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나무2

'시는 무기가 되어야 하고 시인은 전사가 되어야 한다 는

2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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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022. 2. 28.

 

언론은 최장기 해고자김진숙의 시간을 어떻게 다뤘나

김진숙 한진중공업 지도위원, 37년 만에 복직 및 명예퇴직

노동자 죽어나가는 동안에도 외면한 보수언론, 복직도 침묵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37년 만에 복직과 명예퇴직을 했다. ‘김진숙 만은 안 된다는 재계 반대에 한진중공업(HJ중공업)의 마지막 해고자로 남아온 김진숙 지도위원은 정년을 넘겨서야 다시 회사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한국의 최장기 해고자김진숙의 37년은 우리 노동사 뿐만 아니라 언론사에도 여러 흑역사를 남겼다. 암흑기로 불렸던 2010년대 김진숙에 대해 침묵하거나 그를 범법행위자라 칭한 일부 언론 행태에 분노한 시민들이 SNS를 통해 적극적인 중계에 나서고, 해외 언론사에 취재를 요청한 이유다. 관심사 바깥에 밀려났던 김진숙이 복직을 이룬 2022년에도 어떠한 언론사들은 그를 비추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4일 성명에서 김진숙의 복직은 단순히 개인의 명예회복을 넘어서는 인간 존엄성의 회복이자 우리 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잘못된 과거에 대한 반성이라 칭했다. 지난 37년간 언론은 김진숙이 걸어온 일을 어떻게 전했는지 지난 보도들을 통해 돌아보자.

 

김진숙은 21살이던 1981년 한진중공업 전신인 대한조선공사 영도조선소에 용접공으로 입사했다. 1986년 노조 집행부의 어용성을 폭로하는 선전물을 만들어 돌렸다는 이유로 경찰국 대공분실에 세 차례 연행됐고, 회사는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이유로 그를 해고했다.

202127일 복직 기원 희망뚜벅 행진 마지막 날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서울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 도착하여 관계자들 및 48일째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서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이후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났다. 김진숙과 입사 동기였던 박창수가 1991년 의문사(2004년 의문사진상규명위, 국가안전기획부 개입 판단)한 데 이어 2000년대 들어서는 사측의 압박을 겪던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이어져왔다.

 

2002년 한진중공업은 650명 정리해고 명예퇴직을 단행했다. 이에 반발해 35m 높이 85호 크레인에 올랐던 김주익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은 사측의 손해배상·가압류를 겪다, 고공농성 129일째였던 10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주익 지회장은 유서에서 노동자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나라, 그런데도 자본가들과 썩어빠진 정치꾼들은 강성노조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아우성이라며 “(근속) 햇수가 더할수록 더 쪼들리고 앞날이 막막한데, 이놈의 보수언론들은 입만 열면 노동조합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난리니 노동자는 다 굶어죽어야 한단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그리고 같은달 30일 곽재규 조합원이 영도조선소 농성 현장에서 투신했다.

 

실제 김 지회장의 크레인 농성이 시작된 이래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노조 활동을 폄훼하는 보도가 이어졌다. 김 지회장이 크레인에 올랐던 20026월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 사진으로 이를 다루면서 정부 상대로 집단행동 사회·경제 대혼란 예고라는 제목을 달았다. 한진중공업 울산공장에서 쟁의행위인 직장폐쇄가 진행된 8월 이 신문은 공장폐쇄라는 표현을 썼다. 당시 매일노동뉴스(보수언론의 한진중공업 파업비틀기)공장 가동이 중단된 것처럼 사실을 비틀었다고 했다. 김 지회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다른 신문들과 달리 이를 사회면 2단 기사로 가장 작게 처리한 점도 지적했다.

 

두 노동자가 사망한 뒤에는 조선업계 어려움에 주목한 기사들이 나왔다. 20031123일 조선일보는 충남 아산 세원테크 노조위원장 분신, 두산중공업 조합원 자살,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자살 등을 ‘[폭력시위에 나라가 멍든다] 발길 끊는 외국인투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언급했다. “한국인은 숙달이 돼서 모르겠지만 선진국 사람들에게 화염병이 난무하는 시위 현장은 경악의 대상이라는 익명의 외국계 증권사 임원 발언이 인용됐다.

200311월 조선일보 기사 홈페이지 갈무리

 

희망버스가 달리기 시작한 2010년대 들어서는 국내 언론에 대한 불신이 확산됐다. 201012월 한진중공업은 정리해고·희망퇴직으로 정규 생산직의 36%에 달하는 400명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숙은 20111월 김주익이 올랐던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고, 그해 6월 이를 지지하기 위한 16대의 희망버스가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이를 다룬 언론의 시각은 상반됐다. 희망버스에 참여한 배우 김여진씨가 경찰에 연행된 다음날(613) 한겨레는 1면에 ‘158일 크레인시위 김진숙씨 응원하러시민들 희망버스가 갔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다. 이 신문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가 노동계를 뛰어넘어 일반 시민들까지 연대에 나서는 등 노동계 투쟁의 상징이 되고 있다노동운동 역사에서 한진중공업 노조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정리해고의 불합리성,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헌신적인 투쟁등이 결합된 결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반면 보수 언론은 외부인 난입이라는 관점에서 이를 다뤘다. 조선일보 기사(국가보안시설인 방산업체에 노동단체 수백명 난입)이들이 쇠파이프와 용역직원들이 들고 있던 방패로 마구 폭행했다. 회사가 직장폐쇄 중일 뿐 아니라 '가급 국가보안목표시설'인 방산업체인데 외부인들이 무단 진입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회사측 주장만을 강조했다. 동아일보의 경우 군함 만드는 한진중 조선소파업 지지 외부세력에 뚫려기사에서 한진중공업은 전투함과 상륙함 고속정 등 군함을 건조하는 가급(최상급) 국가보안 목표시설로 외부인은 회사 허가 없이 출입할 수 없다는 경찰, 사측 입장을 전했다. 세계일보의 경우 무법천지 노동단체로 산업현장 피멍’’이라는 제목을 썼다.

 

그리고 며칠 뒤 한진중공업 농성장에 공권력이 투입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김여진 배우, 박성미 영화감독 등 주요 트위터리안들이 관련 소식을 확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트위터에서 한진중공업 상황을 영문으로 번역해달라는 호소를 했고, 외신 기자들에게 이를 리트윗 하는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언론이 당시 사태를 외면하고 왜곡한다고 느낀 이들이 당시 가장 영향력 있는 SNS인 트위터를 활용한 것이다.

2011613일 조선일보 지면 기사

 

언론의 외면은 일부 시민의 주장만은 아니었다. 실제 미디어오늘이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50개 언론사 뉴스 편집을 분석한 결과 710일 낮 기준 한진중공업 사태를 배치한 언론사는 8, 기사 기준으로는 450건 중 2.4%11건에 불과했다. 당시 710일 전국에선 195대의 희망버스가 부산으로 모인 시점이었다. 그나마 이를 다룬 방송사들은 충돌을 부각한 보도로 뭇매를 맞았다.

 

KBS10격렬 몸싸움50명 연행이라는 제목으로 경찰의 물리적인 시위 참여자 연행을 대치’ ‘충돌로 다뤘다. SBS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영도조선소로 진입하려다 경찰과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앵커가 읽는 단신으로 이를 다뤘다. 노종면 당시 YTN 해직기자는 용가리통뼈뉴스트위터 계정을 통해서 희망버스와 관련한 주요 방송사와 통신사의 왜곡 보도를 연일 지적했다.

 

그해 8KBS ‘추적60-희망버스는 왜 한진중공업으로 갔나편은 한진중공업 사태의 본질을 충실히 다룬 흔치 않은 보도로 호평을 받았다. 당시 한국의 방송사들은 정권의 언론개입, 탄압 등으로 암흑기를 보내던 시기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이듬해 총파업을 앞두고 김 지도위원을 초청해 강연을 듣기도 했다. 김 지도위원은 강연에서 정권의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게 언론이고, 쿠데타가 일어나면 가장 먼저 장악되는 것도 언론이라면서 국민의 편이 무엇인지, 정권이나 김인규(KBS 사장)가 아니라 (국민의 편이) 어딘지 판단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시 외신이 한국 언론보다 낫다는 반응들이 자연스레 나왔다. 75일 트위터 등을 통해 취재 요청을 받은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관련 사태를 비중 있게 다루면서 ‘KBS 수신료를 알자지라로라는 반응이 나온 사례가 대표적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도 김진숙 지도위원의 크레인 고공농성 소식을 전했다. 김 지도위원이 농성 309일만에 크레인에서 내려왔던 그해 11월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이 그를 범법자라면서 사법처리를 주문할 때, 미국 ‘LA타임즈’ ‘로이터’ ‘월스트리트저널등은 한국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조명했다.

2011710KBS 뉴스9

 

그리고 201212월 한진중공업 조합원 최강서 조직국장의 부고가 전해졌다. 그는 민주노조 사수하라. 손해배상 철회하라.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 죽어라고 밀어내는 한진 악질자본. 박근혜가 대통령되고 5년을 또...못하겠다. 지회로 돌아오세요. 동지들이라는 유서를 남겼다. 그러나 이 소식은 경향신문·서울신문·한겨레·한국일보 등 일부 신문에서만 볼 수 있었다.

 

보수언론은 시신투쟁이라는 표현을 부각하기 시작했다. 노동자의 죽음을 투쟁에 이용한다는 것이다. 20133금속노조 100, 한진중서 관 들고 시신투쟁’(조선일보), ‘반인륜 시신투쟁 당장 그만두라’(동아일보), ‘한진중노조, 자살조합원 관 메고 시신시위’(중앙일보) 등의 보도들은 시신을 담보로 투쟁하는 가족이 어디 있느냐는 유족의 목소리는 전하지 않았다.

 

사측의 과도한 압박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몬다는 지적 또한 외면당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0131월호 월간 노동리뷰에서 한진중공업 등에서는 노조나 노조간부 등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앞세워 노조를 압박하거나 고립화시키기도 했다배상범위를 넘는 고액의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노조가 불법투쟁을 하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으나, 해당 노조의 고립 혹은 해산 나아가서는 관련 노조간부들의 자살까지도 초래하는 등 회사 측의 손해배상과 가압류가 남용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00~2022225일 한국언론재단 빅카인즈를 통해 파악한 김진숙, 한진중공업 관련 연도별 보도량

 

그리고 2020년 다시 희망버스가 재개됐다. 김 지도위원의 해고 35년째였던 당시에도 한진중공업은 임금 퇴직금 지급 등이 배임이 될 수 있다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해 정년을 맞을 나이였던 김 지도위원은 암이 재발해 수술을 앞둔 시점에 다시 희망버스에 올랐다. ‘김진숙 쾌유와 복직을 바라는 리멤버 희망버스는 해고된 지 수십년을 여러 노동현장에서 연대해왔던 김진숙이 처음으로 자신을 위한 희망버스에 올랐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성소수자, 외국인 노동자 등 우리 사회가 소수자로 내모는 이들이 함께 했다. 청와대 앞에선 김진숙 복직을 위한 단식농성장이 열렸다.

 

그러나 이를 다루는 언론은 일부에 그쳤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에 따르면 202012월 이후 25일 현재까지 김진숙,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를 언급한 언론 보도는 모두 합쳐 97건에 불과하다. 경향신문(33), 한겨레(22) 등 상대적인 진보 성향 언론사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조선일보의 경우 지난해 1226‘‘빵빵경적 울리며 서울 도심차량집회버스 발 묶이고 교통혼잡기사에서 희망버스 차량 시위가 교통혼잡을 불렀다는 비판을 전했다.

226일자 경향신문 8면 사진

 

이런 무관심 속에 드디어 37년 만의 복직이 성사된 지금도 여전히 이를 보지 않는 언론들이 있다. 복직 합의가 이뤄진 23일 방송사 중에선 KBS(36년 만의 복직 숨진 동료 그리워”...“노사 재도약”)MBC(‘소금꽃용접공 김진숙, 37년 만에 복직)만이 메인뉴스 리포트로 이 소식을 전했다. SBS는 방송뉴스가 아닌 온라인으로 한진중 해고노동자 김진숙 37년 만에 명예 복직이란 기사를 내보내는 데 그쳤다. 김진숙의 복직 행사가 있었던 25일엔 JTBC(‘소금꽃 용접공해고 노동자 김진숙, 37년 만에 일터로), MBN( 해고 37년 만에 복직한 날 퇴직...“탄압의 상징 작업복은 입고 간다”)이 리포트를 내보냈다. TV조선, 채널A 등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복직 합의 다음날인 24일엔 경향신문, 국민일보, 서울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내일신문, 서울경제 등 전국단위 일간지 및 경제지와 경남도민일보, 국제신문, 부산일보 등 지역 언론이 김진숙의 복직 소식을 전했다. 경향신문의 경우 유일하게 1면에 김진숙의 명예복직을 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현재까지 단 한 번도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미디어 오늘 노지민 기자

 

 

회장님 일정표에 비친 검찰의 그림자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934

 

[2022 대선] 윤석열 후보와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의 관계는 국민의힘 선대본 해명만으로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 건설사 회장은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검사들과 관계를 맺고 유지했을까. 시사인 문상현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 파장 안보 프레임 공방 치열한 언론

포퓰리즘식 안보 공방에 조선 이재명 발언, 한겨레 윤석열 발언 비판 집중

28일 아침신문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우크라이나 사태 중 포퓰리즘식 안보, 평화 공방에 집중하는 여야 대선 후보의 발언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 시선이 유럽으로 쏠린 가운데 북한이 지난 27일 미사일 발사를 재개했다. 한국 대선을 열흘 앞두고 올해 들어 8번째 미사일 도발을 강행했다.

 

조선일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우크라이나 대통령 초보 정치인발언을 집중 비판했다. 1면 기사 ‘“초보 정치인이 러 자극이재명 발언 논란에서 이 후보가 지난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해 초보 정치인이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충돌했다고 말한 것을 놓고 국내외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이 후보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러시아의 주권 침탈 시도와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 코미디언 출신인 젤렌스키의 배경과 무능력함에서 찾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후보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빗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정치 경험 부족을 비판하려다 국제적 비난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4면 기사 대통령 잘못 뽑아 전쟁”...대선 변수된 우크라 사태‘“에서도 이 후보의 발언을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한··일 군사동맹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윤 후보가 아닌 해당 발언을 비판하는 여권을 비판했다. 윤 후보의 한··일 군사동맹 관련 발언에 대해서 여권이 국민의 역린을 건드린 친일(親日) 발언이라고 공격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기사는 윤 후보의 한··일 군사동맹 관련 발언도 한반도 유사시 일본군의 개입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냐는 논란을 야기했다면서도 민주당은 윤 후보가 마치 자위대 한반도 진입이 가능하다고 발언한 것처럼 왜곡해 반일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조작 선동이자 추악한 정치 공작이리고 했다는 권영세 선대본부장의 말을 인용했다.

 

사설에서도 한국의 집권 세력이 우크라이나의 비극을 야당 대선 후보를 비판하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이 국제사회에 어떻게 비칠 것인가라며 우크라이나 사태 속에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한겨레는 윤 후보 발언 비판에 집중했다. 4면 기사 ‘“한반도 들어올 수도윤석열 일본 발언 후폭풍에서 윤 후보의 한미일 동맹 관련 발언을 비판했다. “윤 후보의 발언은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 빌미를 주지 않으려고 그동안 한국 정부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지켜온 한··일 동맹 불가 원칙을 깨는 것이자, 군사 활동 범위 확장을 꾀하는 일본 정부에 빌미를 준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1(왼쪽), 한겨레 4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도 이 후보의 초보 정치인발언을 비판하면서도 윤 후보가 지난 25일 티브이 토론회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종이와 잉크로 된 그런 협약서(민스크 협정) 하나 가지고 국가의 안보와 평화가 지켜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을 에둘러 비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생사를 넘나들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불행을 선거에 이용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이라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중앙, 동아일보는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발언을 동시에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최근에는 안보 공약에 대한 정책 검증보다는 여야가 상대방을 서로 호전론자나 유화론자로 낙인찍는 프레임 공방이 선거판을 휩쓸고 있다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서도 여야는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상대방을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각 당의 대선후보들은 포퓰리즘식 안보, 평화 공방을 멈추고 북한의 오판을 막기 위한 정책과 복안을 제시하고 경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6면 기사 우크라에 상처, 국제망신”, ‘유관순에 미안하지 않나“’에서 두 후보의 발언 논란을 모두 다뤘다.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비싼 아파트 집주인이 5?고가 아파트 이상거래 절반이 '위법

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전경. 강윤중 기자

 

경제능력이 없는 A(20)는 아버지의 지인 B씨로부터 서울 소재의 아파트를 11억여 원에 사들이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A씨는 서류상의 매매당사자일 뿐 모든 계약체결 과정은 A씨의 아버지 C씨가 주도했다. C씨는 B씨의 채무를 딸 A씨가 인수하는 조건으로 아파트 매매계약서를 작성했고, 둘 사이에는 계약금이나 중도금 등 어떠한 대금지급도 이뤄지지 않았다. 서류상으로는 A씨가 B씨의 채무를 갚아야 하지만 정작 A씨는 채무 상환능력이 없는 것으로 국토교통부 조사결과 확인됐다. 국토부는 명의신탁 혐의가 있다고 판단,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국토부는 20203~20216월까지 신고된 9억 이상 고가주택 76107건 중 자금조달계획, 거래가격, 매수인 등 검토를 거쳐 선별된 7780건에 대한 이상거래 조사결과 절반(48.7%)에 가까운 3787건이 위법의심거래로 적발됐다고 2일 밝혔다.

부친이 자녀의 명의로 지인의 아파트를 대금지급 없이 매수한 사례|국토부

 

편법증여로 의심되는 사례는 전체 연령대 가운데 30(33.5%·1269)에서 가장 많이 적발됐으며, 10억원 이상 적발사례도 다수 발견됐다.40대가 745, 50493건 순이었으며, 20대도 170건으로 조사됐다.

 

편법증여로 의심되는 미성년자 가운데는 5살 어린이도 있었다. 국토부 조사에서 이 어린이는 조부모로부터 5억원을 편법증여받아 14억짜리 아파트를 소유하게 됐으며, 17세 청소년은 부모로부터 14억원을 편법증여 받아 57억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하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초고가 아파트가 가장 많이 몰려있는 서울 강남과 서초에서 위법의심거래가 다수 적발됐다. 위법의심거래 상위 1위는 서울 강남구로 총 361건이 적발됐으며, 서초구가 313건으로 뒤를 이었다. 아크로서울포레스트, 갤러리아포레 등 초고가 아파트가 몰린 성동구도 222건으로 3번째로 많은 위법의심거래가 적발됐다.이어 경기분당 209, 서울송파 205건 순으로 강남 3(강남·서초·송파)에서만 총 879건이 적발됐다.

 

국토부는 해당 지역들은 단순 위법의심거래 적발 건수 뿐만 아니라 전체 주택 거래량 대비 위법의심거래 비율도 최상위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전체 주택거래량 대비 위법의심거래 비율은 강남구가 5%로 가장 많았으며, 성동구(4.5%), 서초구(4.2%), 경기과천(3.7%), 서울용산(3.2%)순으로 집계됐다.

조사결과 요약|국토부

 

개인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초고가 아파트 편법거래인 만큼 법인을 낀 거래도 의심사례로 다수 적발됐다.

D씨는 서울 강남 소재 아파트를 29억원에 사들이면서 아버지가 대표로 있는 법인으로부터 7억원을 조달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차용증 등은 작성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법인자금유용 및 편법증여로 의심하고 국세청에 해당 정보를 통보했다. 또다른 E씨는 서울 강남 소재 아파트를 41억원에 사들이면서 본인이 대표로 있는 법인자금 16억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앞으로도 거래신고 내용을 상시 모니터링해 이상거래를 엄밀히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또 법인의 다주택 매수, 미성년자 매수 및 특수간계(부모자식) 직거래 등에 대한 기획조사도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김수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부동산 시장의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일부 투기세력의 시장교란행위를 적극 적발해,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질서를 확립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류인하 기자/ 경향

검증대에 오른 배우자들]계속되는 논란, 진실은 어디까지?

김건희씨, 과거 경력·무속 중독 의혹 여전막판 주가조작 의혹도 다시 떠올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거리에 지난해 1230일 개혁과전환 촛불연대 명의로 이런 영부인 괜찮습니까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 한수빈 기자

 

여러모로 유례없는 대선이다. 공식선거운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유력 후보들의 배우자들이 잇달아 공식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럼에도 의혹이 끊이질 않는다. ‘배우자 리스크가 각 후보의 당선 여부를 가르는 주요잣대로 떠오른 형국이다. 대통령의 배우자는 선출 권력은 아니지만 사실상 공인의 역할을 수행한다. 대선후보 배우자를 둘러싼 의혹은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일까. 실체가 있다면 어디까지 진실일까. 의혹 검증과 함께 대통령 부인(남편) 후보들의 면면을 입체적으로 비교·분석했다.

 

민주당 프레임이다.” 네이버에 개설된 김건희님 공식 팬카페건사랑 매니저인 이승환씨(49·닉네임 북멘)는 단언했다. 역대 대선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 왜 후보 배우자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는지 질문의 답이었다. “민주당이 처음부터 이재명 대 윤석열이 아니라 이재명 대 김건희로 짠 것 같다. 윤석열에게는 공격점을 못 찾으니 김건희에 집중한 것이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100% 그런 방향으로 가려는 구나 느꼈다.”

 

카페 개설일은 지난해 1219. 224일 현재 회원은 71000여명을 넘어섰다. MBC ‘스트레이트가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의 김건희 녹취록을 공개한 직후 가입러시가 정점을 찍었다. “여성혐오 내지 비하에 대한 반발심도 많은 것 같다. 실제 카페의 주 참여층을 보면 50대 여성들이 가장 많다.”

윤석열 대선 후보자 부인 김건희씨가 포털 인물 프로필에 게시한 사진 / 경향신문 자료사진

 

문재인 투표이씨 김건희 팬카페 만든 까닭 김건희 공식 팬카페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자신이 노사모 회원이었다고 밝힌 이씨의 카페 개설 배경과 동기에 대해서도 관심이 일었다. 이씨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을 찍었다. 민주당 권리당원도 했다. 그전부터 부동산카페에서 체게바라라는 닉네임으로 오래 활동했고, 중학교 시절까지 광주에서 보냈기 때문에 호남 정서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보수화된 건 부동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솔직히 나는 갭투자라는 용어가 나올 때 그 단어도 몰랐고, 열몇평 집에 살다가 아이가 태어나 스물몇평, 서른몇평으로 전세를 주고 이사 가다가 보니 다주택자가 됐다. 7~8억짜리 집을 18000만원에 전세로 주고 있는데 이 정권 들어서 대출도 안 되고 다주택자라고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이 안 되면? 그는 이민 갈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목덜미 끌고 가는사진 보도를 보고 김건희 팬카페를 만들어야겠다 결심했다고 그는 말했다. “그때 그걸 보고 윤석열 캠프 내에서도 도와주는 세력이 너무 없구나 느꼈다.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겠다 생각했다.” 카페는 자신이 활동하던 부동산카페 회원들과 윤석열 팬카페 회원들 200여명이 뭉쳐 만들었다.

 

학력·경력 위조 논란과 관련한 김건희씨의 공식사과 이후 MBC와 유튜브방송 등이 폭로한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김건희씨 통화나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무속논란 등은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왔다고 그는 주장했다. “사적인 대화라고 생각해 편하게 한 말을 자극적인 부분만 편집해 공개하는 것은 여성혐오를 조장하는 면이 강했고, 특히 여성들의 반발이 강했다. 여자들이 결혼 전에 남자를 만날 수 있는 것 아니냐. ‘내가 무속인보다 더 잘 본다는 김건희씨의 말도 이해한다. 나도 집사람이 점 보러가자고 하면 간다. 부동산카페에서 투자할 집을 잘 찍어주니 어떤 사람들은 나보고 신령님이라고 한다. 장로교회를 다니지만 그런 말을 듣는다고 거부감을 갖진 않는다.”

 

기자가 접촉한 김건희씨 지지자나 그의 지인들 대부분은 현재 김씨와 관련해 제기된 논란을 사생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잘 모르는 일이라며 피하거나 일부는 정략적 이해관계에 따른 무리한 공격이라며 상대측을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2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주가 조작 사건 관련 즉각 소환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김건희 측 전시기획 능력 실제로 탁월” 1972년생인 김건희씨는 1996년 경기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1999년 숙명여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에서 석사, 2008년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디자인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돼 있다. 20123월 윤석열 당시 검사와 결혼했고, 슬하에 자녀는 없다. 네이버 프로필을 보면 2009년부터 주식회사 코바나의 대표를 맡고 있다. 김씨 회사와 대형전시회를 공동주최했던 한 회사의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한민국의 정치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는 것이다. 저속하고 야비한 공격을 펴는 대한민국 남성들이 반성해야 한다. 불륜설이나 성형·별거 이혼설 등은 한국에서 여자들이 공적 영역에 나오면 공격용으로 거론하는 전형적인 레퍼토리다. 학력 논란도 그렇다. 나는 어떤 사람과 사업을 할 때 그 사람의 실력만 본다. 좋은 학교, 경력 다 필요 없다. 또 김 대표는 나와 사업을 할 때 남편의 직업도 자랑한 적이 없다. 뒤늦게 알았지만 나도 이야기를 안 꺼냈고, 김씨 본인도 남편 이야기를 안 했다. 나중에 전시회 자리에서 모 국회의원이 와서 형님, 김씨 남편이 누군지 아시오라고 묻는데 김건희 대표가 쫓아와 전시회에 도움 안 되니 남편 이야기는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적은 있었다.” 그는 자신과 같이 일한 김건희씨가 전시기획에서부터 작품해설에 이르기까지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던 건 사실이라며 그가 유치한 대형전시들은 대한민국 문화사에 남을 전시들이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마크 로스코전은 앞으로도 다시 있을 수 없는 기획이다. 그의 작품들은 말하자면 미국의 국보(國寶)에 해당하는 작품인데 그림을 보관하고 있던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수장고를 리노베이션하는 와중에 잠시 빌려온 것이다. 아마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워낙 중요한 작품이니까 비행기를 세 번에 걸쳐 나눠 가져왔다. 혹시 있을 사고에 대비하려는 위험 분산 차원이었다. 자코메티전도 마찬가지다. 그의 대표작인 워킹맨도 브론즈로 제작한 건 여러군데 있지만 석고 원본은 프랑스에서도 안 보내려고 했다. 그걸 직접 파리까지 날아가 재단 사람들을 만나 설득해 가져온 사람이 김건희 대표였다.”

 

미술계·평론계에서는 그러나 상반된 평가도 나온다. 업계 인사 A씨의 말이다. “디자인이나 건축도 대형전시가 가능한데 여전히 한국은 파인아트(순수미술)를 중심으로 대형전시가 이뤄지다 보니 한쪽으로 쏠리는 게 사실이다. 그런 전시가 잘 없어 비교가 힘들다. 김건희가 다 잘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는 그 근거로 김 대표가 사숙했다고 알려진 B작가를 거론했다. 사업 책임은 코바나컨텐츠 김 대표가 지는 것으로 돼 있지만 전체적인 실무 책임은 B작가가 주도하는 형태였다는 설명이다. “이 사람(B작가)이 프랑스에서 공부했으니 그 국제미술가 인맥으로 작품을 가져왔다. 내가 아는 김씨는 미술이나 이런 쪽에 깊은 지식이나 인맥도 많지 않고 협상을 할 수 있는 어학 능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블록버스터 전시의 핵심은 대형전시장 확보와 그 계약서를 바탕으로 해외미술관에 적임자를 보내는 것 두가지인데 B작가와 같은 커미셔너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인사는 이야기 끝에 흥미로운 증언을 내놓았다. “두달 전쯤 김씨와 잘 아는 한 미술관 관장이 김씨와 주고받은 카톡메시지를 보여준 적이 있다. 괜찮은 무속인이 있으면 소개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김 대표의 무속중독 논란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동안 윤 후보와 김씨를 연결시켜준 것으로 알려진 무속인 심희리(무정스님), 선대위 네트워크 본부 해체 이후에도 김씨와 연결된 비선라인을 이끄는 것으로 거론된 건진법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앞에서 목덜미를 잡고 들어간 역술인 심모씨 이외에도 정가에는 김씨가 만났다는 여러 무속인 이름이 돌아다닌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지난 262009년에서 2010년경 소위 ‘060전화를 통해 김씨와 연결돼 여러 조언을 해줬다는 무속인 화투신명의 증언을 추가로 공개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해당 무속인과 김씨의 통화는 주로 새벽에 이뤄졌으며 해당 무속인은 무당인 내가 봐도 김씨의 사주중독은 심각하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김씨가 10여년 전 연락해왔다는 이 무속인의 주장은 본인이 올린 유튜브채널을 통해 처음 공개됐으나 윤 후보 지지자들의 항의 등으로 시끄러워지자 스스로 현재 영상은 내린 상태다. 김의겸 의원 측은 지금도 응원하거나 항의하는 전화가 많이 걸려 오고 있어 해당 제보자는 외부와 연락을 끊은 상태라며 제보자 측은 당시 김씨와 문자를 주고받은 내역이 들어 있는 휴대전화 등의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김건희는 1997~1998년 조남욱을 알지 못함.” 지난해 1226일 김씨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뒤 배포한 14쪽짜리 김건희 대표 의혹에 대해 설명드립니다문건에 나온 김씨 측의 주장이다.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을 통해 김씨가 사회 유력인사들과 교류했다는 의혹과 안해욱 전 초등태권도협회장이 19975월부터 라마다르네상스호텔 등에서 총 여섯차례에 거쳐 쥴리예명을 쓰고 있는 김씨를 만났다는 의혹 등에 대한 법률지원팀의 반박 중 일부다. 김씨는 당시 숙명여대 야간 교육대학원에 재학 중이어서 라마다르네상스의 사교클럽 등에 갈 시간이 없었고, 실제 조남욱 회장의 취임 시기는 20008월이어서 안 전 회장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조 전 회장과 김씨의 인연은 언제부터 이어진 것일까. 조 전 회장의 일정표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조 전 회장은 남편 윤 후보와도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었고, 두 사람의 결혼에 조 전 회장이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거론된다. 조 전 회장과 김씨가 어떻게 해서, 언제부터 알고 지내게 됐는지 김씨의 설명은 아직 나온 게 없다.

 

실제 삼부토건 노조 등이 확보하고 있는 조 전 회장의 일정표 등에 김씨 이름이 최초로 등장하는 시점은 200374일이다. 이날 오전 11시 김명신을 만나는 것으로 나온다. 김영석 삼부토건 노조 위원장은 “2000년대 초반에 작성한 전화번호부에 김씨의 개명 전 이름이 올라 있는 것을 보면 이때부터 모종의 관계는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1990년대에 조 전 회장과 김씨가 알고 지냈다는 물증은 현재로서는 없는 셈이라며 다만 안 전 회장 이외에도 김씨가 1997년 라마다르네상스호텔에서 조 전 회장의 배려로 전시회를 연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당시 직원 증언이 나온 이상, 1997년 시점에 조 전 회장과 김씨가 알고 지내던 사이였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주가조작 의혹으로 논란 집중 무속 내지 주술에 대한 김씨의 관심은 사주·운세 프로그램을 주제로 한 박사 논문 이후에도 계속됐던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 법률대응팀이 위 해명문서에서 추가로 공개한 이력서에 쓰지 않은 수상 및 전시경력중에는 20049안양천 프로젝트 플로우전 참여경력도 있다. 당시 참가자들의 작품·퍼포먼스를 아카이빙해 놓은 자료집을 보면 김씨는 홍석화 에이치컬쳐테크놀로지 대표와 함께 다시 물속으로라는 이름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홍 대표는 김씨의 경력·국민대 박사 논문 논란에서 등장하는 핵심 인물이다. 김씨는 여러 대학 지원경력에 홍 대표의 회사 기획이사라는 직함을 썼고, 김씨의 박사 논문은 홍 대표가 특허를 낸 사주 프로그램 애니타를 기반으로 작성했다. 퍼포먼스는 얼음 안에 나뭇가지, 지푸라기를 이용해 만든 인형을 넣어두고 이 얼음을 안양천변에 세워두는 형태였다. 얼음이 녹으면 인형은 자연스럽게 안양천 물속에 가라앉아 하류로 흘러내려간다. 당시 이 퍼포먼스를 두고 주최측은 이렇게 설명했다. “예로부터 자연물로 인형을 만드는 행위는 매우 주술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작가의 인형은 예술가의 손에서부터 출발해 자연으로 돌아가는 예술실험에 바쳐진다.”

 

10여일밖에 남지 않은 지금 김건희씨 관련 논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으로 집중되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주가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공범들의 공소장을 보면 범죄일람표에 김씨의 계좌 6개를 동원한 시세조종 의심거래 내역 284건이 발견됐지만 검찰은 수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연일 공세를 더하고 있다. 국민의힘 측은 도이치모터스 공소장 범죄일람표에는 잘못 작성된 오류가 있었음을 확인했고, 따라서 이를 근거로 한 언론보도는 모두 오보라고 반박 중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가정적인 모습, 그 뒤에는?

법카 의혹등 논란 휩싸인 김혜경씨

 

집밥의 의미를 담은 책을 낸 저자답게 가정에 충실한 사람일까, ‘갑질 의혹을 받을 만큼 권력의 단맛에 사로잡힌 사람일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 / 이재명 후보 선대위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김씨는 2017년 이 후보와 함께 방송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특히 이 후보의 수행비서를 자청하는 등의 희생적인 면모와 고장난 TV, 에어컨 등을 사용하는 소탈한 모습이 주목받았다. 이는 상대적으로 냉철하고 실용적인 면모가 두드러진 이 후보의 이미지를 보완하며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김씨에게는 정반대의 이미지도 있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논란이 시작이었다. 해당 SNS에 올라온 글들은 당시 이 후보와 경쟁관계였던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등을 조롱하는 글도 담겨 있어 논란이 더 커졌다. 당시 SNS 주인이 김씨라는 의혹이 제기되며 이른바 혜경궁 김씨사건으로 비화했다. 검찰이 명예훼손 혐의는 기소중지’, 허위사실유포 혐의는 혐의없음결론을 내렸지만, 세간의 모든 의혹이 말끔히 정리됐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씨는 오는 39일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도 법인카드 유용’, ‘과잉 의전논란 등에 휩싸여 있다.

 

김씨를 둘러싼 양극단의 이미지를 정치권 안팎에선 사실상 리스크로 분류한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됐지만, 김씨가 공개 유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문제가 불거지자 보란 듯이 이 후보와 다정한 모습으로 야구장을 찾았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 후보 선거캠프도 김씨의 가정적 이미지가 만들 긍정효과보다 각종 의혹으로 인한 부정효과를 더욱 신경쓰는 모양새다. 자의든 타의든 김씨는 대중 앞에서의 노출을 최대한 줄였다. 이와 함께 대통령이라는 큰 권한을 가진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무한 검증해야 한다는 김씨의 발언도 무색해졌다.

 

김혜경은 누구 김씨는 1967년생으로 서울 출생이다. 1985년 선화예술고를 졸업한 뒤 숙명여대 피아노과에 진학해 음악을 전공했다. 갓 대학을 졸업한 19908월 이 후보를 만나 채 1년도 안 된 19913월에 결혼했다. 이듬해 장남을, 그다음 해에 곧바로 차남을 낳았다. “남편을 만난 지 고작 3년이 지났을 뿐인데 식구가 둘에서 셋으로, 넷으로 순식간에 불어났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사실상 대학 졸업 후 곧장 전업주부로서의 삶에 충실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과 직면하고 말았던 셈이다.

김혜경씨가 지난 2018년 출간한 책 <밥을 지어요> / 김영사 제공

 

실제로 김씨의 특징은 대부분 전업주부로서의 삶과 연결돼 있다. 김씨가 2018년 출간한 책의 제목도 <밥을 지어요>. 확인 가능한 김씨의 유일한 독자적 대외활동이다. 책에는 요리법 소개와 함께 김씨가 이 후보와 보낸 지난 30여년의 세월이 담겨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김씨가 주부로서의 삶과 정치인 배우자로서의 삶을 연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남편이 생각하는 집밥은 고급 식재료로 만든 근사한 상차림이 아니다. 그것은 일상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다 미뤄둔 채 아무 말 대잔치나 늘어놓으며 함께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누는 그 시간과 공기까지 포괄하는 것일 테다. 우리 삼식이(이 후보)가 집밥을 찾는다는 것은 여보, 나 힘들어! 당신이 필요해라는 신호인 셈이다”(김혜경 <밥을 지어요>, 7p)고 설명하는 식이다.

 

식사를 챙기는 일상적 내조를 넘어 선거과정의 내조역시 주부로서의 경험과 연결된다. “내가 구입한 목록까지 알고 계시는 상인분들, 요즘 농수산물의 생산과 유통 현황까지 설명해주시는 상인분들과의 대화도 살아가는 데 쏠쏠한 재미를 준다. 남편에게 생생하게 전할 수 있는 소중한 시민들의 목소리도 대부분 나의 장보기 현장에서 나온다고나 할까? 특별히 선거 때마다 시장에 가서 연출된 사진을 찍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김혜경 <밥을 지어요>, 25p)라고 밝혔다.

 

김씨가 소개하는 일상과 집에서의 역할분담은 전통적 가족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역대 대통령 배우자들의 모습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통령 배우자들에게 수동적·가정적 역할에서 탈피해 전문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성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로 이름 높았던 고 이희호 여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는 국정에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사회공헌 역할은 충실히 수행하라는 과제를 대통령 배우자들에게 던진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임에도 김씨는 MBN과의 인터뷰(130)에서 이미 소신을 밝혔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듣는 것도 있고, 경험한 것도 있어서 남편에게 말을 하면 어떤 선에서 딱 막히는 게 느껴질 때가 있다. 열심히 (선거를) 도왔는데 이 정도 말도 못 하나 기분이 나빴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그 선을 지키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다고 김씨는 말했다. 그러면서도 소외되고 손길이 많이 필요한 곳의 소리를 많이 듣고 전달하는 역할 정도를 기회가 된다면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답변은 과거 대통령 배우자들의 전형적인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불러온 국정농단 리스크’, 앞서거니 뒤서거니 대선판을 흔들고 있는 배우자 리스크등을 감안할 때 선을 지키겠다는 발언은 모범답안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만약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김씨의 역할은 김정숙 여사와 비슷한 스타일이 될 것 같다투표로 선출되지도 않은 대통령의 배우자가 사회적 광폭 활동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기보다 드러나지 않는 범위에서 조용히 활동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과잉 의전논란에 대한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김씨의 정치적 인기는 나쁘지 않다. 지난 119일 문을 연 김씨의 인터넷 팬카페 함께해요224일 기준 약 3400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도덕적·법적 논란에 휩싸인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와 비교되며 반사이익을 받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비교적 평범한 이미지에 가정적 면모가 도드라졌던 김씨에게 악재가 터진 건 대선을 불과 30여일 앞둔 지난 128일이었다.

 

도덕적·법적 논란 불가피 전직 경기도청 별정직 공무원 A씨는 이날 김씨 관련 의혹을 폭로했다. A씨는 경기도 5급 공무원 배모씨의 지시로 김혜경씨의 사적 심부름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약 대리 처방·수령과 음식 배달 등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김씨가 남편(이 후보)의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비서실 법인카드로 반찬을 구매하거나 식사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직접 장을 보고, 상인분들과 대화하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재미라고 했던 김씨와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비판 여론이 일자 김씨는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다. “공과 사의 구분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다. 앞으로 더 조심하고 더 경계하겠다수사와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 결과가 나오면, 응분의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다시, 대체 무엇을 사과한다는 건지 주어가 빠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와 김씨 등 관련자 5명을 국고손실과 직권남용,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후보 선대위는 “A씨가 반찬 조달, 음식 배달, 의약품 구매 등을 시켰다고 주장하지만, 설혹 일부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배씨의 지시였을 뿐 김씨는 관여하지도, 알지도 못하는 일이다당장 배씨가 ‘A씨의 일은 김혜경 여사와는 아무 상관없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김씨가 사과 이후 대중 앞에 나서지 않으면서 의혹은 여전히 꼬리에 꼬리를 물며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국민적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김씨가 공식석상에 나오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본인 역시 염치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 교수 역시 유세 활동을 하더라도 본인이 조용히 혼자 하는 방법이 더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가 드러날 경우 규정에 따라 책임지겠다며 사과한 이 후보는 아내(김씨) 관련 발언을 아끼고 있다. 장인의 고향인 충북 충주를 찾으면서도 김씨와 동행하지 않았다. 대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김씨의 공식 등판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배우자 김혜경씨가 지난해 11,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을 관람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청와대로 간다면 이 후보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여러차례 김씨를 향한 마음을 밝혔다. “나는 아내에게 늘 빚진 것 같은 미안한 마음을 품고 산다. 아내가 나보다 많은 일을 하면서도 아내만의 공인된 일이 없다는 것 때문이었다. 신혼 시절 장난삼아 만난 설악산 오색약수 고양이 할매의 아내도 일을 해야 한다. 안 되면 사채놀이라도 해야 한다는 점괘에 공감을 표하던 아내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김혜경 <밥을 지어요>, 240p)고 말했다.

 

김씨의 경력은 가정주부의 삶이 대부분이다. 오랜 시간 정치인의 배우자로 살면서 김씨가 공식석상에서 언급한 발언 역시 주로 살림 생활에 관한 것들이었다. 한발 더 나아가 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본인 스스로 선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입성 후에도 김씨가 동네 슈퍼에서 장을 보는 등 소탈한 모습을 이어가며 상인들의 애환을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전령사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이 소장은 서구 문화의 산물인 영부인제도가 의전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은 특권을 구조화한 상황이라며 이번 대선을 계기로 대통령 배우자도 평범하게 마트에서 장을 보고, 공공장소에서 줄을 서는 모습을 일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군소후보 10우리도 있다

지지율, 모두 합해 2%도 안 돼나름대로 의미 있는 공약·의견도

 

여론조사에서 기타 후보로 묶인다.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2%가 채 안 된다. 20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군소후보들 얘기다. 이번 대선후보는 총 14명이다. 기호 1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2번 윤석열 국민의힘, 3번 심상정 정의당, 4번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외에 10명이 더 출마했다.

220일 한 시민이 서울 종로구 대학로를 지나며 벽면에 붙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홍보물을 들여다보고 있다. / 연합뉴스

 

기울어진 대선판 군소후보들도 똑같이 선거 기탁금 3억원을 냈다. 하지만 주요 후보 4명이 법정 TV토론회를 세차례 치르는 동안 군소후보들의 출연은 한 번에 그친다. 이마저도 10(2명 불참)을 한데 모아놓고 2시간 만에 끝났다. 후보 한명당 발언 시간이 10분 남짓에 불과했다. 두차례에 걸쳐 각자의 공약을 발표할 수 있었을 뿐, 후보 간 질의응답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토론회 시간도 밤 11시부터 이튿날 새벽 1시까지였다. 주요 후보 4명의 토론회가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열린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누가 봐도 군소후보들에게 대선판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김경재 신자유민주연합 후보는 222일 열린 TV토론회에서 당국이 특별히 배려해 22일과 23일 이틀간에 걸쳐 토론을 준비해주셔서 대단히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청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늦은 시간대로 토론회 일정을 잡은 걸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는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 TV토론회 운용 방식이 차별적이고 불공정하다고 항의하는 차원에서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도 불참했다. 김 후보 측은 원래 계획한 유세 일정과 토론회 일정이 겹쳐 고심하다가 현장에서 유권자를 직접 만나는 게 더 진정성 있다고 판단해 불참했다고 말했다. TV토론회보다 현장 유세가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군소후보의 의미 군소후보들이 대선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 있다. 반대로 군소후보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거대 양당이 정치 필드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마이너한 이슈나 의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기회가 거의 없다며 군소후보들이 제시하는 공약이나 견해에서 나름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군소후보들 공약 중에는 실현 가능성이 극히 적어 터무니없다는 지적을 받는 정책도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의식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약도 있다. 군소후보들 모두 대선에 출마한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전화 및 서면 인터뷰, TV토론회 내용 등을 바탕으로 이들의 변을 정리했다.

 

기본소득 65만원 대선후보의 기호는 소속 정당의 국회의원 숫자가 많은 순서대로 배정한다. 국회 의석이 없는 정당의 후보는 정당 이름순으로 기호를 받는다. 무소속은 가장 후순위인데, 이번에 무소속 출마자는 없다.

 

이에 따라 주요 4당 후보들 다음인 기호 5번은 오준호 기본소득당 후보(47)가 받았다. 소속 국회의원이 1(용혜인 의원) 있다. 오 후보는 당명처럼 기본소득 월 65만원 지급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인간 노동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소득 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3일 휴일제도 약속했다. 오 후보는 기본소득을 통해 삶을 지켜주는 매트리스를 깔아줘야 다른 문제들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재원 조달 방법으로는 조세개혁을 제시했다. 토지보유와 탄소배출 등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다. 플랫폼 기업이 무상으로 사용하는 데이터의 수익에도 세금을 매기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통해 400조원 규모의 재분배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주권화폐 도입도 약속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의 대부분을 민간 은행이 발행하는데, 앞으로 정부가 화폐를 발행토록 변경하겠다는 얘기다. 오 후보는 민간 은행이 호황기에는 대출을 쉽게 제공했다가 불황기에 이를 회수하면서 금융 약자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생활동반자 제도도 주요 공약이다. 혈연이나 혼인으로 인한 가족관계가 아니더라도 생활동반자로 등록하면 각종 복지·세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동성결혼 법제화와 차별금지법 제정도 약속했다.

 

오 후보의 현실적인 목표는 3위다. 그는 기본소득을 바라는 유권자들이 결집해 3등을 만들어준다면 선별복지와 성장지상주의 사회를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기호 9번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65)는 이번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그의 1호 공약은 권력구조 개편 및 정치개혁이다. 김 후보는 정부와 청와대에서 일하면서 권력구조와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중요한 개혁과제들이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책임총리제 도입, 국회의원 3선 이상 연임 금지 및 면책특권 폐지 등을 제시했다. 청년들을 위해 벤처기업 10만개 육성, 일자리 200만개 창출도 약속했다. 김 후보는 출마 이유를 두고 승리를 위해 나왔다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절박감도 있다고 밝혔다.

 

기호 6번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75)는 대규모 현금 풀기가 공약이다. 코로나19 생계지원금 1억원 지급, ‘국민배당금150만원 평생 지급 등이다. 결혼하는 부부에게 주택자금 2억원 등 3억원을 주고, 출산 때 자녀 1명당 50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연애수당 20만원도 약속했다. 국회의원을 100명으로 감축하고 무보수 명예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자신이 대통령이 돼도 보수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아닌 이 대접받는 나라 기호 12번 김재연 진보당 후보(42)와 기호 7번 이백윤 노동당 후보(45)는 노동을 중시하는 사회를 기치로 내걸었다. 차별금지법 제정도 공통 공약이다.

 

최연소인 김 후보는 전국민노동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 및 특수고용 노동자, 프리랜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도 법의 보호를 받게 한다는 목표다.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 노동 중심 자유평등공화국이라는 표현을 넣고 헌법에 노조할 권리도 명시하겠다고 약속했다. 4일제도 내놓았다.

 

돌봄부를 신설해 돌봄을 국가가 전면 책임지는 방안도 핵심 공약이다. 김 후보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무상돌봄, 국가돌봄 시대를 열겠다공공 돌봄기관을 확충하고 110만명 돌봄노동자를 국가가 직접 고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이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을 꼽았다. 50명 미만 사업장은 2년의 유예기관을 둬 2024년부터 법을 적용하는 부분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산재 사고의 72%50명 미만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어서다. 그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밝혔다. 김 후보는 “‘보다 이 대접받는 나라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이백윤 후보는 2차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이다. 그는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사회주의를 내세웠다. 노조 공화국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그는 자본주의는 리즈시절이 지나 명백하게 쇠퇴기, 황혼기에 들어가 저물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재벌국유화 등을 1호 공약으로 발표했다. 재벌이 한국경제의 핵심을 담당하지만 고용 비중은 11%에 불과하고 30대 재벌의 사내보유금이 1000조원이 넘은 점 등을 이유로 거론했다. 그는 재벌 중심의 하청계열 구조로 된 경제구조를 공공제로 재편하려면 재벌 국유화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했다. 보수 후보들과는 결이 다르다. 그는 여가부 대신 여성해방부를 만들어 여성의 차별적인 현실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신상정보에서 학력을 기재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학벌주의에 반대한다. 선거에서 이런 경력들이 공정한 선택을 방해하거나 왜곡할 수 있다고 봤다고 이유를 밝혔다.

 

박근혜 명예회복기호 11번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63)와 기호 10번 김경재 신자유민주연합 후보(80), 기호 8번 옥은호 새누리당 후보(51) 3명의 공통분모는 친박(친박근혜)’이다.

 

원조 친박으로 꼽히는 조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를 비판하며 이번 대선은 역대 최악의 후보를 뽑도록 강요하는 사실상 선거독재에 해당한다. 도덕성이 평범한 일반 국민 수준에 턱없이 부족하고 부끄럽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권을 붉은 적폐로 규정하고 적폐청산위원회를 설치해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공언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4·27 판문점선언 등의 폐기도 공약했다. 민주노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해체도 주장했다. 국토균형발전계획을 통해 지방의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지방에도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공기업 개혁 방안도 내놓았다.

 

조 후보의 선거 현수막에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얼굴을 담았다. 그는 도덕성과 대한민국의 정체성에서 다른 후보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자부한다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용기와 정의감에서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우위에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를 지낸 김 후보는 일본과 핵무기를 공동 개발해 핵무장화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후보는 박씨의 탄핵은 부당하며 박씨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TV토론회에서 공공장소에서 동성애, 낙태를 옹호하면 사법처리하고 여성도 남성처럼 군복무하는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옥 후보는 20204·15 총선이 조작됐다는 부정 선거 의혹을 줄곧 주장했다. 선관위에 등록한 10대 공약 중 7개가 부정 선거 방지 관련 내용이다. 옥 후보는 대한민국을 둘러싼 거짓말과 범죄로부터 국민을 해방시키기 위해 출마했다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절차 또한 거짓말과 사기의 결과라고 말했다.

 

통일 대통령기호 `13번 이경희 통일한국당 후보(47)통일 대통령, 경제 대통령을 구호로 내세웠다. 남북이 통일하면 청년들의 사업·취업·교육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통일이 되면 인구 1억의 대국으로 급성장하게 된다대륙을 통해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이 열려 경제문제도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통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공약했다. 남북 간 여행 전면 자유화도 약속했다. 그는 국민에게 통일의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대선에 출마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부동산 규제를 혁파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부동산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소득세, 취득세, 양도세, 증여세, 상속세 인하 등 감세도 제시했다.

 

기호 14번 김민찬 한류연합당 후보(64)는 비무장지대(DMZ)에 세계문화예술 도시를 건립하는 것이 첫 번째 공약이다.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는 DMZ에 문화예술 도시를 세우고 인종·민족·지역별 장벽을 허물 수 있는 사회 인프라로 채운다는 구상이다. 김 후보는 태평양과 대륙을 잇는 각종 운송산업, 세계문화산업의 발전으로 수출입 증대, 지속적인 고용 창출 효과 등 막대한 경제적인 효과로 한국이 세계 물류 중심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후보는 내각의 장관 자리에 국회의원을 기용하지 않고 각 부처의 실무자를 임명하겠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또 공기업 대표 자리에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를 앉히는 폐단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기업에서 오랫동안 근속하며 실무를 쌓아온 사람이 대표를 맡도록 해 책임경영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이재명-윤석열 지지율 바꿔 보도한 JTBC, 생방 중 사과

지난달 28JTBC 저녁 뉴스 뉴스룸에서 보도되고 있는 여론조사 읽어주는 기자코너. 사진=JTBC 뉴스 갈무리

JTBC는 해당 보도를 통해 지난달 27일과 28일 발표된 네 곳의 여론조사를 비교 분석했다. JTBC가 인용한 여론조사는 KBS·한국리서치 CBS·서던포스트 TBS·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오마이뉴스·리얼미터 등이다.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 지지율은 각각 39.8%인 동률로 나타났다. CBS·서던포스트에서 여론조사에서는 윤 후보가 40.4%40.0%로 집계된 이 후보를 0.4%p 차로 앞섰다.

 

TBS·KSOIARS(자동응답 방식) 여론조사에서는 윤 후보가 45.0%43.2%인 이 후보를 1.8%p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오마이뉴스·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윤 후보가 42.0%39.5%의 이 후보를 2.5%p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JTBC 기자의 보도 멘트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그래픽 자료에서 실수가 벌어졌다. TBS·KSOI와 오마이뉴스·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뒤바꿔 표기한 것. TBS·KSOI 조사에서는 이 후보를 45.0%, 윤 후보를 43.2%로 표기했다. 오마이뉴스·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이 후보를 42.0%, 윤 후보를 39.5%로 기재했다.

 

JTBC 측은 생방송 도중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즉각 앵커가 클로징 멘트에서 공개 사과를 했다./ 미디어오늘 조준혁 기자

 

KSOI, 유리하게 여론조작언론사·국힘 부대변인에 법적대응

한국사회여론연구소-TBS 여론조사에 자유일보 유리하게 여론조사 조작차승훈 우려했던 여론조작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자신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조작했다고 보도한 언론사와 관련 논평을 낸 국민의힘 선대본 상근부대변인을 경찰에 고소했다. 해당 보도에 대해서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KSOITBS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지난달 22일 발표했다. 자유일보는 이날 딱걸렸다, TBS...유리하게 여론조사 조작이란 기사에서 “TBSKSOI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의도적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설문 문항과 조사대상을 조작한 것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여론조사에서 의도적으로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질문을 맨 앞에 배치해 여권 지지자들의 설문 참여를 유도했고, 여권 강세 지역은 응답자가 많게, 야권 강세 지역은 응답자가 적게 조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2일자 자유일보 기사 갈무리

 

 

이틀 뒤인 지난달 24일 차승훈 국민의힘 선대본 상근부대변인은 우려했던 여론조사 조작 정황 드러나란 제목의 논평을 내고 여당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설문 문항 순서가 배치된 점과 여권 강세지역인 호남지역 응답 비율을 높이고, 야권 강세지역인 영남지역 응답 비율을 낮췄다고 했다.

 

KSOI1근거도 없이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이라고 보도해 본 기관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시켰다며 자유일보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하고 기사 작성 기자와 편집인을 영등포경찰서에 법적대응했다. 차승훈 부대변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확인 절차 없이 이 기사를 바탕으로 논평을 냈다며 형사대응에 나섰다.

 

KSOI지극히 정상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임에도 자유일보와 국민의힘 선대본 상근부대변인은 KSOI에 사실 확인 전화도 없이 억측만으로 조작 운운한 것은 명백히 허위사실 유포 행위라며 향후 근거 없이 허위사실과 비방으로 조사기관의 신뢰성을 악의적으로 떨어뜨리는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며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김건희,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행위 모두 위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금용산업노조, 금융정의연대, 금융감시센터 등 단체 조합원과 회원들이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개입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김기원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 본부장은 "주가 조작은 주식시장에 대한 테러 행위"라며 "선량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정상적으로 형성돼야 할 주가 흐름을 방해해 자본주의의 핵심인 증권시장을 붕괴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게 바로 증권업종본부가 김건희씨의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해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게 된 이유"라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김건희씨가 자본시장법이 규제하고 있는 불공정거래 행위 세 가지 유형을 모두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씨는 먼저 미공개정보이용 행위 (금지)를 위반했다, 내부자는 미공개된 정보로 주식 투자를 할 수 없는데 김씨는 2011년 도이치모터스의 비상근 이사로 근무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로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번째로는 시세 조종 행위 금지를 위반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통정매매와 가장매매 등을 했다고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번째로는 시장 질서 교란 행위 금지를 위반했다, 김씨는 자신이 매수한 주식을 일반 투자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기 위해 일부러 다른 증권사로 이체해 매도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또 검찰 공소장과 관련해 김씨의 범행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내놓은 해명에 대해서도 김 본부장은 "내놓은 해명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공소장 범죄일람표에서 김씨의 미래에셋증권 계좌가 주가조작 일당인 이아무개씨에 의해 통정매매에 활용됐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해당 매매가 영업점단말, 즉 전화 주문으로 이뤄졌는데 대부분의 조가조작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근거로 이씨가 아닌 김씨가 직접 거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김씨의 미래에셋 계좌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매한 기간은 20101028일부터 201115일까지"라며 "주가조작으로 한창 시세를 분출시키는 시점의 시작과 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김건희씨가 이 계좌를 직접 운용했다면 김씨가 주가 조작의 시작과 끝의 가격대를 알고 있었다는 뜻"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전화를 통한 작전도 많아... 윤석열 후보 사퇴해야"

정용건 금융감시센터 대표 역시 국민의힘 해명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1988년 신한금융투자에 입사해 30년을 근무했다고 소개한 정 대표는 "지점에서 근무하면서 작전이란 무엇인가 명백히 봐왔는데 작전하는 사람들은 전주에게 높은 이율로 담보를 제공하고 돈을 빌려 작전을 한다""작전에서 가장 큰 수익을 얻는 건 바로 전주"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HTS가 아닌 전화로 주문했기 때문에 주가 조작이 아니다'라는 국민의힘의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엔 전화를 통한 작전 매매도 많았다"고 반박했다. 정 대표는 "통상적으로 고액 계좌에는 다 관리자가 있는데 HTS를 통하기도 하지만 주로 관리자들과 통화해 관리자가 주문을 내는 방식으로 매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부자 거래'와 관련해서도 "김씨 스스로가 도이치모터스의 비상근 이사였다고 밝혔다, 이사의 지위는 상근과 비상근을 구분하지 않는 데도 (윤 후보 측은) 김씨가 비상근이었다며 책임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선 내부자 거래는 엄격하게 처벌한다. 미 검찰은 살인죄로 24, 유괴로 14년을 구형하지만 내부자 거래와 관련해선 최소 25년을 구형하고 있다""상황이 이런데도 한국 검찰은 무소불위의 기소권을 갖고도 눈을 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윤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주식이 폭락하면 깡통 계좌가 생기고 그로 인해 투자자들은 자살까지 할 수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주가조작은 가장 비열하고 더러운 범죄 행위다, (김씨가) 주가 조작에 연루됐다는 것만으로도 (윤 후보) 사퇴의 이유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역시 윤 후보의 대통령 후보 자질을 문제 삼았다. 박 위원장은 "1금융권 종사자인 제 눈으로 봐도 김씨의 주가 조작 행위는 명백한 범죄다. 신뢰성과 공정성을 무너뜨리고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이런 행위를 한 사람이 어떻게 청와대를 들어가겠다는 것인지, 거짓말 하는 사람이 어떻게 일국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류승연(syryou)/ 오마이뉴스

 

20대와 50, 모병제·탈서울로 본 세대 간 의식의 간극은 어느 정도?

20대와 50대 의식 조사

민주화운동 세대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심포지엄과 여론조사를 했다. 이번 행사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인재근 의원, 이용빈 의원실이 주최하고 80년대 민주화운동 심포지엄추진위원회가 주관한 80년대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두 번째 심포지움의 일부로 기획되었다. 따라서 심포지엄의 컨셉인 '세대차이인가? 세대충돌인가?' 주제에 '청년, 민주주의, 노동, 그리고 페미니즘'이란 부제를 의식하며 준비하였다. 심포지엄의 근저에는 과거 민주화운동을 같이했던 동지들이 모여 아직 우리가 못다 한 숙제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변화한 세상에 민주화운동 정신을 어떻게 계승 발전시킬지 성찰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였다.

 

여론조사는 50대와 함께 20대 청년의 의식을 조사했다. 그래야 두 세대가 얼마나 생각이 같고 다른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내용은 주요한 사회적 현안에 대한 평가와 함께 두 세대에 대한 평가를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민주화운동세대의 탈서울 문제에 대한 반응을 물어보았다.

 

이런 취지에서 조사는 행사 전 짧은 시간 안에 아직 발표자들이 발표문을 다 쓰지도 않은 상태에서 결과를 예상하며 설문을 구성하고 조사를 기획하고 진행하였다. 전화나 면접조사는 비용이 많이 들고 그렇다고 학계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ARS 조사를 할 수는 없었다. 본 질문만 20개에 인구통계학적 변수도 10개에 달하는 조사를 ARS는 수행할 수가 없다. 그래서 불가피 설명이 긴 설문을 감당할 수 있는 웹 조사를 택했고 140만 명의 자체 패널을 가지고 있는 전문 조사회사인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했다. 210일과 11일에 걸쳐 20대와 50대 각 300샘플 씩 총 600샘플을 성, 연령, 지역 변수 비율에 맞게 할당 후 무작위 추출하였다.

 

마침 때가 대선 직전이라 사회적으로 몹시 민감한 상황이었다. 자칫하면 선거조사로 간주되 검열을 연상시키는 사전 신고를 통해 설문 검사를 받아야 하고 언론사가 할 경우에는 사전 신고가 면제되고 사후 등록하면 되지만 역시 선거조사면 샘플 수가1000개를 넘어야 한다. 이 조사같이 20대와 50대를 각각 조사하고 비교하려는 취지라면 각각 1000샘플씩 2000샘플을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 조사회사의 입장이었다. 불가피 선거조사로 오인되지 않게 조심했다. 샘플 증가는 비용 증가를 의미하고 조사를 못한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조사 내용에 대해 세 부분으로 나눠서 핵심만 소개하겠다. 첫째, 청년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모병제와 국립대 무상화 질문이었다. 둘째, 80년대 민주화운동에 대한 평가이다. 셋째, 50대의 탈서울에 대한 반응이다.

 

첫째, '월급 300만 원과 취업준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된다면 3~5년 계약으로 선택하는 모병제는 선택할만한가요?'라고 물었다. 20대는 79.7%, 50대가 91.7%가 찬성을 했다. 이 결과는 지금까지 있었던 모병제에 대한 조사 가운데 가장 찬성이 높다. 기존의 조사는 무턱대고 징병제냐 모병제냐라고 물었다면 이 조사는 짧지만 핵심적 요인을 설명하고 있어서 차이가 났다고 본다. 취업난과 양극화 속에 청년들이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장의 소득과 미래 취업 전망이다. 당사자보다 50대 부모 세대가 더 높은 점도 재미있다. 과거엔 실현불가능했으니 더 반응이 좋다고 추정해볼 수 있겠다.

각 조사가 설문과 조사 방식이 달라 시간에 따라 변화를 말하기가 어렵지만, 여러 조사 방식을 섞은 ARS 조사인 CBS 조사와 인터넷 조사인 KBS 조사를 별도로 하면 큰 흐름은 말할 수 있다. 적어도 어느 한쪽으로 과도하게 기울어진 상황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CBS 조사와 KBS 조사는 어느 한쪽으로 기운 결과를 보여준다. 학계가 그 결과를 신뢰하는 전화조사 방식을 사용한 조사들이 같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 사실은 같은 회사 결과를 비교하는 방식으로도 검증된다. 리얼미터 조사는 2012년 모병제 찬성 15.5%에서 2016년 찬성 27.0%, 2019년 찬성 33.3%로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갤럽 조사도 2016년 모병제 찬성 35%에서 202143%라는 결과를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모병제 지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사 결과는 놀라운 변화이다. 병력 자원의 부족 때문에 50만 징병제 유지가 어려워진 상황이고 2022년 국방 예산이 52조 원인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추산하는 전면 모병제 실시 경우 최대 12조 원의 추가 예산 소요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현재여성징병제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조사 결과를 본다면 정치인들의 무감각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방국립대를 무료로 하고 학생 모집이 안 되는 지방사립대를 국립대에 포함시키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질문했다. 20대는 찬성이 52.3%, 50대는 58.7% 찬성이 나왔다. 성과 연령에 따라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질문은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본 적이 없다. 그러나 반값 등록금이 사회적 의제로 등장한 지 15년이 넘었다. 유럽에서 '68운동' 이후 대학 개혁을 추진했고 대학 무상화가 일반화됐는데 그보다 경제적 능력이 훨씬 좋아진 현재 대한민국은 아직도 반값 등록금을 국가 장학금으로 준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이 총 415개 대학 중 46개 국공립대를 대상으로 산정(2020년 기준)한 결과 9943억 원이면 무상화가 가능하다. 대학에 진학할 학령인구는 201060만 명이다가 2020년에는 40만 명으로 줄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학생들마저 상당수 오지 않게 되면서 지방대학의 학생 부족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이제 불가피하게 대학 수를 줄이면서 세계 최고인 사립대학 비율도 줄여야 한다. 미국도 30%인데 우린 80%이다. 재단 관련 인물을 직원 채용하고 부정이 적발되는 등 사학의 방만한 경영이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아직 사회적 의제화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국립대 무상화가 상당한 지지기반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둘째, '1980년대 전두환 정권에 저항한 민주화운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하고 물었다. 필요했다는 응답이 20대는 88.7%, 50대는 92.3%로 매우 높았다. 사회적 합의 수준이라 말할 수 있다. 이어서 '80년대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던 인물들의 우리 사회 발전에 대한 기여도를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하고 물었다. 이 역시 2089.3%, 5084.3%20대가 더 높았고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현재 50대는 기득권층이다라는 주장에 동의하시나요?'라고 물었더니 50대가 52.7%가 인정한 반면 20대는 75.3%가 동의했다. 80년대 민주화운동은 꼭 필요했고 이후에도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은 인정하지만 현재는 기득권층이라는 응답이 20대에서 많았다. 60대 이상에 대한 평가는 이후 과제로 남겨야겠다.

 

셋째, '어느 대학교수는 1년에 베이비부머 100만 명이 서울을 떠나야 청년과 지방이, 나아가 우리나라가 산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대로 현재 50대인 수백만 명이 10년 안에 집을 팔고 서울을 떠나 비수도권 지역으로 이동하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20대는 69.7%, 50대는 69% 찬성으로 세대 간 차이 없이 찬성이 높았다. 아직 큰 목소리는 아니지만 흐름이 본격화될 경우 사회적 호응을 예상할 수 있는 조사 결과였다.

 

이어서 ''50대의 탈서울캠페인'에 대해 귀하께서 받은 느낌은 무엇인가요?'를 물었다. 자발적, 집단적이어야 성공한다고 보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20대에서 57.7%로 가장 높은 선택이었다. 이 응답은 제발 좀 성공하라는 의미를 갖는 응원의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 역설적으로 실패할 가능성도 많다고 보는 것이다. 서울의 주택난 해소와 집값 하락에도 20대의 43%가 동의했다. 그러나 비현실적이라고 보는 의견도 51%였다. 50대는 그 의견이 33.7%20대보다 낮았다. 다수가 현실적 대안이라고 본다고도 할 수 있다. 50대에서는 베이비부머의 노후대책이라는 의견도 40%였다.

'귀하께서는 현재 대한민국 인구 과반이 수도권에 몰려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시나요?' 하고 물었다. 수도권 과밀에 대한 우려는 2077.7%, 50대는 90%로 공통적으로 매우 높았다. 처음부터 대도시에서 자라난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과밀하다는 의식이 덜한 것 같다.

 

'비수도권 지역이 서울의 50대를 받아들이는데 가장 부족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는 81.3%가 일자리라고 대답했다. 아직 노후 준비가 안 된 경우가 많고 비용이 덜 드는 곳으로 가서 더 일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는 의료시설(71%), 문화시설(49.7%)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중교통이 서울에 비해 불편할 텐데 자가용 소유 때문인지 그에 대한 우려는 32%에 불과했다. 주거시설에 대한 우려도 22%에 불과했다.

 

이 외에도 남북통일과 페미니즘, 10년 내 자기 집 마련의 가능성, 종부세 인식 등 재미있는 질문과 응답이 있으나 아쉬움을 가지고 이만 줄인다.

오세제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 / 프레시안

 

이재명 성남시의 수의계약 난맥상

뉴스타파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을 지내던 시기 체결된 성남시 및 산하기관의 수의 계약 내용을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이 후보의 성남시 선거운동을 도운 민간사업자 2명이 억대의 수의 계약을 따낸 사실이 드러났다. 성남시와 산하기관에서 수십억 원의 수의계약을 받은 건설업자가 2017년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에게 고액의 정치후원금을 납부한 사실도 확인됐다.

 

선거캠프 출신 설립 SNS 홍보업체, 성남시 등과 2억여 원 수의계약

성남지역 아파트 입주민 대표 출신인 김 모 씨는 지난 2012성남시 SNS 시민소통관’ 1호 민원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성남시 SNS 시민소통관은 이재명 시장의 성남시가 시 정책으로 중점 추진한 제도다. 2013년에는 이재명 후보가 창립한 시상권 활성화 재단에서 홍보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 후보로부터 직접 표창패를 수여받기도 했다. 2014년 지방 선거에서는 이 후보의 선거운동을 지근 거리에서 도왔다. 이재명 후보가 지난 2017년 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을 때는 이재명SNS콜센터 개발 등 이재명 캠프의 선거 지원 업무를 맡았다. 경선 당시 친이재명성향의 트위터 계정을 개설해 운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던 인물이다.

 

김 씨는 20137월 블로그 서비스 업체 S사를 설립했다. 뉴스타파가 성남시 계약정보공개시스템에 공개된 성남시 및 산하기관의 수의 계약 내용을 분석한 결과, S사는 201311월부터 20174월까지 성남산업진흥원 등 성남시 산하기관 4곳과 네이버 블로그 운영 등을 명목으로 모두 12건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계약금 총액은 2억 원이다.

S사는 성남시로부터도 수의계약을 따냈다. ‘성남시 SNS 통합시스템 구축 용역등 명목으로 성남시와 20149월부터 20171월까지 5400만 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이렇게 S사가 성남시와 산하기관 관련 업무를 수행한 대가로 거둔 수입은 확인된 것만 25천여만 원이다. 2017년 대선 경선 출마 당시 이재명 후보의 정치후원금 지출 내역을 확인한 결과, S사는 이 때도 이재명TV 구축 등 용역의 대가로 77백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S사는 영업 기간 동안 매출의 절반 이상을 성남시와 시 산하기관에 의존했다. S사는 20189월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후 법인 해산했다. 김 씨는 2018년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자 경기도청 비서관에 채용됐다. 현재는 이재명 캠프에서 현안 대응 업무를 맡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 ‘SNS 활성화 계획으로 성장김 씨 위법 없었어

S사가 수주한 사업은 주로 SNS와 관련된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이재명 시장 당시 성남시 시책이었던 공직자 SNS 활용 활성화 운영계획연관 사업이다. 2012년 성남시는 각 부서와 산하기관의 직원들에게 개인 SNS 계정을 활용해 민원에 대응하거나, 시 사업을 홍보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성남산업진흥원 등 산하기관 4곳은 시 정책 홍보 및 직원들의 SNS 활용을 교육하고 평가할 업체를 선정했는데, 그 업체가 바로 S사였다. S사가 이 사업과 성남시 및 산하기관 블로그 운영 대행 사업을 합쳐서 따낸 수의계약 액수는 14000만 원에 이른다.

 

당시 S사로부터 계약을 제안받은 한 산하기관 관계자는 계약 당시 성남시로부터 기관 직원의 개인 SNS 계정을 이용한 홍보활동을 강화하라는 지침이 내려왔고, 이 지침에 따라 직원 SNS 평가·교육 등을 해야했는데 S사가 우리에게 견적을 보냈고, 확인해보니 S사가 성남시 SNS 사업을 수주한 레퍼런스가 있어 용역을 맡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무원 개인 계정을 활용한 기관 홍보는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로 현재 시행되지 않는다.

 

김 씨는 S사의 여러 계약 경위를 묻는 질의에 대한 문자 답변에서 나는 위법행위를 한 적이 없다“2016년 퇴사 이후 회사 활동에 관여하지 않았고, 전문성과 성실한 용역 수행을 인정받아 계약이 성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성남시장 선거 당시 이재명 캠프에서 수행한 역할에 대해서도 당시 성남지역 더불어민주당 시의원 경선에 출마했던 당원으로서 이재명 후보를 자원봉사자로 도운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개인사업자로 4억 원대 수의계약

2014년 이재명 성남시장의 선거를 도운 것으로 알려진 신 모 씨는 2017년 대통령 후보 경선 때도 이재명 후보를 도왔던 인물이다. 그는 프로축구단 성남FC의 회원 이벤트 등을 담당했던 홍보기획사 대표 출신이다.

신 씨는 L사라는 회사를 설립한 뒤 20145월부터 20176월까지 최소 31건의 수의계약을 성남시 등과 체결했다. 계약 명목은 삶의 질 세계100대 도시 지표를 활용한 인포그래픽 제작’, ‘공무원 안전체험 교육’, ‘금연사업 홍보물품 제작등으로 다양하다. 계약금 총액은 42000여만 원이다.

 

그런데 L은 법인이 아니라 개인사업자였다.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가 시의 각종 용역 사업을 수주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도 규정상 시 용역 사업을 수주할 수는 있다. 지방계약법 시행령 25조에 따르면 계약 추정가격이 2천만 원 초과, 5천만 원 이하인 경우는 여성·사회적기업 등에 수의 계약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자인 신 씨가 여성이었던 L사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미심쩍은 정황이 발견됐다. 성남시는 2017616통장 워크숍 개최명목으로 L사에 수의계약을 줬다. 용역 대금은 3860만 원으로 5천만 원 이하였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대로 형식상 수의계약 요건에 해당한다. 그런데 2014년에서 2019년 사이 통장 워크숍사업의 용역 대금은 2017년 한 해만 제외하고 모두 7천만 원 이상이었다. 5천만 원을 초과했기 때문에 당연히 경쟁입찰을 거쳐 사업자가 선정됐다. 유독 L사와 계약한 2017년 한 해만 용역 대금이 5천만 원 이하로 설정됐고, 이에 따라 수의계약 요건이 발동한 것이다. 더구나 통장 워크숍을 개인사업자가 수행한 것은 이때가 유일했다.

 

신 씨는 이 후보가 지난 2017년 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을 때 이재명TV 제작 등 선거운동에 관여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이재명TV 구축 용역을 맡았던 곳은 앞에 등장한 김 씨가 설립한 S사였다. 김 씨는 신 씨를 알긴 하지만 친분이 있거나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다라고 했다.

 

성남시 공무원으로도 임용현재는 코나아이이사

신 씨는 2017성남시 임기제 공무원 임용시험에 합격해 임기제 7급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채용 분야는 민생안정전략추진이었다.

 

그런데 당시 공고된 성남시 채용계획에는 신 씨에게 유리한 직무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었다. 채용공고문을 보면, 민생안정전략추진 분야 직무내용으로 경제·사회·문화·관광분야 기획과 함께 삶의질 세계 100대 도시 추진을 위한 업무 지원이 적혀 있었다. ‘삶의질 세계 100대도시 추진을 위한 업무 지원은 앞서 신 씨가 L사를 통해 수행한 용역 과제 중 하나다.

 

성남시는 20151228삶의 질 세계 100대 도시 지표를 활용한 인포그래픽 제작L사에 맡겼다. ‘삶의 질 세계 100대 도시는 이재명 후보가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들고 나온 선거 공약이다. L사를 제외하고 2014년부터 채용공고가 나간 20176월까지 삶의 질 관련 업무 용역을 받은 곳은 없었다. 다시 말해, 공무원이 아닌 이상 신 씨를 제외하고 '삶의 질 100대 도시' 관련 업무를 해 본 이는 당시로서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20176월 성남시인사위원회가 공고한 '임기제공무원 임용시험 시행계획', 신 씨는 민생안정전략추진 분야에 지원해 최종 합격했다.

 

성남시는 뉴스타파 질의에 대해 당시 해당 분야 전문인력이 필요해 임용 공고를 냈고, 당사자가 신청하여 서류전형 및 면접시험을 거쳐 적법하게 채용되었다고 해명했다. 수의계약 관련 의혹들에 대해서도 특혜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계약 관련 자료는 기록물 보존기간 만료로 폐기된 상태다.

 

신 씨는 2018년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자 성남시 공무원직에서 사직했고, 현재는 경기지역화폐 사업자인 코나아이 이사로 재직 중이다. 신 씨는 전화와 문자를 통한 질의에 나중에 얘기하자며 답변을 피했다. 이재명 캠프에도 선거운동을 도운 민간사업자들에 대한 특혜 제공 여부를 묻는 질의를 보냈지만 2일 현재까지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수의계약 몰아받은 건설업자들의 고액 정치후원금

뉴스타파는 성남시 및 산하기관의 수의계약 내용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성남시가 수의계약을 몰아준 지역 건설업자들이 이재명 후보에게 고액의 정치후원금을 낸 사실도 발견했다.

지역 건설업자 서 모 씨는 20172월 당 대선 경선에 나선 이재명 후보에게 개인 최고 한도인 1000만 원을 후원했다. 당시 서 씨는 선관위에 자신의 직업을 무직이라고 신고했다. 하지만 서 씨는 성남지역 건설업체 H사 대표였다. H사는 이 후보가 첫번째 성남시장 임기를 시작한 직후인 201075일 설립됐다. 이후 20114월부터 올 1월까지 성남시에서 최소 261건의 수의계약을 받았다. 계약금 총액은 267600만 원, 이중 이 후보 임기 때 받은 계약금은 212700만 원이다.

서 씨는 개인사업자인 D사를 통해서도 2008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최소 494건의 계약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금 총액은 282000만 원이다. 이 후보 임기로 한정하면 203000만 원을 받았다. 결국 서 씨는 H사와 D사를 통해 확인된 것만 40억 원 이상의 계약을 이재명 성남시로부터 받은 것이다. 현재 서 씨는 H사 대표에서 물러난 상태다. H사의 현 대표인 최 모 씨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이런 일을 취재하는 것이 매우 불쾌하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는 서 씨의 뜻을 전했다.

 

성남시에서 다수의 수의 계약을 수주하고 이재명 후보에게 정치후원금을 낸 건설업자는 서 씨 뿐만이 아니다. 건설업자 방 모 씨와 신 모 씨는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각각 500만 원, 400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냈는데 이들이 대표로 있던 건설사는 성남시 등에서 2011년부터 최근까지 각각 194, 85건의 수의계약을 받았다. 계약금 총액은 각각 242400만 원, 99000만 원이다. 방 모 씨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정치 후원금을 낸 것은 그냥 좋아서 낸 것이며, 수의 계약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신 모 씨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밖에 2006년 당시 이 후보의 선대본부장을 지낸 김 모 씨도 친동생이 운영하는 건설업체를 통해 계약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해당 업체가 20119월부터 20155월까지 받은 수의계약은 최소 62, 금액은 5억 원이 조금 넘는다. 김 씨는 2014년 이 후보에게 정치후원금 500만 원을 납부했다.

 

일부 사업자에 수의 계약을 몰아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성남시는 “ (문제 제기 이후에는) 가급적 많은 업체가 (계약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뉴스타파는 정치후원금과 수의 계약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재명 캠프 측에 질의했지만 2일 현재까지 답변을 듣지 못했다./뉴스타파 강현석

 

역전에 역전 거듭 아직도 승자는 '안갯속'

윤핵관·허위이력 과잉의전·법카 단일화 불발, 판세 흔들어

대선 D-7, 판세 원점으로 43.1% 46.3% 오차범위 '접전'

2022-03-02 11:35:14 게재

3.9 대선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내일(3)부터는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는 '깜깜이 선거'로 들어간다. 여야 주자들은 줄잡아 1년 가까이 경선과 본선 레이스를 달려왔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수차례 선두가 바뀔만큼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대선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승자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한국갤럽이 매주 실시한 정례조사(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통해 역대 가장 치열했던 지난 1년간의 대선 레이스를 돌아본다.

이재명-윤석열 양강구도는 1년전부터 형성됐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직을 사퇴(202134)한 직후 실시된 311일 조사에서 두 후보는 나란히 24%를 기록했다. 윤 후보는 출마선언도 하지 않았지만, 일약 양강후보로 도약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여야 모두 본격적인 경선에 돌입했지만 양강구도는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해 1010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먼저 선출된 이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듯 했지만, 115일 후보로 확정된 윤 후보가 단숨에 역전했다. 1118일 조사에서 이재명 31%, 윤석열 42%였다. 오차범위를 넘어선 격차였다. 컨벤션효과가 뚜렷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윤 후보에게 '악재'가 잇따랐다. 윤핵관(윤석열측 핵심관계자) 논란이 촉발됐다. 정치신인인 윤 후보를 둘러싼 일부 측근이 전횡을 일삼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준석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더니, 결국엔 상임선대위원장직을 내려놨다.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이력을 둘러싼 논란도 가중됐다. 윤 후보와 김씨가 잇따라 사과했지만 윤 후보의 강점인 '공정 이미지'는 상처를 입은 뒤였다. 결국 지지율이 요동쳤다.

 

새해초 조사(16)에서 이재명 36%, 윤석열 26%를 기록했다. 오차범위 밖 격차로 이 후보가 앞섰다. 대세가 기우는가 싶었지만, 다시 반전이 일어났다. 윤 후보는 선대위를 해체하고 새출발을 선언했다.

 

이번엔 이 후보쪽에서 악재가 터졌다.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가 과잉의전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휩싸인 것. 이 후보와 김씨가 잇따라 사과했지만 여론은 냉담했다. 대선을 20일 앞두고 발표된 조사(217)에서 이재명 34%, 윤석열 41%였다. 윤 후보가 재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이제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20여일 남짓. 윤 후보의 승리가 굳어지는가 싶었지만 판세는 또 흔들렸다. 윤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으로 인해 여권지지층이 자극 받는가 싶더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윤 후보와의 후보단일화 결렬을 선언하면서 여권지지층은 급속히 결집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해볼만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224일 조사에서는 이재명 38%, 윤석열 37%였다. 그야말로 초접전을 기록한 것이다.

대선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2, 판세는 말그대로 안갯속이다.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한 조사(22728)에서 이재명 43.7%, 윤석열 44.6%였다. 오차범위내 접전이다. 뉴시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조사(22831)에서도 이재명 43.1%, 윤석열 46.3%로 오차범위내 차이를 보였다. 누구도 "앞선다"고 자신하기 어려운 판세인 셈이다.

 

1년전 양강으로 시작한 두 후보의 대선 레이스는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다가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전문가는 2"지금 판세라면 지지층을 한 명이라도 더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쪽이 유리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초접전 상황"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2021121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의견광고.

지난 126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의견광고.

중앙일보 33일자 지면.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이별의 시간

29년 결혼 생활을 마친 부부... 이별한 뒤 보이는 것들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스틸컷.

[PD저널=신지혜 시네마토커·CBS <신지혜의 영화음악>진행] 남편과 아내. 29년간 결혼 생활을 이어 온 두 사람은 지적이고 차분하고 안정 되어 보인다.

 

남편 에드워드는 세심하고 배려심이 깊어 보인다. 긴 세월 함께 해서 그런 면도 없지 않지만 아내의 눈빛만 봐도 아내의 손끝만 봐도 무엇을 찾는 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필요한 지 바로 알아채고는 아내의 곁에 필요한 것을 놓아주곤 한다. 그런 남편을 향해 아내는 눈부시고 다정한 미소를 보낸다. 아내 그레이스는 시선집을 내려고 준비 중이다. 조용하고 차분한 학자인 남편을 향한 신뢰와 애정이 얼굴에 드러난다.

 

두 사람은 참 많이 다르다. 아내는 독립해 살고 있는 아들이 늘 보고 싶다. 이번 주말에는 오려나, 많이 바쁜 듯 하지만 그래도 짬을 내어 와 주면 좋을 텐데 싶다. 남편은 아내가 그럴 때마다 말한다. 아들도 이제 다 컸고 누구나 자기만의 삶이 있는 것이라고. 그 각자의 삶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말이다.

 

주말에 아들이 오기로 했다. 아내는 살짝 들뜨고야 만다. 반갑고 보고 싶은 아들. 자주 오라고 보챌 수 없으니 이렇게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너무나 좋다. 남편은 그런 아내를 덤덤하면서도 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사실 남편은 아내와의 삶이 버겁다. 여태 큰 잡음 없이 잘 지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가 삐걱거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아내가 부담스럽고 아내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무겁다.

 

그런 그에게 숨을 돌리게 해 주는 여자가 생겼다. 이번 주에 아들이 오는 것도 그 이야기를 꺼내고자 남편이 만든 자리이다. 그런 줄은 꿈에도 모르는 아내는 그저 아들이 온다는 소식에 들떠 있고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마음은 착잡하다.

 

아들이 오고 이른 아침 남편은 아들과 산책하면서 이야기를 꺼낸다. 아들은 분명 마음에 소용돌이가 일었겠지만 아버지의 마음과 선택을 존중하기로 한다. 하지만 아내는, 예상했다시피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게 세 사람이 함께 해 온 삶의 방향이 나뉜다. 사랑이라는 것은 실제로 유효기간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유효기간이 없다면 우리의 심장이 견딜 수 없다지 않은가. 그래서 적당한 시간이 흐르고 사랑은 종말의 시간을 맞게 되는 것이 순리인가 보다. 하지만 가슴 뛰는 사랑만이 사랑이 아니고 그 사랑은 다른 형태로 우리 사이를 묶어 주기 때문에 우리는 또 함께 살아나간다.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스틸컷.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은 바로 그 지점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부부로 살아온 남편과 아내 그리고 아들의 입장을 찬찬히 들여다 보게 된다.

 

남편은 아내의 많은 부분을 미리 알아채고 챙겨 줄 정도로 세심하고 섬세한 사람이다. 그런 그이기에 아내와 자신이 많이 다르고 그 다름이 점점 벌어지고 있음을 일찌감치 깨달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켜야 할 것, 함께 해야 하는 것, 약속 등을 생각하며 시간들을 견디어 온 것은 아닐까. 그것이 어쩌면 그 남자가 아내를 사랑한 방식이 아니었을까.

 

아내는 자신감과 당당함이 넘치는 사람이다. 아내는 자신과 남편이 많이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잘 살아 나갈 수 있고 잘 살아 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것이 어쩌면 그 여자가 남편을 사랑한 방식이겠다.

 

아들은 아버지가 떠나가고 빈자리를 슬쩍 채운다. 정작 자신은 너무나 바쁜 여자친구와 얼굴 볼 시간도 없는 상황이지만 어머니의 빈 마음을 채워 주러 시간과 여건이 허락하는 한 집에 온다. 그러면서도 아들은 아버지의 선택과 결정과 새 일상을 존중하고 받아들인다. 그것이 아들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각각 사랑하는 방식일 것이다.

 

긴 세월 경험으로 익숙해짐과 버거워짐을 느껴본 사람들이구나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감정과 이성을 분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테고 이성적인 판단과 감정의 골을 메우기가 쉽지는 않았을 테니.

 

사랑이라정말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은 무엇일까. 서로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사랑은 과연 같은 방향에 놓여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 사랑의 형태 중에 내가 들고 있는 사랑은 과연 어떤 것일까.

 

에드워드와 그레이스는 운명처럼 만났다. 젊은 나이의 남자가 아버지의 상실감을 이기지 못하고 있을 때 우연히 같은 기차를 탄 여자가 시를 읊어주며 남자의 상황과 심리를 정확하게 판단해 남자의 마음에 작은 위로를 심어 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다. 여기서 영화가 끝났다면 우린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 행복하게 잘 살 것이라는 생각을 품었겠다. 하지만 그렇게 영화처럼 운명처럼 강렬하게 이어진 두 사람은 너무나 달랐고 메울 수 없는 간극을, 알아챌 수밖에 없었으리라.

 

하지만 영화는 슬프지 않다, 새로운 희망과 새로운 삶이 있어, 식의 엉뚱한 격려를 해 주지도 않는다. 그저 삶의 방향이 바뀌어 버린 남편와 아내, 아들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준다. 모든 것은 이처럼 지나가고 모든 것은 새 자리를 찾는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하나 더. 영화의 배경을 잡아 주고 주인공들의 내면을 대변하는 모차르트의 곡과 그레이스가 읊는 시들은 이 영화의 품격을 더욱 높여준다.

신지혜 시네마토커/ PD저널

 

정의당 류호정 "민주당, 2030 여성 표 훔치려 수작···속지 말자"

 

국힘 '특전사' 카톡방 "국민에도 등급, 하는 짓 민초면 개돼지"

아직도 윤석열 들어가 있는 '20번방' 대화... "백신 맞다 죽어서 지옥" "노란 리본 달고 지X

<오마이뉴스>는 국민의힘 선대본부 조직통합총괄단(전 선대위 조직총괄본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어게인SNS소통위원회' 카카오톡 채팅방을 입수했고, 그 중 윤석열 대선후보가 참여해 있는 '20번방'의 내용을 집중 분석했다.[편집자말]

국민의힘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어게인SNS소통위원회" 카카오톡 채팅방 중 20번방 참여자 목록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포함돼 있었다. 해당 프로필에 적힌 휴대전화 번호는 윤 후보의 것과 일치했다.제보

 

"국민들에게도 등급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분명 시민은 아니고 어리석은 민초와 백성들이다."

"하는 짓이 민초의 짓이라면 개나 돼지나 마찬가지다."

 

'특전사'를 자처한 이들이 모인 국민의힘 카톡방 '020-어게인SNS소통위원회(이른바 20번방)'에 올라온 메시지다. 20번방엔 윤석열 대선후보를 비롯해 국민의힘 현역 의원 및 선대본부 핵심 인물들이 포함돼 있었는데, 이 같은 메시지엔 "지인에게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애국의 지름길" "한마디도 버릴 내용이 없다. 전 국민들에게 펌(퍼 나르기) 해달라"는 문구도 덧붙어 있었다.

 

대표적으로 "◯◯대학 김◯◯ 교수의 글"이라며 올라 온 글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글은 110, 11일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올라왔고, 다른 번호의 카톡방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019-어게인SNS소통위원회'라는 이름의 19번방에도 "한 마디 버릴 내용이 없네요. 전국민들게 펌해주세요. ◯◯ 교수님의 글 제목 : 국민에게 고함"이란 제목으로 해당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국민에게도 등급이 있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공기로 숨을 쉬지만 국민들 격이 다르다. (중략) 흔히 말하는 민초는 무지랭이로 글자도 잘 모르고, 푼돈에 약하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말 잘 듣고, 복종 잘하는 국민들을 말한다. 다음 등급은 백성이다. 글자도 알고 무엇이 문제인지도 알지만 속으로만 불만을 갖고 있고 표현하지 못하는 계층이다. 그 다음은 시민이다. 불의에 저항하고 외치고 행동한다.

 

(중략) 주석 김정은에게 나라를 통치 당하는 형상으로 주석에게 아부하고 주적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중략) 국정 지지도가 47%라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어느 급에 속하는가. (중략) 침묵하다 못해 그렇게 만든 자를 지지하는 한국 사람들은 분명 시민은 아니고 어리석은 민초와 백성들이다. (중략) 하는 짓이 민초의 짓이라면 개나 돼지나 마찬가지다. 입고, 먹고, 쓰는 것은 세계적 수준이나 아무 생각 없이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고 지낸다면 역시 개, 돼지들이다.

 

"김일성 장학금" "공산사회주의자" 색깔론 비난도

국민의힘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어게인SNS소통위원회" 카카오톡 채팅방. 채팅방 이름 앞에 붙은 숫자에 따르면 120여 개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제보

 

20번방엔 코로나19 백신 음모론과 함께 백신을 맞은 이들을 ", 돼지"로 폄하하는 메시지도 올라왔다.

 

김일성 장학금 받고 공부해서 판·검사된 자들을 임명해 강제 (백신) 접종 들어가려고 하고 있군요. 개 돼지처럼 백신 맞다 죽어서 지옥 가던가, (후략) - 129일 오전 938분 이◯◯

더해 이재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을 향해 색깔론을 동원해 비난하는 내용도 상당다.

일독 후 많은 지인들에게 꼭 보내주세요. (1인당 10명 이상) <필독하고 정신 좀 차리자> 배급으로 나오는 물건을 기다리면서 살기를 바라나요? 남들보다 더 열심히 피땀 흘려 일하고 똑같이 분배 받는 개, 돼지로 살고 싶은가요? (중략) 천하의 사기꾼들 좌파 공산사회주자들의 궤변에 놀아나지 마세요. 그러면 그들의 개, 돼지 노예가 되는 겁니다. - 19일 오전 948분 나◯◯

 

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원색적 비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름도 없이 누군가 보낸 정말 정리가 잘 된 글입니다. 긴 호소문이며 고발문이기도 합니다. (중략) 여러분들은 사회주의가 답입니까. 세월호 사고가 나라에 공헌한 게 있습니까? 그렇게 또 노란 리본 달고 지X들하게. - 19일 오전 948분 나◯◯

 

<오마이뉴스> 첫 보도 이후 박형준 부산시장은 20번 방 나갔지만, 윤석열 후보는 유지

20번방 참여자 목록엔 윤 후보를 비롯해 권영세·박수영·서병수·조경태·김미애 등 국민의힘 현역 의원 및 선대본부 핵심 인물은 물론, 박형준 부산시장처럼 정치적 중립을 요구받는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의 이름도 포함돼 있었다(윤 후보는 116, 나머지는 216일 초대).

 

지난 220번방에 대한 <오마이뉴스>의 보도 이후 박 시장 등은 20번방을 나갔지만, 같은 날 오후 7시 기준으로 윤 후보는 나가지 않고 머물러 있는 상태였다(관련 기사 : [단독] 윤석열 포함된 '020' 카톡방, 특전사 자처한 그들이 벌인 일 http://omn.kr/1xk2l ).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본인이 원해서 들어가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 (단체 카톡방에) 끌려 들어간다"라며 "정치인은 (카톡방에서) 막 나가는 것도 부담스럽다. 단체 카톡방에서 일어난 일이 (윤 후보) 책임이 있다는 건 맞는 얘기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해명했다.

 

지난 14일 주호영 당시 조직총괄본부장에게 직접 임명장을 받고 20번방 등 120여 개 카톡방을 만드는 등 주도적 역할을 한 A씨는 "카친(카카오톡 친구)들과 건전하게 활동하는 사람을 악의적으로 모함하면 안 된다"라며 "제가 그 백 몇십 개 카톡방에 무슨 내용이 오가는지 어떻게 다 확인하겠나. 자기들끼리 그냥 소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20번방에 "20번방은 총괄본부 중역들이 계신다" "국민의힘에서 (채팅방을) 만들어줘서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우리 (국민의힘 조직)통합본부에서 전체 (채팅방을) 통합 관리하게 되었고 이영수 본부장님이 중앙당직자 외에는 모두 통솔한다" 등의 메시지를 남긴 바 있다.

 

[국민의힘 120개 채팅방]

[단독] 윤석열 포함된 20번 카톡방, '특전사' 자처한 그들이 벌인 일 http://omn.kr/1xk2l

[단독] 국민의힘 '특전사' 카톡방 "안철수 빨갱이, 이준석 스파이, 홍준표 간첩" http://omn.kr/1xktk

소중한(extremes88) 오마이뉴스

 

 

어떤 복지국가를 택할 것인가 [2022 대선 의제 ]

[2022 대선] 2022 대선 의제 교육과 복지

 

한국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사회복지 지출액이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GDP 대비 세금과 사회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인 국민부담률은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이 기사는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 전 작성되었습니다.

 

한국의 GDP 대비 사회복지에 대한 정부지출액의 비율은 12.2%. OECD 평균인 20%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사회복지 지출액 역시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데 어떤 복지국가로 갈 것인가? 이탈리아나 그리스는 정부의 복지지출 가운데 상당 부분이 연금과 의료에 쏠려 있다. 덴마크와 스웨덴은 연금과 의료 지출이 통제되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 대신, 다른 사회서비스나 노동 연령대에 대한 소득지원 등에 쓰는 돈이 많다.

 

복지국가 연구자인 양재진 연세대 교수(행정학)는 책 복지의 원리에서, 한국은 현재의 고령화 관련 지출을 합리화해 일하는 세대에게 더 많은 자원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다른 나라들보다 낮은 여성과 청년의 고용률을 끌어올리는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의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은 월 150만원에 불과하다. 육아휴직 급여가 낮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아직까지도 재원을 정부 일반회계가 아닌 고용보험 기금에서 지급하고 있다. 한국은 노동시장정책에 2018년 기준 GDP 대비 0.75%를 지출할 뿐이다. 덴마크(2.87%)4분의 1, 스웨덴(1.57%)의 절반 수준이다.

 

고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재교육과 재취업을 지원하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 특히 중요하다. 한국이 이 분야에 들이는 돈 자체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적지 않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예산의 많은 부분이 공공 고용을 통한 직접적 일자리 창출에 쓰인다. OECD는 이 방식이 민간 고용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고 권고한다. 직업훈련이나 구직 지원 등 지금 한국이 돈을 덜 쓰는 분야에 획기적으로 투자를 늘릴 여지가 크다.

 

202041일 인천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들이 실업급여 신청을 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통념과 달리 소득세 인상 여지가 크다

대선후보들이 돌봄이나 고용 등 일하는 세대를 위한 공약을 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의료비 통제’ ‘국민·기초연금 합리화처럼 인기 없고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공약은 잘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의료나 보육, 직업훈련 시스템 개편 등 민간과 공공의 역할 분담 내지 구조조정이 필요한 사안들도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공공이 틀을 짜고 돈을 댄다 해도 일선에서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는 민간기관이기 때문이다. 일선 민간기관들이 부실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아가 국비를 남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석열 후보는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강보험 적용을 공약했는데, 민간의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이 난립하고 질도 의심스러운 상황에서는 어려운 과제다.

 

한국의 GDP 대비 세금과 사회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국민부담률)27.3%OECD 평균인 33.4%에 미치지 못한다. 이 중에서도 GDP 대비 소득세 비중이 OECD 평균(8%)3분의 24.8%밖에 안 된다. 반면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3.1%OECD 평균(1.8%)의 두 배에 가깝다. GDP 대비 재산세 비중도 4.3%OECD 평균(3%)보다 높다. 흔히 법인세나 재산세를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통념과 달리 한국은 소득세 인상 여지가 크다. GDP 대비 소비세 비중도 7%OECD 평균(10.8%)보다 적다. 한국의 부가가치세율은 10%, OECD 평균인 19.3%에 비해 낮다.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는 25%, 핀란드는 24%. 대선후보 중에서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복지 목적으로만 쓰일 수 있는 세금인 사회복지세를 신설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어떤 복지국가를 택할 것인가. 그를 위해 얼마나 부담할 수 있는가. 위험으로부터 모두가 자유로워지려면 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시사인 전혜원 기자

 

 

검찰총장 특활비 공개 소송, 검찰 항소이유서 '궤변'

대검찰청이 검찰총장 특수활동비 등 예산 정보의 공개를 거부하고 항소하면서 내놓은 항소이유서를 뉴스타파가 확인해보니, 정보 비공개 주장을 뒷받침할 새로운 논거를 내놓지 못 한 채 궤변 투성이로 드러났다. 특히 방대한 예산 집행 자료를 정리할 수 없어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억지 주장까지 내놓았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는 지난달(2) 28, 뉴스타파와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가 승소한 검찰 예산 정보공개 행정소송 1심 판결에 불복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다. 항소장을 낸 지 34일 만이다. 이번 항소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지휘로 이뤄졌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가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에 제출한 항소이유서

 

검찰의 항소이유서는 모두 40쪽 분량이다. 많은 내용이 담겨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1심 재판부가 기각하고 받아들이지 않은 주장을 재탕’, ‘삼탕되풀이했다. 비공개 주장을 뒷받침할 새로운 근거 역시 제시하지 못 했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어떻게든 예산 정보의 공개를 피하고 보겠다는, 검찰의 시간 끌기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의 항소이유서가 얼마나 억지와 엉터리로 이뤄져 있고,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는지 정리했다.

 

검찰의 항소 전략 : ‘자료 없다

검찰은 항소이유서에서 특수활동비를 누가, 언제,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썼는지, 관련 자료가 아예 없다는 주장을 또다시 폈다. 이른바 정보 부존재논거다. 항소이유서에 나온 검찰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검찰 특수활동비는 관서 운영경비 출납공무원인 대검찰청 수사관이 검찰총장에게 현금으로 인출해 전달한다. 국고금 관리법특수활동비 계산증명지침에 따라, 검찰총장은 이 현금을 집행내용확인서 같은 지출내역 자료를 아예 남기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판시하며 정보 부존재논거를 산산조각 냈다. ‘대표 없는 곳에 과세가 없듯, 증빙 없는 곳에 세금도 없는것이 지당하다.

1.2020119,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대검찰청에서 특수활동비의 지출내역을 직접 확인한 사실이 있고

2.검찰 특수활동비는 검찰총장과 산하 검찰청의 기관장, 부서장이 감사원의 지침에 따라 근거를 남기고 사용한다는 법무부의 사실 확인서와 더불어

3.국민 세금을 사용하면서 지출내역 자료를 어떻게 아예 남기지 않을 수 있냐는 것이다. (검찰 예산 정보공개 행정소송 1심 판결문)

 

검찰의 항소 전략 : ‘있어도 못 준다

이렇듯 특수활동비의 지출내역 자료가 없다는 검찰의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다. 이를 의식한 듯 검찰은 항소이유서에서 자료가 있다고 하더라도 공개할 수는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갖다 붙인 사유는 수사 기밀이다. ‘수사 기밀의 유지라는 공익을 후퇴하여서까지 투명성 확보의 공익을 추구할 이유가 없다고 항변한 것이다. 같은 사유로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의 지출내역 자료도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러나 법원은 예산 정보를 공개하면 수사에 지장을 준다는 주장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의 지출내역 자료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 뒤, 이 자료만으로는 수사 내용이나 수사 기밀 등을 유추해내기 어렵다며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특히 재판부는 검찰총장이 쓰는 업무추진비의 지출내역 자료를 직접 확인했는데 수사 업무가 아닌 간담회 등 검찰청 공식 행사를 수행하기 위해 지출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향후 수사 업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판사가 보기에도 예산의 지출내역 정보와 수사 기밀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 검찰총장이 간담회를 하면서 식대 등으로 쓴 업무추진비의 지출내역 자료는 수사 기밀이 아니니 마땅히 공개하란 이야기다. 그런데도 검찰은 수사 기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주장만 무한 반복하고 있다.

 

검찰의 항소 전략 : ‘정리가 안 돼 못 준다

검찰의 다음 주장은 후안무치하다. 항소이유서에 있는 항변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대검찰청에서 관리 중인 정보의 형식은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예산 항목별로 정리하여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전체 예산 사용 내역을 연도별, 사업별로 장부 형태로 정리하여 이를 관리하고 있을 뿐입니다. 한 권의 장부에는 본건과 무관한 수많은 예산 항목들이 혼재되어 있고, 특정 예산 항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장부 안에 포함된 모든 내용을 검토하여야 구분이 가능하며 매년 생산되는 자료의 양이 매우 방대하여 이를 재분류하는 작업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검찰 항소이유서 37

 

세 줄로 요약하면 아래와 같은데, 세금을 내는 주권자인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예산 자료가 혼재돼 있어 항목 별로 정리해놓지 않았다.

예산 자료의 양이 많아 재분류 작업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공개하고 싶어도 못 한다.

 

검찰의 항소 전략 : ‘주더라도 최대한 늦게 준다

1심 재판에서 검찰은 줄곧 선고 일자를 최대한 늦추는 지연 전략을 폈다. 대표적인 것이 재판 날짜를 미루는 기일변경신청이다. ‘다른 재판 때문에 바빠서’, ‘검찰총장이 사퇴해서등 갖은 사유를 들어 1심에서만 4차례 재판을 연기했다.

이와 더불어 재판 일정을 뒤로 미루기 위해 검찰이 활용한 또 다른 법리적 수단은 사실조회신청이다. 예를 들어, 1심 재판에서 검찰은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자료가 검찰에는 없고, 감사원에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했다. 뻔한 거짓말인데, 검찰이 이 주장을 펴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아무리 엉터리 주장이라도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검찰이 예산 자료가 감사원에 있다고 주장하자 사실 확인을 하기 위해 재판부는 감사원에 사실조회신청을 했고 관련 자료가 검찰에 있다는 감사원의 답변서가 법정에 올 때까지 재판은 멈췄다. 에서 까지 걸린 기간은 약 1개월이다. 그런데 검찰은 항소이유서 마지막 페이지에 의미심장한 문장을 적어놨다.

 

항소심에서는 원심에서 사실조회 회신한 내용 중 그 의미가 다소 불분명하거나 사실조회 신청한 사항이 충분히 회신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재차 사실조회를 신청하고, 그 외 필요시 (중략) 추가 사실조회를 신청하여 주장 내용을 소명하려고 합니다.-검찰 항소이유서 40

 

항소심에서도 사실조회신청을 통해 최대한 시간을 끌겠다는 속셈으로 읽힌다.

이번 행정소송을 맡고있는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검찰이 1심 법원에서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은 주장을 되풀이하며 항소를 한 것 자체가 시간 끌기다. 기를 쓰고 감추려고 하는 것을 보면 국민 세금을 엉터리로 쓴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심 법원이 단호하고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기를 기대할뿐이다라고 말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검찰개혁을 주창하면서도 검찰 예산의 지출내역 정보가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며 항소 지휘를 했다.

 

검찰의 항소로 대선 기간 중 윤석열 후보의 예산 검증 못 해

2019,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는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예산 사용내역의 투명한 공개가 필수적이라 판단하고 검찰을 상대로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22개월 만에 승소하면서 사상 최초의 공개 판결을 끌어냈지만, 검찰의 항소로 예산 사용내역 정보의 공개는 미뤄지게 됐다. 이로 인해 윤석열 대선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예산을 어떻게 썼는지 검증할 기회 또한 사라졌다.

 

그러나 1심 판결에서 확인했듯 검찰 예산의 투명한 공개는 결국 이뤄질 수밖에 없다. 어떤 이유로도 주권자인 국민의 알권리를 뭉갤 수 없다. 예산의 투명한 공개야말로 특별한 권력기관인 검찰을 민주적 통제 아래의 보통 행정기관으로 탈바꿈하는 출발점이다. 뉴스타파는 40쪽짜리 검찰의 항소이유서 전문을 공개한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내려받을 수 있다.

 

검찰 예산 정보공개 행정소송 대검찰청 항소이유서

https://www.documentcloud.org/documents/21338693-geomcal-hangsoiyu-junbiseomyeon?responsive=1&title=1

 

뉴스타파 임선응

 

유시민 올드미디어에 공정보도 호소하는 헛짓거리 그만하자

3MBC ‘100분 토론출연 우리 언론은 9010의 비율로 친윤

사적 소유 언론 가리켜 중세시기 말 토지 귀족과 비슷한 특권계급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MBC 100분토론 유튜브 갈무리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사적 소유 언론은 그 자체가 하나의 이익집단이다. 사회적 공기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사적 소유 언론은 구조적으로 공정할 수 없으니 처음부터 공정성을 기대하지 말자는 의미다. 3MBC ‘100분토론에 출연한 유시민 전 이사장은 본방송이 끝나고 이어진 유튜브 100분 토론에서 위와 같은 주장과 함께 이제는 올드미디어에 매달려 공정선거보도 촉구하며 애걸복걸하고 호소하는 헛짓거리를 그만하자고도 주장했다.

 

이날 ‘100분토론사회자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는 선거 시기 유권자와 정치를 연결시켜주는 매개체가 미디어라면서 지금의 언론구조나 미디어구조가 선거시기 민주적 기능을 하는데 있어 충분했는지를 물었다.

 

이에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은 카메라 앵글, 자막처리까지 방송뉴스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이건 뭐 정치를 하네, 편들기 정치를 하네 이런 지적이 너무 많다면서 이렇게 가면 언론 자체도 편 가르기 현상에 휩쓸려서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원희룡 본부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적대적이고 악의를 갖고있는 언론이어도, 언론은 첫 번째 유권자다. 그렇기 때문에 성실히 답변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언론을 직접 통제하거나 언론에 적대감을 표출하는 부분은 민주주의의 기본 시스템에 대한 자기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에 유시민 전 이사장은 우리 언론은 9010의 비율로 친윤이라고 본다고 주장하는 한편 언론에 대해서는 (전부터) 언론개혁이 필요하다고 했고 (내가) ‘100분 토론진행할 때 언론개혁 시리즈도 했다. 결론은 소용없다, 안된다, 거기에 에너지를 쓰지 않는 게 좋겠다(였다)”고 말했다.

 

유 전 이사장은 공영방송을 제외하고 민간자본 주식회사 형태로 조직되어 있는 언론은 사적 소유 형태로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이다. (사회적으로) 공적 역할을 인정하는데 소유형태는 사적 소유다. 이윤추구가 목적이다라면서 지금 우리 민영언론, 사적 소유 언론은 그 자체가 하나의 이익집단이다. 사회적 공기가 아니다. (나는) 그렇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냥 저것(언론)은 저 회사를 소유한 사람들과 거기에서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자기들을 위해 운영하는 기업이다. 부가적으로 조금 이윤추구에 도움이 될 때는 공적인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하면서 오늘날 대다수 언론을 가리켜 중세시기 말 토지 귀족과 비슷한 특권계급이라고 평가했다.

 

유시민 전 이사장은 왜 언론이 이러지 저러지 이런 생각해봤자 나만 괴롭다. 토지 귀족들은 원래 기득권을 옹호하기 위해 몸부림친다면서 우리 사회 가장 거대한 낡은 기득권 세력 중 하나가 언론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세 토지귀족을 교화하려고 해봐야 소용 없다. 결국 권력 관계기 때문이라면서 기술변화가 이 문제를 해결할 거다. 뉴미디어로 우리가 해나갈 수 있다. 이제는 올드미디어에 매달려 공정선거보도 촉구하며 애걸복걸하고 호소하는 헛짓거리를 그만하자. 우리가 각자의 미디어를 만들자. 스티브 잡스 선생 덕분에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여전히 여권의 강력한 스피커인 유 전 이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여권 성향 유권자들의 기성 언론을 향한 불신과 적대감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비밀의 '황교안 몰카 지침'사전투표날 '행동 개시

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당일인 4일부터 '일반인 몰카'를 지시받은 '부정선거방지대(이하 부방대·총괄 대표 황교안)'가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방대 회원들은 투표소에 방문하는 일반 시민들을 모두 스마트폰 카메라로 몰래 촬영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해당 지시 하단에는 '부방대 대표 황교안 올림'이라고 적혀 있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 부방대는 회원들만 볼 수 있도록 문서에 암호까지 걸어두며 조직적으로 '일반인 몰카 촬영'에 나설 태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황 전 대표는 "내 사전엔 불법 몰카 없다"고 밝혔지만, 해당 문서에는 일반인들을 촬영하다 발각됐을 때의 '대처 매뉴얼'이 적혀 있다.

 

"절대 이 계획에 대해서 발설하지 말 것"이라고 당부하고 있으며, 일반인 몰카 촬영에 "어린 자녀와 함께 해도 무방하다"고도 적혀 있어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촬영 특공대 1차 교육자료 및 일정 안내' 자료 열람을 위해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부방대 홈페이지. 해당 홈페이지 캡처

 

지난 2일 부방대 홈페이지에는 '촬영 특공대 1차 교육자료 및 일정 안내'라는 파일이 올라왔다. 다른 게시글과는 달리, 이 글에서만 '비밀번호'를 요구하고 있다. 비밀번호 없이 파일 다운로드를 시도할 땐 "권한이 없다"는 메시지가 동반되기도 한다.

 

하지만 비밀번호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20대 대선 본선거 날짜인 '0309'를 입력하니 암호가 해제됐다. 이 글에는 '온라인 교육 영상 링크', '촬영특공대 교육 자료', '촬영특공대 FAQ'라는 문서가 포함돼 있다. 그러면서 "온라인 교육은 필수! 매우 중요!"라는 문구와 함께 시청을 독려하기도 했다.

부방대는 황 전 대표의 공식 유튜브 계정에서 '촬영특공대 교육'이라는 영상을 올려 회원들에게 투표 당일 일반인을 몰래 촬영하라고 지시·교육했다. '황교안TV' 유튜브 캡처

 

온라인 교육 링크로 들어가 보니, '황교안TV' 유튜브 계정으로 이어진다. 이 채널은 황 전 대표 공식 유튜브 계정이다. 영상 속 진행자는 "중요한 것은 앱을 통해서 (일반인) 촬영 영상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 목적"이라고 강조한다.

 

부방대는 자체 '몰카 앱'까지 만들어 회원들에게 배포했는데, 해당 앱을 이용해 투표하러 온 일반 시민들을 촬영하면 자동으로 사람 수가 인식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진행자는 "AI 인식 기능 구현이 불완전하다"고도 덧붙였다.

 

'촬영특공대 교육 자료', '촬영특공대 FAQ' 2개의 비밀문서 속에는 몰카 촬영을 위한 장소를 추천하는가 하면, 촬영을 하다 적발됐을 때의 '대처 매뉴얼'까지 일반인 촬영을 위한 상세한 지침이 보인다

황 전 대표는 선관위에 이은 일반인 '몰카 지시' 의혹에 대해 "내 사전엔 불법 몰카 없다"고 밝혔지만, 부방대 측 비밀문서에서는 일반인들을 "차 안에서 촬영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며 몰래 촬영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해당 페이스북·문서 캡처

 

황 전 대표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서 "저의 사전에는 불법 몰카 없다. 법과 정의를 추구한다"며 선관위에 이은 일반인 '몰카 지시' 의혹에 대해 해명했는데, 이 해명과는 배치되는 내용이 담긴 문서인 셈이다.

 

이 비밀문서들에 따르면, "카메라가 사람들을 잘 찍을 수 있게 거치대의 각도를 조절", "어플의 화면에서 카메라가 사람들을 잘 인식하고 있는지 확인" 등 화면 속에 사람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하고, '차 안', '2층 정도의 높이' 등을 '추천 촬영 장소'라고 소개하고도 있다.

 

"투표소 직원이나 선관위 직원등에게 질문을 받는 상황이 생길지라도, 절대 이 계획에 대해서 발설하지 말 것"이라고도 힘주어 말하며, 이러한 상황 발생시 "뭐 하시는 분이냐, 뭐 땜에 그러시냐"라고 답하라고도 지시한다.

부방대가 공유한 '비밀문서'에는 투표 현장에서 돌발상황 발생 시 '대처 매뉴얼'에 대해서도 상세히 적어 놓았다. 해당 문서 캡처

 

또 투표자들(시민들)'촬영하지 말라' 반발할 경우엔 "여러분께서 마스크를 쓰고 계시고 특정인을 알아볼 수 없기 때문에 초상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답하라는 말도 적어뒀다. 이 밖에도 '싸움이 났을 경우', '경찰이 출동했을 경우', '스마트 폰이 파손됐을 경우' 등에 따른 대처 매뉴얼도 상세히 적혀있다.

 

일반인 몰카 촬영시 어린 자녀와 함께 동행해도 무방하다는 지침도 적어뒀다. 그러면서도 "AI 앱으로 선거 감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밝히지 말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해당 문서 캡처

 

이같은 온라인 교육을 접한 부방대 회원들 사이에서마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부방대 회원은 "하루밖에 남지 않았는데, 지원자만 받았지 아무런 지침이 없어서 안타깝다"고 볼멘 소리를 내는가 하면, 또 다른 회원은 "너무 준비가 미흡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여기에 간첩들이 들어와서 정보 다 알아가는 사람 있을 것 같다", "보안 때문에 공유한 것들 다 지우시라"는 등 경계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CBS노컷뉴스 이우섭 기자

 

 

소상공인 단체 "작년 7월 이전 손실도 보상해야"집단 소송 제기

소상공인 단체가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손실 보상을 촉구하며 정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냈습니다.

 

코로나 피해 자영업총연합은 재작년 4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집합금지 명령에 따라 발생한 손실을 소급 보상해달라는 1차 소장을 오늘 서울행정법원에 접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정부는 작년 7월 소상공인법을 개정하면서 법 개정일 이전에 소상공인이 입은 손실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습니다.

 

소상공인들은 "소급 보상을 제외한 법 개정안은 위헌"이라며 위헌심사 청구도 동시에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소송에 동참하기로 한 1만여 명 중 2천명이 우선 1차 소송에 나선다"며 이들의 손실 추산액 합산치가 약 16153천만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MBC

투표하지 않게 만드는 거짓 정치학이 떠돌아다닌다

[주장] 사표는 없다, 투표행태 바꿔야 정치체제 바뀐다

마지막 대선후보 토론회를 보고 답답함과 아쉬움이 남았다. 왜 여전히 4명의 후보만이 나오는 걸까 하는 아쉬움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정책도 이해 못 하는 후보와 성폭력 2차 가해자를 선본에 그대로 두냐는 질의에 책임 있는 답변을 하지 않는 후보를 보며 한숨이 나왔다. 이재명을 지지하는 여성선언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소식을 듣고 잠을 이루지 못하던 새벽 5, 핸드폰에 <조선일보> 속보가 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단일화 기자회견 8시 예정"

 

, 사태가 더 나빠지겠구나. 사태가 나빠진다는 의미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한국 사회 제도권 정치를 퇴보로 이끈 양당체제를 강고하게 하는데 촉매 역할을 할 것이란 뜻이다. 다른 하나는 87년 대선 이래 줄곧 한국 사회 정치를 좀먹어온 비판적 지지의 잔재가 판칠 것이라는 의미다. 군부독재 시기를 거친 한국 사회의 특성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오랜 기간 동안 자유주의 보수정당과 자유주의 수구정당이 제도권 정당정치를 잠식해왔다.

 

현대 사회는 다원화되고 다양해지고 있지만 거대 양당체제는 그것을 수렴하지 못한다. 아니 안 한다. 페미니즘과 생태주의 등 현대사회의 위기를 진단하고 해법을 만드는 시각도 수용하지 않고 있다.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난민과 같은 소수자 인권에 무감할 뿐 아니라, 코로나와 기후위기 같은 재난에 대해서도 낡은 국가통제식, 성장위주의 친기업 정책으로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사회변화를 쫓아가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백래시와 혐오 정치에 기대어 표를 구하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뒤로 돌리는 정책을 공공연하게 말하는 대선 후보들이 줄 잇는 사태까지 낳았다.

 

진보정당에 투표, 사표 아닌 제도권 정치개혁의 시작

지난 217일 서울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제출된 제20대 대통령선거의 선거벽보를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노동자 계급의 세력화, 페미니즘의 정치세력화, 생태 정치의 세력화는 지지부진했다. 무엇보다 정치의 주체인 사람들이 자신의 지향과 맞는 사람, 자신의 이해를 대변하는 후보가 아니라 최악을 막기 위한 차악의 후보에게 투표하는 정치행태를 조장하는 논리와 담론이 문제다. 그에 기반 한 투표가 양당체제를 유지 강화시켰다.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정치는 사라지고 기업을 위한 정치만이 유지될 것이다. 주류만이 살고 비주류, 사회적 소수자들은 차별과 억압을 감내해야 하는 세상에 균열을 내지 못할 것이다.

 

사표방지라는 말에 더 이상 속지 말아야 한다. 정의당, 노동당, 진보당, 녹색당 등이 있지만 그동안 사표방지라는 논리로 지지하는 진보정당이 있어도 선거에서는 투표하지 않게 만드는 거짓 정치학이 떠돌아다녔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에 투표할 때, 주권자들이 지지하는 정치와 정책이 힘을 발할 수 있다. 장난으로 투표한다는 득표율보다 적은 진보정당의 득표율로는 다당제 정치개혁은 불가능하다. 아니, 지지하지 않는 정당에 투표하는 것이야 말로 죽은 투표, 사표가 아닌가.

 

어떤 이는 말한다. 당신이 진보정당에 투표하면 여가부 폐지나 전술핵 배치 등을 운운하는 윤석열이 당선되는 결과를 낳을 거라고! 겁박이다. 그러나 이것은 전적으로 노동자와 여성, 성소수자와 장애인, 이주민, 난민의 인권을 외면해온 지난 5년간의 민주당 문재인 정권이 책임질 일이지 선거에 참여한 유권자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 당신들이 저지른 과오는 당신들이 책임지라고 말하자.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자.

 

제도권 정치의 개선을 바란다면 자신의 정책을 대변하는 진보정당에 투표해야 한다. 한국 사회 불평등 체제와 차별의 구조를 없애겠다는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

 

비정규직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후보, 차별금지법을 즉각 제정하겠다는 후보, 강간죄 성립요건을 협박과 폭력이 아니라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데 찬성하는 후보, 생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성장 위주의 정책을 펴지 않겠다는 후보, 차별받는 여성들이 없도록 구조적 차별시정을 위해 제도개선을 하겠다는 후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없도록 법제도를 개선하고 인권교육을 하겠다는 후보, 일하다 더 이상 죽는 노동자들이 없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을 제대로 개정하겠다는 후보를 택할 때, 보수정당의 정책도 바뀔 수 있다.

 

지난 2012년과 2017년 보수양당이 비정규직 제도 개선 정책과 페미니즘 지지를 내세운 것은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열망이 득표 결과에 드러나게 하자. 진보정당의 득표가 적다고 보수 정치인들이 조롱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수 있다. 최소한 다른 사회를 꿈꾸는 진보정당이 성장할 때 다른 세상의 가능성은 조금씩 커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진보정당에 투표하는 것은 사표가 아니라 제도권 정치개혁의 시작이 될 것이다. 최악을 막고 난 후에 현재의 여당이 정치개혁을 할 것이라고 헛된 기대는 지난 5년 문재인 정부로 충분하다.

 

주권자로서 정치적 의지 드러내는 선거 만들어야

지난 27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청사 외벽에 투표 참여 홍보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연합뉴스

 

물론 지금의 진보정당이 진보정당으로서의 운영과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노동자의 계급적 이해와 사회적 소수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책과 실천을 꾸준히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나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 편법에 합류했던 일부 진보정당의 과오는 진보정당운동을 후퇴시켰다. 그러나 그것이 자유주의 보수정당을 선택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 뜬 자들의 도시>에서처럼 백지투표가 무능하고 반민중적인 정치에 대한 의사표시였듯이, 자신의 지향하는 정책과 맞닿는 후보가 있다면 진보정당에 투표하라. 만약 그런 후보가 아무도 없다면 소설처럼 백지 투표를 하라.

 

제발 반윤석열이 민중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치인양 정치공학을 들이밀지 마라. 최악을 막겠다며 차악의 후보를 선택하는 일만 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치 생태계를 변화시키려면 홈쇼핑하듯 몰아치는 저들의 정치공학에 더 이상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 주권자로서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는 선거를 만들어야 한다.

 

체제 전환은 거리와 광장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외치면서도, 제도권 정치에 있어서는 여전히 자유주의 정당에 투표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왜곡과 아이러니. 광장의 정치와 대통령 선거에서 지지하는 정치가 이반되는 모순된 정치 수행을 더 이상 반복하지는 말자.

오마이뉴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좌파경제학자우석훈, “문재인 정부, 인사(人事) 때문에 실패했다

부동산·교육 모두실패···이 정도일 줄 생각 못해

조국 사태, 피할 수 있었다···끝까지 간 게 문제

조선의 마지막 빨갱이’, 내겐 영광스러운 별명

진보는 집권 위한 이익집단일 뿐···좌파 아니다

좌파는 멸종위기종···기본소득사회 올 것 예상

우석훈 성결대 교수 ©투데이신문

이정도일 줄 정말 몰랐다. 인사(人事)에서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다.”

 

진보경제학자로 불리는 우석훈(54) 성결대 교수가 문재인 정부를 실패한 정권으로 규정했다. 그는 부동산 문제나 교육개혁 모두 인사 실패에서 비롯됐다인사가 90%, 언론 5%, 나머지는 운이 없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교육부장관 임명과 관련해서 그는 “‘교육개혁은 없다는 시그널이었다그나마 교육부장관은 그래도 낫다. 다른 인사는 말도 못하다고 혹평했다. 국토부장관에 대해선 확인은 어렵지만, 다른 자리 제안이 있었는데 스스로 자원해서 갔다는 얘기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처음부터 밑그림을 잘못 그렸다. 임기 중반까지도 인사 혁신을 못하는 바람에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새정치민주연합)였을 때 당내 씽크탱크였던 민주정책연구원의 부원장을 지낸 우석훈은 당시, 대표 직속기구인 유능한 경제정당 위원회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우 교수는 조국 사태에 대한 의견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그는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비극이라며 왜 그 사람(조국 전 법무장관)이 갑자기 장관이 하고 싶어졌는지 모르겠다. 할 생각이 없다고 여러 번 얘기 했었는데, 생각이 바뀐 건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국은) 좀 특별한 존재였다. 다른 사람이면 욕만 하다 말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피하려면 충분이 피할 수 있었다. 임명철회도 가능했고, 중간에 옵션도 많았다. 그런데 끝을 보자고 결정했고, 그 결정이 지금의 윤석열까지 이어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조선의 마지막 빨갱이’, 영광스러운 별명

2007, <88만원 세대>를 통해 우리 사회에 처음 세대론을 불러일으켰던 우석훈이 지난 1<슬기로운 좌파생활>을 펴냈다. 책을 통해 한국의 좌파 현실을 얘기하고 싶었다는 그는 일반인은 몰라도 학자는 자신의 생각(정치적 신념)을 얘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의 모순을 지적하는 우석훈은 진보는 한국에서만 쓰는 표현인데, (한국이) 선진국이 되면서 시효가 끝났다“(한국) 진보의 교만은 사회적 논의 프로세스를 생략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청년정책과 관련해서도 팬데믹 이전 미국이나 일본은 완전한 청년고용 상태였다우리나라도 불가능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자체에 권한과 돈을 넉넉히 줘 역할을 강화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슬기로운 좌파생활>을 마흔 한 번째 출간도서로 들고 나온 건,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작가인 이길보라의 첫 사회비평집 <당신을 이어 말한다> 때문이다. 그는 왜 좌파임을 드러내고 싶었을까. ‘조선의 마지막 빨갱이란 별명을 영광이라고 얘기하는 그를 여의도에서 만났다.

 

슬기로운 좌파생활

진보는 집권을 위한 이익집단일 뿐

좌파(leftist), 급진적·혁신적인 정파를 의미한다. 점진적·보수적 정파를 뜻하는 우파의 반대 개념이다. ·우파라는 말이 정치적 의미로 쓰이기 시작한 건 프랑스 혁명기 때부터다. 1789년 혁명 직후 소집된 국민의회에서 오른쪽에 왕당파가 앉고, 왼쪽에 공화파가 앉은 것을 기원으로 한다.

 

한국에선 독재정권이 이어지며 좌파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만들려는 노력이 있어왔다. 이 과정을 통해 한국의 좌파는 공산주의·사회주의 체제의 신봉자, 우파는 자본주의·민주주의 체제 신봉자로 구분돼 온 것이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좌파가 사라졌다. 아니, 사라졌다기보다는 숨어버렸다는 게 옳겠다. 대신 진보(進步)라는 단어가 그 자리를 채웠다. 어느 순간부터는 좌파와 진보가 동일시되기 시작했다.

 

우석훈은 원래 진보는 없는 말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진보와 좌파를 구분 짓고자 하는 이유는 철학 없이 보수·우파의 반대 역할만 하는 진보를 비판하기 위해서다. 그는 진보=좌파라는 등식을 부정한다.

 

한국의 진보에 대해 그는 집권을 위한 이익집단일 뿐이라며 재집권 5년 만에 정책적으로 실패했고, 미학적으로는 파산했고, 사회적으로도 완전 실패했다고 일갈했다.

 

우석훈은 자신이 좌파라고 분명하게 밝힌다. 그동안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았던 건 기회도 없었고, 굳이 누가 묻지도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좌파로 살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라며 ()밍아웃했다.

 

그가 몇 년 전부터 고민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는 자신을 표현하는 수식어다. ‘진보경제학자라 불리는 타이틀이 불편하다는 거다. 그는 특별히 부탁한 것도 아닌데, 많은 곳에서 그렇게 부르고 있다고 털어놨다.

 

솔직히 나는 진보가 뭔지 잘 모르겠다. 누가 진보가 뭐냐고 물어도 답을 할 수 없다. 좌파경제학이나 비주류, 정치경제학이란 용어는 알겠는데 진보경제학이란 말은 배워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

 

좌파, 자본주의 문제점 얘기하는 사람

- ‘슬기로운 좌파생활’, 제목이 도발적이다.

코다(CODA-Child of deaf adult의 약자로 부모 중 한명이나 둘 모두 청각장애인이거나 보호자가 청각장애여서 그에 의해 양육된 사람)인 이길보라가 쓴 부모가 농아인 자식의 삶에 관한 책을 봤다. 읽으면서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 좌파라고 말을 못하는 것인지’, ‘남은 생을 누구와 같이 살아가야 하는지등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나는 좌파다라는 얘길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 다른 소수자들도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 애쓰는데, 그들보다 못한 한국 상황의 좌파를 얘기해야겠다 싶었다. , 한다면 지금 해야지 환갑 넘어 얘기하면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이길보라는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 아시아 8개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학교 밖 공동체에서 글쓰기, 여행, 영상제작 등을 통해 자기만의 학습을 이어갔다. 2008, 그 과정을 직접 제작하고 연출한 영화 로드스쿨러를 만들었다. 2014년엔 농인 부모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담은 장편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 2018년에는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을 둘러싼 서로 다른 기억을 담은 영화 기억의 전쟁을 만들었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길은 학교다’, ‘기억의 전쟁’, ‘우리는 코다입니다등의 책을 냈다. 2021년 네덜란드 정부가 전 세계 여성 리더에게 수여하는 젠더 챔피언 상을 받았다.

 

- 좌파라는 소재는 여전히 무겁게 느껴진다.

우리도 이젠 선진국이 됐으니, 이런 얘길 해도 자연스러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개도국(개발도상국)시절이면 몰라도, 지금은 3만 달러 시대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 맨 앞에 서 있는 것이다. 다양성이 높아지고, 여러 유형의 생각들이 공존하는 시대다. 그런데 우린 말만 선진국이지 철학적, 사상적으로 아무것도 없다. 좌파라는 건 고전적인 거다. 자본주의가 생기면서 나타난 거다. 좌파 없는 선진국은 없다. 그런데도 말을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 좌파, 우파(보수), 진보에 대한 개념을 좀 쉽게 설명한다면.

다 아는 얘길 텐데, 프랑스혁명 이후 지금의 국회 같은 삼부회(중세부터 근대까지 존재했던 프랑스의 신분제 의회)’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왼쪽에 앉았던 사람들을 좌파라 했고 오른쪽에 앉았던 자코뱅 등을 우파라 했다. 우파는 보수로 통칭하기도 했다. 그런데, 진보라는 건 없다.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말이다. 미국식으론 리버럴(liberal)이라 표현한다. 우리나라 진보는 과거 6·25전쟁 이후 이승만 독재 때 생겨났는데, 사실 진보라고 얘긴 하지만 외국에선 뜻도 안 통한다. 무슨 말인지도 모른다.”

 

- 그런데도 적지 않은 한국 사람들은 진보를 좌파라고 인식한다.

참 문제다. 이건 사실 욕할 때 쓰는 표현이다. 현실적인 필요성 때문에 그렇게 된 건데, 어려운 것도 아니다. 좌파는 자본주의 문제점을 얘기하는 사람이고, 우파는 자본주의가 좋다고 얘기하는 사람이다. 아주 단순한 거다. 헷갈릴 수가 없는 문제다. 진보는 어려운 개념이기도하지만, 21세기엔 맞지 않다. 진보를 말하려면 더 좋은 상태가 설정돼야 한다. 근데, 이건 알 수가 없다. 더 좋은 상태라는 걸 누가 설정할 수 있나. 그건 안 맞는 얘기다.”

 

- 지금보다 더 진보하자는 것 아닌가.

그런 게 어디 있나. ‘선진국으로 가는 게 발전이라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는데, 그게 없어졌다. 우린 이미 선진국에 와 있다. 그러면 이제 어딜 가야하나. 이미 왔는데. 진보라는 말은 선진국이 되면서 시효가 끝났다. 더 이상 합의할 수가 없는 거다. 보수와 진보만 합의할 수 없는 게 아니고, 더 좋은 상태라는 게 알 수 없는 거란 얘기다.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 이런 용어를 안 쓰는 이유도 그래서다. 그 자체가 갖고 있는 함의가 없어져버렸다.”

 

좌파경제학자 선언, 커밍아웃과도 같아

- ‘진보경제학자로 불린다.

개인적으로 한 번도 그렇게 불러달라고 한 적이 없다. 누가 진보가 뭐냐고 물으면 사실 답도 못한다. 언론이나 여러 군데서 나름 배려한다고 그렇게 불러주는 것 같다. 그런 배려는 안 해도 되는데. 하하. 살아온 인생이나 앞으로의 삶도 그냥 좌파경제학자라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그러고 보니, 스스로 좌파경제학자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살기 힘들어 그런 거다. 불편하니까. ‘나는 좌파경제학잡니다라고 외치는 건 마치 성소수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것과 같다. 그러나 하지 않으면 병이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는데, 선진국이 된다는 건 좀 더 많은 것들이 명확해지는 거다. 돈 안 되고 폼은 좀 덜 나겠지만, 속은 편하다. 하하.”

 

- 그렇다고 굳이 나는 좌파다라고 할 필요까진 없지 않나.

일반인은 그렇게 안 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학자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반인 중에도 좌파는 많다. 스스로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데, 표현을 안 하면 그냥 소수자인 거다. 밥만 먹고 살 거면 정치, 사상 얘기 할 필요 없다. 하지만, 할 거면 정확히 해야 한다. 공공성이라는 게 분명히 있고, 그것에 대한 정확한 규정도 있으니까. 속된말로 빨갱이라 불리면 좀 어떤가. ‘그래 나 빨갱이야그런다고 무슨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학생 우석훈은 스스로를 좌파라 생각하며 살았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우파는 뭔가 열심히 해서 이루고 성취해야 하지만, 좌파는 대충 개기고 아닌 건 아니라 말하고 살아도 되는 삶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아무 사명감이나 성취의식 없이 살아도 되는 좌파의 삶이 그는 너무 마음에 들었다.

 

강남좌파라는 말도 있다. 흔히 조국을 의미하는 통칭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조차도 공식적으론 자신을 좌파라 하지 않는다. 그냥 진보라 칭한다. 좌파는 죄 지은 사람이고, 세련되고 넉넉하고 힘쓰는 사람들은 진보라 한다. ‘좌파딱지가 붙으면, 불이익을 받지만 진보라하면 리스크가 없기 때문이다.

 

진보경제학자란 수식어 말고도 우석훈에게 따라 붙는 별칭은 또 있다. 그가 꽤 좋아하는 조선의 마지막 빨갱이란 표현이다. 이는 어쩌면 그가 만족해하는 몇 안 되는 수식어 중 하나일지 모른다. 그도 이를 영광이라며 자랑스러워한다. 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요즘 빨간 경차에 붉은 점퍼를 즐겨 입고 다닌다.

 

- 좌파라고 공개했으니, 하나의 좌표가 된 셈이다.

하하. 좌표까진 아니더라도 사유(思惟)하는 입장에서 점이 없는 것과 하나라도 있을 때 숨는 건 다른 거다.”

 

우석훈이 볼 때, 한국의 좌파는 멸종 위기종이다. 향후 20대 좌파는 줄어들 것이고, 혹시 등장한다 해도 또래 집단에서 무시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해 생각을 바꾸거나 말수를 줄일 것이다. 10대의 보수화와 여성 혐오는 더 심각하다. 그는 교육 제도를 개편하고 청년 일자리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해야 보수화와 여혐 문제가 완화될 텐데, 지금까지 관련 정책이 없었다고 했다.

 

- ‘좌파는 이래야 한다고 했던 사람 모두 진보가 됐다.

지켜야 할 신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좌파는 좌파로서의 일관성이 있다. 다는 못 지키더라도 지켜야할 게 있다. 하지만, 진보는 그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지켜야할 게 별로 없다. 이게 청년들이 보는 민주당의 현실이다. 진보는 원래 그런 게 없다. 그냥 보수와 대척할 뿐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문제를 계속 제기하면 풀어야할 문제들이 있는데, 민주당엔 그런 게 없다.”

 

그는 진보가 현실에 맞는 정책 제시에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또 저성장으로 인한 치열한 경쟁 때문에 젊을수록 보수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다수의 보통 남자들은 젠더라는 매개를 통해 극우의 길로 갈 것이라 전망했다. 그리고 이런 퇴행은 향후 10년 간 진행될 것으로 예측했다.

 

진보가 힘 있다고 과정 생략하는 건 교만

- 진보가 과정을 생략하려는 건 교만이라고 했다.

지금 시대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오랜 논쟁과 합의 과정이 필요한 때다. 그런데, 한국의 진보는 사안을 상황적으로 판단하고 사회적 논의 프로세스를 생략하려고 한다. 이건 교만이다. 유럽 좌파들이 전체 다수가 된 적이 없는데, 이건 보수 쪽과도 합의를 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석탄을 줄이겠다는 구호는 아무 의미가 없다. 과정이 문제일 뿐. , 우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이 사회화되는 과정에선 지난할 정도의 논쟁이 필요하다는 거다. 진보는 힘이 있다 생각하고 그걸 생략했다.”

 

- 원전 같은 경우, ‘숙의민주주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나.

숙의민주주의가 말이 좋지 다수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으니 문제가 생긴 거다. 1~2년 지루할 정도로 논의해서 서로의 문제점이 뭔지, 사회적으로 인식한 후에 결정했어야 했다. 지금은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이 어떠냐가 중요한 시대다. 이걸 위해 사회가, 정치가 필요한 거다. 과정 없이 결과만 내는 통치시대는 끝났다.”

 

- 그렇게 보면, ‘균형발전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것 같다.

어떤 문제든 지루한 과정을 밟을 각오를 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수도권 문제를 부처 간에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일차적으로, 지방교부금은 늘려야 한다. 제주도는 환경영향평가도 도지사가 직접 한다. 토건 위주 우려가 있지만, 거기도 시민사회가 있다. 서로 부딪히며 성숙해가는 거다. 통제하려 하지 말고, 돈과 권한을 주면 된다. 공항을 지을지, 복지를 위해 나눠가질지는 그들의 선택이다. 그래도 지금보다는 훨씬 나을 거다. 비효율 운운하며 돈과 권한으로 통제하려는 건 철저한 기재부(기획재정부) 시각이다. 과정을 못 믿는 거다. 조건 없이 주고 경쟁을 유도하면 훨씬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하겠다고 했는데, 하지 않았다.”

 

- 팬데믹 등 이젠 글로벌 경쟁시대다. 이번 대선을 어떻게 보나.

누가 되든 차기정부 각료들은 젊어질 것 같다. 공공기관이나 정부출연기관장도 젊고 현장경험 있는 인재 위주로 기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또 선진국다운 나라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 이젠 경제도 세계 사이클과 연동돼 있기 때문에, 누가 되더라도 단기간에 크게 바뀌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한국경제 규모가 커져서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국가운영방식이 크게 바뀌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 같다.”

 

조국 사태는 한국 정치사의 비극···피할 기회 많았지만, 끝까지 간 게 문제

- ‘조국 사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왜 그 사람이 갑자기 장관이 하고 싶어졌는지 모르겠다. 할 생각이 없다고 여러 번 얘길 했었다. 대통령이 부탁했다고 해도 평소처럼 똑 부러지게 얘기했으면 됐을 텐데, 못 하겠다 하면 그만이지 않나. 장관을 억지로 시킨다고 되는 나라도 아니고. 자신이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간 거지.”

 

- ‘신원 문제는 없을 거라고 판단하지 않았겠나.

개인적으론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쨌건, 그런 것과 상관없이 그 사람의 꿈은 그게 아니었다. 근데, 왜 갑자기 하고 싶었는지는 정말 모르겠다. , 생각이 바뀐 건지..”

 

- 가문이 몰락 수준까지 간 비극적 사건이란 주장이 많다.

비극이다. 비극적 사건이다. 벌어지지 말았어야 할 일이 벌어진 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나중에 당시의 한국 정치사를 기록할 때 청년의 보수화, 극우화란 챕터(chapter)를 달면 한 항목에 들어갈 사건이라 생각한다. 피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못했다.”

 

- 조국 아닌, 다른 사람이었어도 같은 결과이지 않았을까.

조국이었기 때문에 그랬다고 본다. 그 사람은 좀 특별한 존재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욕만 좀 하다 말았을 거다. 불행한 사건인데, 사실 피하려면 충분이 피할 수도 있었다. 임명철회도 가능했고, 중간에 옵션이 너무 많았다. 근데, ‘끝을 보자고 결정했고, 그게 지금의 윤석열까지 온 거라고 본다.”

 

이정도일 줄 몰랐다···인사 실패에서 끝난 것

- 문재인 정부를 평가한다면.

이렇게 못할 줄 몰랐다. 첨엔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인사에서 실패한 것 같다. 생명체가 목숨 걸고 유성생식을 한 건 그렇게 해야 시스템이 안정적이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종교배를 너무 많이 했다. 인사에서. 그러다보니 더 실력 있거나 다양한 견해,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데 실패한 거다. ‘586 너희들끼리 다 해먹은 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혹자는 인수위가 생략돼 그런 것이라 주장한다.

그건 말도 안 된다. 시스템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마음만 먹으면 대통령 권한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인사시스템은 측근들이 국가에 충성할 사람, 대통령에 충성할 사람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걸로 자신들한테 충성하고 뒷자리 봐줄 사람을 뽑았다. 이건 대통령도, 비서실장도 모른다. 그렇게 적당히 나눠서하고, 상대편 견제하고 이런 정치밖에 없었다. 인사를 젊은 사람들한테 맞추고, 더 넓게 구하고 했어야 했다. 원래 그렇게 한다고 했는데, 한 순간 모두 걸어 잠갔다. ‘광화문시대불이행은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댔다.”

 

- 부동산 정책은 최대의 패착이다. 국토부장관 인사도 실패라 보나.

그렇다. 당시, ‘비서실장이 천거한 걸로 알고 있는데, 원래 다른 자리 제안이 있었지만 스스로 자원했다는 얘기가 있다. 물론, 확인은 어렵다.”

 

- 직을 잘 수행할지는 모르는 것 아닌가.

김현미는 경제를 모르는 사람이다. 인사(人事) ‘피어리뷰라는 게 있는데, 잘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잘 수행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이상한 거다. 그런 식이면 어떤 자리든 아무나 앉히면 되지 않겠나.”

 

- 교육부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다행이란 말까지 나온다.

들리는 얘기로는 교육개혁은 안 하기로 한 걸로 안다. 개인적으로 그 순간(임명) 상황은 잘 모르지만, ‘교육개혁은 없다는 게 그 당시 인사의 시그널이란 얘기가 있다. 김상곤이 맞든 틀리든 뭔가 바꾸길 희망했다면, 유은혜 이후엔 그런 게 없었다. 그나마 교육부장관 인사는 그래도 낫다는 생각이다. 다른 인사는 말도 못할 정도다.”

 

- 통합정부 공약도 지키지 못했다.

꼭 통합정부가 아니더라도 폭넓게 인재를 구하면 됐었는데, 자기들한테 충성할 사람만 앉히니까 문제가 많았던 거다. 말도 안 되는 인사였다. 조금만 낮춰서 현장위주로 찾았으면 인재가 넘치는데, 자꾸 586에 맞추고 큰소리 안 날 사람 찾고. 그런 인물은 없다. 문재인 정부의 90%는 인사 실패였고, 5%는 언론관리 실패, 나머지는 운이라고 생각한다. 인사 실패에서 다 끝난 거였다.”

 

- 출범 초기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보나.

아예 처음부터 잘못 그렸고, 그걸 중간에 혁신하거나 괜찮은 사람으로 바꾸는 개혁을 못했다. 그러다 보니, 수렁에서 못 빠져 나온 거다.”

 

- 문 대통령은 신뢰하면 끝까지 믿는인사스타일 아닌가.

그런 얘긴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통령 뜻이었다고 둘러대는 거다. 이건 그냥 뒤집어 쓴 거다. 대통령이 사람들을 어떻게 전부 다 아나. 참모들이 추천하면 그냥 쓰는 거지. 그건 좀 대통령이 억울한 면이 있다고 본다.”

 

- 문재인 정부로부터 공직 제안 받은 적은 없나.

초창기에 좀 있었다. 청와대는 아니었지만. 몇 번 고민하긴 했는데, 사양했다. 아이들 때문에라도 할 수 없었다. 가족과 함께 하는 그런 작은 행복을 깨기 싫었다. 하하.”

 

그에겐 느지막이 본 초등학교 입학 전후의 아들 둘이 있다. 문재인이 대통령 후보이던 시절, 둘이서 소주 한 잔 마신 적이 있다. 그날 경제를 총괄해달라고 부탁받았을 때, 그는 여러 이유를 들며 거절했다. 우석훈은 친한 걸로 치면 나보다 문재인과 친했던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회상한다.

 

현재 한국의 20대 극우, 유럽과 비슷해

- 한국사회의 보수화가 빨라지는 것 같다.

한국은 앞으로 보수화될 거다. 10~20대는 진보를 싫어한다. 자본주의가 일정규모화 되면, 민족주의 극우파들이 등장한다. 그게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지금 EU의회 제1당이 극우파정당이다. 우린 아직 시작단계도 아니다. 극우파가 분화하고 권력을 가질 것이다. 거기서 진보는 뭘 할 수가 없다.”

 

- 세계적 현상으로 보인다.

한국만 다른 것도 이상한 거다. 우리도 인종주의가 더 강해지고, 남성주의가 강해질 것이다. 지금 20대 극우는 유럽과 비슷하다. 평등을 얘기할 땐 좌파가 강화되는 거고, 룰만 잘 지키면 된다는 건 보수 우파 쪽 생각이다. 거대한 우파블록이 생긴 거다. 지금은 젠더 문제로 가 있지만, 실상은 민족주의에서 인종주의로 변화되는 전환점에 있는 거다.”

 

우석훈에 따르면, 한국 좌파는 실체가 불분명하다. 기원파악조차 어렵다. 족보도, 조직도 없다. 좌파 하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그가 속했던 시민단체나 학회, 정당에서조차 좌파 하라는 데는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좌파가 좋았고 양심에 의해 좌파를 선언하고 소개한다 밝힌다.

 

그는 우리의 정치현실을 두고 보수는 한국 청년들이 겪고 있는 젠더 전쟁에 별 관심이 없다. 다만, 그렇게 하면 청년의 절반인 남성 표라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서 진보는 보수에 대한 안티테제(반대 주장)로만 존재하게 됐다고 탄식한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쟁점들

우크라이나 헤르손주()에서 기동 훈련 중인 우크라이나군 탱크출처 우크라이나 국가비상대책본부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우크라이나 국가에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혀야 한다고 보고 전면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백 명이 죽고 수천 명이 다쳤으며, 수십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푸틴은 동유럽 지배권 쟁탈전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수위를 높이고 있다. 227일에 푸틴이 핵 전력부대에 투입 대기 명령을 내린 것이 그것이다. 이는 서방의 제재에 맞대응한 것이기도 하다.

 

서방과 한국 정부의 러시아 제재, 왜 문제인가

미국과 서방은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한다. 한국 정부나 주류 언론들도 러시아를 주되게 규탄한다. 하지만 서방이 나토의 동진을 추진해 온 것이 이 전쟁의 중요한 발단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른 한편, 이번 전쟁은 미국 대통령 바이든에게 아프가니스탄 철군에 이어 임기 중 두 번째로 맞은 지정학적 굴욕이다. 러시아의 침공이 성과를 거두면, 미국의 위상은 추락하고 핵심 전선인 대중(對中) 압박에도 차질을 빚을 터다. 그래서 미국은 대()러시아 압박을 키우고 있으며, 이는 다시 갈등 고조로 이어지고 있다.

 

먼저, 제재가 있다. ‘솜방망이 제재라는 평이 많지만, 실상은 사뭇 다르다.

미국은 세계 금융 시스템에 대한 자국의 지배력을 이용해 러시아를 국제 결제망 스위프트(SWIFT)에서 밀어냈다. 이로서 러시아의 무역에 적신호가 켜졌고, 루블화 가치가 폭락했다.

 

그런데 제재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것은 러시아 지배자들이 아니라 평범한 러시아 사람들이다. 루블화 폭락으로 평범한 러시아인들은 심각한 생활고에 직면했다. 러시아산 밀 수입에 의존하는 이집트 같은 나라들에서도 식료품 가격이 폭등했다. 게다가 제재는 평화에 전혀 도움이 안 됐다. 미국의 금융 핵무기투하에 푸틴은 실제 핵무기 카드를 내비치는 것으로 대응했다. 문재인 정부의 러시아 제재 동참이 문제인 까닭이다.

 

서방은 총성 없는전쟁 중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도 하고 있다. 226일 미국 국무장관 블링컨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35000만 달러 규모의 무기·물자·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도 무기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 유럽연합과 그 핵심인 독일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약속했다. 이런 지원들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1973년 제4차 중동 전쟁 때도 미국은 당시 열세였던 이스라엘에 막대한 무기를 지원해 (중동을 피바다로 만들며) 전세를 뒤집은 바 있다.

 

서방 강대국들의 동유럽 추가 파병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영국 등은 동유럽에 군대를 증파했다. 225일에 나토는 동유럽에 신속기동군 4만 명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2003년 창군(創軍) 이래 최초의 일이다.

 

이런 긴장 고조 기류는 중요한 두 가지 사건으로 이어졌다. 첫째,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가입이 부결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이 실현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이런 행보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충돌을 격화시킨다는 것은 분명하다.

 

둘째, 사민당이 이끄는 독일 정부가 독일의 군비 투자를 GDP2퍼센트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독일은 유럽연합의 핵심이지만 이전까지는 군사력 증강이 제약돼 있었는데, 이제 러시아 견제를 명분으로 굴레를 벗겠다는 것이다.(아시아에서 일본이 중국 견제를 이유로 재무장에 나서는 것과 비슷하다.) 이는 장기적으로 유럽연합 제국주의를 더 공격적으로 바꿀 변화이며, 나토 역시 강화할 일이다.

227일 독일 베를린 50만 명 반전 시위출처 Lewin Bormann(플리커)

 

우크라이나 정부의 승리를 바라야 하나?

본지가 지적했듯, 푸틴의 침공은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는 제국주의 침공이므로 반대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인들에게는 이에 저항할(무장 저항 포함) 권리가 있다. 문제는 현 상황에서 그런 저항이 친서방 성향의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벌이는 항전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의 군사적 승리가 평범한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진보일까?

 

2014년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는 일관되게 친서방 기조를 추진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를 앞세워 러시아계뿐 아니라 헝가리계·유대계·타타르계 등 소수민족들도 억압했고 극우를 군경에 끌어들였다(관련 기사). 현 대통령 젤렌스키는 전임 우익 정부에 대한 불만에 힘입어 당선됐지만, 집권 후에는 전임 정부의 기조를 적극 수용했다.

 

따라서 젤렌스키 정부는 강대국에 핍박받는 무고한 피해자가 아니라, 제국주의 갈등에서 한쪽을 편들면서 긴장을 고조시킨 (강대국보다는 부차적이지만) 작은 일부다. 이 정부가 푸틴에 군사적으로 승리하면, 여러 민족으로 구성된 평범한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억압·공격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친서방 정부의 승리는 미국·서방 제국주의의 자신감을 키워, 우크라이나와 동유럽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정세도 더 긴장케 할 것이라는 점이다.(아래를 보시오.)

 

강대국들 간 쟁탈전에서 어느 쪽의 승리도 평범한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진보일 수 없다는 것이 현 상황의 비극이다. 그럼에도 그 제국주의 세력들 모두로부터 독립적이지 않으면 진정한 대안을 건설할 수 없을 것이다.

 

평화 협상이 체결되면 될까?

러시아 침공의 참상 때문에 즉각 평화 협상을 체결하라는 요구가 광범하다. 당사국들이 즉각 교전을 멈춰야 한다는 요구는 완전히 옳다.

 

하지만 동시에, 이 전쟁이 평화 협정이 없어서 벌어진 게 아님도 봐야 한다. 2014년 체결된 민스크 협정은 당사국의 군사 행동을 금지하지만, 이제 휴지조각이 돼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푸틴의 전쟁에 용기 있게 맞서는 러시아 국내의 반전 시위는 친서방 국가에 사는 우리에게도 영감을 준다. 우리도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 것에서 멈춰서는 안 되며 ()서방 국가들의 제재를 분명하게 반대해야 한다.

 

고무적이게도, 227일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50만 명 규모의 반전 시위가 벌어져, 러시아의 침공도 규탄하고 독일의 재무장 시도에도 반대했다. 영국의 전쟁저지연합도 러시아와 나토의 군사 행동 모두를 반대하며 36일 국제 공동 행동의 날을 호소하고 있다.

 

사회주의자들은 그런 투쟁들이 성장·발전해 궁극으로는 제국주의 경쟁 체제 자체에 도전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군비 증강이 평화를 보장할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군비 증강을 부추기는 논리에 이용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석열은 힘을 통한 평화운운하며 군비 증강을 적극 선동한다. 최근에는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에 편입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문재인도 228일에 육군3사관학교에서 연설하며 자주국방을 강조했는데, 이는 우파가 선동하는 군비 증강을 자신이 이미 추진하고 있음을 부각한 것이다.

 

이미 군비 증강의 조짐이 비치고 있다. 미중 갈등의 쟁점이 돼 있는 대만에서 최근 예비군의 무장 강화와 대전차 실전 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그 한 사례다. 대만 정부는 1300억 원 규모의 미사일 수입 예산을 책정하기도 했다. 한국도 비슷한 일을 할 수 있다.

 

동아시아 정세를 더 긴장케 할 군비 증강 몰이에 반대해야 한다.

노동자연대 김준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