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s 현장의소리

    전병헌 2009. 3. 11. 15:03

     

    MB 1년, 다시 침낭을 매고 국회 야전에 임하다.

    - 언론악법 날치기 상정 미수 사건 전모


     

               

    2월 26일 문방위 회의실에서 비공개 회의를 갖던 민주당 전병헌의원이 침낭을 옮기고 있다.<출처:연합뉴스>

     

     

    딱 50일 만에 다시 국회에 침낭을 들고 들어왔습니다. 국회 본청이 아무리 크고 넓다 해도 밤에 잠을 청하기엔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지난 1월 MB악법 저지를 위해 문방위와 본회의장을 점거하면서 계획에도 없던 침낭을 하나 사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무래도 이명박 대통령 임기 동안 국회에서 자야할 일이 많을 것 같다는 ‘직감’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름 시중에서 유통되는 침낭 중에 중상급에 해당하는 든든한 침낭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뭐 쓸 일이 있겠나 싶었지만, 왠지 쓸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자꾸 들었기 때문입니다.

     


    직감은 틀리기 바랄수록 맞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어제 한나라당이 국민의 60% 이상이 반대하는 언론악법을 날치기 상정하려다 실패한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그들은 상정했다고 좋아하지만 내심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집권 1년 동안 보여줬던 무능도 모자라 날치기 상정도 제대로 못하는 웃지 못할 무능까지 보여준 해프닝에 불과합니다. 또 뭐 그들이 그렇게 우기니까 상정이 성공했다 하더라도 다음 절차를 밟기 위해서는 또다시 똑같은 상정을 문방위에서 해야 합니다.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면 아예 상임위(문방위)는 제치고 본회의 직권상정 시나리오를 짜놓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제 침낭은 문방위에서 다시 본회의장으로 옮겨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상정’은 법을 만드는 여러 절차 중의 하나의 과정입니다. 법은 일단 만들어지면 사회 주체들의 행위를 규제하는 강제적 규범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만드는 절차 역시 적법해야 이를 따르는 사회 주체들에게 정당성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는 날치기 사례들이 국민적 비판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한나라당의 ‘상정 시도’는 국회법이 정한 적법한 절차를 깡그리 무시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법이 사회적 약속으로 효력을 갖기란 대단히 어렵고 이런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소모된 에너지는 낭비 그 자체가 되는 것입니다.

     


    그럼 한나라당의 날치기 상정 미수사건의 전모를 살펴 보겠습니다.

     


    첫째, 고흥길 위원장은 국회법 제77조를 들먹입니다. 의사일정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국회법 77조를 어기고 있는 것은 고흥길 자신이었습니다. 77조에 의하면 위원장이 의사일정을 변경하거나 안건추가를 하기 위해서는 여야 간사와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의사일정 변경을 위한 어떤 협의도 없이 바로 그 자리에서 단독으로 의사일정변경을 시도하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고흥길 의원이 들먹인 국회법 77조는 고흥길 위원장식의 야비한 운영을 막기 위한 장치인 것입니다.

     


    둘째, 국회법 제81조에 의하면 법안을 상정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인쇄하여 의원에게 배부하여야 함에도 ‘미디어법 등 22개 법안’은 사전에 전혀 배부되지 않았습니다. 고위원장은 다급한 목소리로 “행정실, 의안 전부 배부하세요.”라고 했지만, 1~2초 정도 찰나의 순간에 28명에게 의안을 돌리는 것은 슈퍼맨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셋째, 고위원장은 대한민국에 있지도 않은 유령 법안을 거명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법률이 수백 개가 넘지만 「미디어법」이라는 법명을 가진 법은 없습니다. 아마 딴 나라 법을 지칭했나 봅니다. 참 딴 나라당 다운 작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고흥길위원장 “자~ 미디어법 등 22개 법안 에에에...”

     


    넷째, ‘상정합니다’라는 동사를 말하지 못해..도대체 뭘 하겠다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었습니다. 당시 회의장에는 수십 대의 언론사 카메라가 열띤 취재를 벌였으며, 국회 자체 영상회의록도 가동중이었지만, 현재까지 “상정”한다는 말이 기록된 것은 밝혀진 것이 없고 그저 안쓰러운 “에에에...”라는 말만 들릴 뿐입니다.

     


    한마디로 무능한 실력에 연습까지 부족한 함량 미달의 미수에 그친 날치기 시도였습니다. 이런 무리한 시도로 1월 6일 여야 합의와 최소한의 신의는 휴지 조각이 되어버렸고, 언론노조의 대규모 파업과 국민적 공분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져 주식이 고꾸라지고 환율과 물가는 급등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재벌과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으로 서민경제는 내팽겨쳐진 지난 1년이었습니다. 실업자와 비정규직, 중소기업 부도율, 가계부채 증가로 사회적 불만은 폭발 직전까지 와있습니다. 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국민의 60% 이상이 반대하는 언론장악 법안 날치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한나라당은 정말이지 구제불능 정권이 아닐 수 없습니다. 2․25 문방위 날치기 상정 미수 사건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뉴스만을 만들어 내보내고 싶은 욕망에 눈이 멀어 국민과 서민경제는 팽개쳐버리는 한나라당의 본색을 드러낸 사건입니다.

     


    이제 곧 봄이 옵니다. 그러나 국회 야전은 계속 될 것 같습니다. 침낭보다 더 든든한 여러분만을 믿고 언론악법, MB악법을 반드시 저지해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