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s 현장의소리

    전병헌 2009. 3. 11. 10:17

    강만수 장관교체가 이명박 대통령과 국민에게 이로운 5가지 이유

    - 전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현직 대통령에게 드리는 고언

     

     

     

    극단적으로 말하면 정치란 민심을 헤아리는 기술이다. 이명박 정부는 유감스럽게도 민심을 헤아리는 수련이 아주 부족해 보인다. 대통령을 위해서나 국민을 위해서나 매우 걱정되는 대목이다. 어제는 경제·경영학자 118명이 강만수 장관의 경질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의 민심 헤아리는 기술이 부족하다 보니 경제분야 학자들이 경제분야 수장의 교체를 직접 요구하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대통령은 그렇다 치더라도 청와대 참모진은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의 18대 국회 개원 첫 시정연설이 위기 관리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력 부족을 만천하에 알리는 해프닝으로 만들어 버렸다. 금강산 민간인 피격사건, 독도 등 국가안보와 직결된 중대 사태에도 불구하고 NSC회의가 일주일 뒤에나 지각 개최되었다. 불안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김대중 대통령에게 수많은 보고서를 올렸던 기억이 새롭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금도 나를 보면 당에서나 청와대에서나 참 좋은 보고서를 많이 만들어주어서 고맙게 생각한다는 말씀을 하시곤 한다. 그 말씀은 내 인생에 소중한 보람으로 남아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나는 지금과 같은 국민의 경제불신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은 요지의 보고서를 몇 번이고 올렸을 것 같은 심정이다.

     


    첫째, 새로운 경제 운용 기대감 조성과 민심안정 조치의 첫 단계

    국민의 고통지수와 물가상승률이 IMF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 야당과 언론의 강 장관 교체 요구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가 매우 큰 상태임. 쇠고기 사태로 시작된 국민적 불만이 고유가, 고물가, 노동파업 등으로 국민의 불만과 불안감이 극대화되고 있는 상황임. 야당과 언론의 요구인 강만수 장관의 경질을 통해 이러한 국민적 불만과 불안감을 해소하고 새로운 경제운용에 대한 기대감을 형성하여 민심을 진정시킬 필요가 절실한 시점임.

     


    둘째,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경제장관으로는 경제운용에 한계

    70~80년대 관치경제의 틀을 벗어난 우리 경제의 운용은 정부의 정책집행 효과 못지않게 신뢰받는 장관의 말 한마디, 한 마디(메시지)의 파급효과를 통한 경제운용이 매우 중요함. 지난 5개월여의 고환율 정책을 비롯한 경제운용 전반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매우 높아 시간이 갈수록 강장관의 정책집행 효과는 영향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임.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조차 교체를 요구하고 있는 불신 받는 강 장관으로는 고유가를 비롯한 어려운 국제경제 환경에 대한 설명조차 국민을 설득해내기가 어려운 실정임.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경제장관의 교체는 빠르면 빠를수록 대통령의 통치의 부담을 줄이고 국민의 신뢰 회복에 좋을 것임.

     


    셋째, 초기 MB노믹스 실패의 상징화된 경제장관으론 실패의 인식 고착 초래

    강장관이 유임되어있는 동안 야당과 언론, 그리고 일부 여당 내에서조차 교체 요구가 반복 지속되면 향후 이명박 정부의 경제적 성과의 유무와 관계없이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규정과 인식이 고착되어 이후의 경제적 성과를 이끌어낼 수도, 국민의 신뢰를 받기도 어려울 것임. 결과적으로 초기 경제운용실패의 상징이 되어버린 강장관을 끌고 가는 한 이명박 정부가 목표한 성공한 경제 대통령으로 인식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우려가 있음.

     


    넷째, ‘대리경질’ 등 민심 수렴에 실패한 소폭개각에 대한 후속조치 불가피

    쇠고기 민심과 어려운 민생 문제로 총리를 비롯한 전 각료의 일괄 사표는 당초 대폭 개각에 대한 기대감을 극대화 시켰으나 3인의 소폭 개각으로 마무리한 것은 국민적 실망을 넘어 기만감을 주었음. 특히 장관 대신 차관의 경질은 강 장관에 대한 대리경질 성격으로 인하여 차관을 교체하지 않은 것만도 못한 결과를 초래하였음. 정국의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민심을 관리하는 효과적 수단인 개각카드가 이번에는 오히려 민심을 더욱 악화시키는 개악 카드가 되었음. 차라리 소폭 개각을 준비하다가 민심수렴형 대폭개각 기조로 전환했던 것이 훨씬 바람직한 결과를 낳았을 것임. 이번 개각 형태로는 민심을 수렴하겠다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함.

     

    다섯째, 여권 내 경제장관 자진사퇴 유도 방식 검토 필요

    대폭 개각 기대를 주었다가 소폭 개각이 되어버린 상당한 부작용이 오히려 강 장관에 대한 단순경질 문제로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강 장관을 교체함으로써 이번 개각의 부작용을 털고 어려운 경제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만들어야 함. 여권 내부, 또는 청와대 내부에서 강 장관 자진사퇴설이 본격적으로 거론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음.

     


    야당의원의 입장에서는 여기에 더해 5가지 정도 교체 이유를 더 달 수 있겠으나 청와대 경험자로서 청와대 입장의 시각에서만 정리해 보았다.

     


    나는 이 같은 기조의 보고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달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취임 일성으로 민심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겠다고 말했던 정정길 대통령 실장이든, 여권에서 소통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문광위에서 함께 활동한 박형준 홍보기획관이든, 대학 동창인 김해수 정무비서관이든 이러한 기조의 보고를 해주길 바란다. ‘읍참만수’로서 대통령의 통치 부담을 덜어 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실패는 실패의 고통이 대통령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고스란히 죄 없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IMF 전야의 경제상황 같다고 말하는 실물경제 현장에서 일하는 지인들의 걱정스런 불안감을 어렵지 않게 접한다. 잘못된 정치로 IMF와 같은 경제 실패의 고통을 우리 국민이 또다시 짊어지게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국민이 고통당하고 나라가 위기에 처하는데 여당, 야당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민심을 읽는 기술, 곧 정치경험이 부족하다면 참모들이 그것을 채워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