견은 세포 내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 중 하나를 설명했을 뿐 아니라 일부 유전병의 분자 구조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대부분의 유전병은 단백질의 주소, 즉 단백질이 적절한 장소로 전달되는 데 착오가 생기는 데서 발생한다. 그러한 유전병에는 낭포성섬유증과 콜레스테롤이 과다하게 생산되는 콜레스테롤과잉혈증의 일부 형태가 포함된다. 또한 블로벨의 연구는 세포를 단백질 공장으로 사용함으로써 인간인슐린, 인간성장호르몬 및 그밖의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더 효율적인 방법을 개발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성인의 몸 속에는 세포 약 100조 개가 있는데, 각 세포는 세포소기관이라는 수많은 개별적인 단위들로 이루어져 있다. 세포 내에 별개의 칸막이방처럼 존재하는 세포소기관들은 각각 생명에 필수적인 특별한 기능을 수행한다. 중요한 세포기관의 하나가 세포핵인데, 그 속에는 유전물질인 DNA와 단백질 합성을 위해 화학적으로 암호화된 DNA의 명령이 들어 있다. 암호화된 명령은 다른 세포소기관의 단백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각 세포에는 단백질 분자 약 10억 개가 들어 있는데, 이 분자들은 매우 다양하고 특별한 기능들을 지니고 있다. 어떤 단백질 분자는 세포 내에서 새로운 세포 성분들을 만드는 구조 재료로 사용된다. 어떤 단백질 분자들은 생화학적 반응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효소로 작용한다. 또 어떤 단백질 분자들은 세포막으로 이동한 다음, 세포 밖으로 배출되어 핏속에서 순환하면서 체내의 다른 부분으로 옮겨간다. 생명과 건강은 각각의 단백질이 그것을 필요로 하는 세포 속이나 세포 밖의 장소로 이동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수십 년 동안 생물학자들은 단백질의 중요한 처리 과정 2가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나는 새로 만들어진 단백질이 세포 내의 특정 장소로 어떻게 이동해 가느냐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각각의 세포소기관을 둘러싸고 있는 밀폐된 막을 단백질이 어떻게 통과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세포생물학자이자 분자생물학자인 블로벨은 이 2가지 수수께끼를 풀었다.

 

블로벨은 1936년 5월 21일 독일 슐레지엔 주의 발터스도르프(지금의 폴란드 니에고슬라비체)에서 태어나 독일 튀빙겐의 에버하르트카를대학교에서 의학 학위를 받았다.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1960년말에 그 당시 조지 펄라디가 이끌던 록펠러대학교의 유명한 단백질연구소에 들어갔다. 펄라디는 세포 구조와 단백질의 이동에 관한 연구로 1974년에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1980년에 이르러 블로벨은 단백질이 세포 내의 특정 세포소기관을 어떻게 찾아가는지에 관해 일반적인 원리를 확립했다. 다른 연구팀들과 협력을 통해 블로벨은 노벨상위원회로부터 '훌륭하다'는 평을 얻은 일련의 생화학 실험을 수행했다. 실험 결과, 각 단백질은 그 분자 구조 속에 세포 내의 특정 장소로 단백질을 보내주는 일련의 신호 배열인 '주소 코드'(address code)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단백질은 특별한 순서로 배열된 아미노산 사슬들로부터 만들어진다. 주소 코드는 대개 단백질의 한쪽 끝에 위치한 아미노산 배열로 이루어져 있다. 주소 코드는 단백질이 특정 세포소기관의 막을 통과할 수 있는지 없는지, 세포막에 합쳐질 것인지 말 것인지, 세포 밖으로 배출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한다.

 

블로벨은 또한 구멍처럼 생긴 통로를 통해 단백질이 세포소기관에 들어가며, 그 통로는 단백질이 정확히 세포소기관에 도착했을 때 세포소기관의 외부막에서 열린다는 결론을 얻었다. 마침내 과학자들은 효모, 식물, 동물 세포를 포함해 다른 모든 형태의 고등 생물체의 유전자에도 이와 똑같은 구조적 특징에 기초한 '목적지 안내' 신호체계(topogenic signals)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신호체계에 대한 지식은 의사들에게 질병이 왜 발생하는가에 대해 새롭고도 중요한 통찰을 가져다 주었다. DNA의 명령에 생긴 결함으로 인해 단백질 내의 신호가 부정확할 경우, 그 단백질은 세포 내에서 엉뚱한 장소로 가게 된다. 이렇게 단백질이 엉뚱한 장소로 향하는 것이 일부 유전병의 발생 원인이 된다. 면역계도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신호체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잘못된 단백질 주소는 면역계의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노벨상위원회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HGP)가 완성되면, 블로벨의 발견이 미래에 실용적인 면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간 유전자의 모든 위치와 구조를 밝혀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HGP에서 얻은 지식은 의학적으로 중요한 단백질들의 신호체계를 밝혀줄 것이다. 그러한 능력을 갖게 되면, 특정 신호체계를 가진 약품의 개발 등을 통해 질병 치료에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다. 그러한 약품은 세포 중 일부만을 표적으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