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s 현장의소리

    전병헌 2009. 5. 7. 10:53

    녹색성장은 무한질주가 허락된‘하이패스’인가?

    - 정책생태계를 해치는 정치 관료들의 아부와 과잉충성을 경계하라.

     


    신록의 계절에 녹색형 아부주의보가 필요한 것은 유감이다.

    정부부처는 물론 금융계, IT계, 여성계 등 온통  '녹색성장’계획을 경쟁하듯 내놓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녹색운동’을 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현 정부는 녹색운동에 사실상 올인 하고 있다.

     

    여론의 역풍을 맞아 좌초위기에 처했던 한반도대운하를 녹색성장 전략의 핵심사업인 '4대강 살리기’사업으로 위장했다는 의혹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그만큼 녹색성장이라는 말이 이 정권에서 얼마나 정직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는 국민이 많아졌다.

     

    사실 녹색성장이라는 것은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국제적 약속에서 출발한다. 환경과 경제발전이 상호 시너지를 일으키는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취지이다. 그동안 성장만능주의와 반환경 개발주의에 매몰되었던 이명박 정부가 이제라도 녹색성장을 국정의 제1과제로 채택한 것은 어찌 보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정작 에너지 자원과 환경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여 정책 효과의 비전을 제시하기 보다는 국정 전 분야를 녹색의 저인망으로 훑어 복지와 성장이 선순환 하는 정책 생태계를 고갈시켜 간다는 느낌이다. 정부부처 내에서는 추진사업에 '녹색’이나 '그린’이라는 문구가 있어야 예산 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그러다 보니 녹색성장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업에 참 뜬금없게도 '녹색’의 깃발이 휘날리는 것을 보게 된다. 이제 녹색성장은 이명박 정권 하에선 별도의 검표가 필요 없는 무한질주의 '하이패스’가 된 느낌이다.


    녹색성장? 좋다. 문제는 지나치다는 점이다. 저탄소 청정에너지와 경제발전의 선순환,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러나 대규모 토목공사 외에는 이렇다 할 국가비전을 갖지 못했던 이명박 정부가 "이거로구나"하고 쾌재를 불렀을 법한 녹색성장이 원래의 목표와 취지는 보다는 국정 전반에 바이어스(bias)를 주는 돌에 낀 녹색 이끼 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런 편향과 돌출의 배후에는 일부 정치 관료들의 아부와 과잉충성이 있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아부와 과잉충성은 국가사업을 온통 녹색으로 도배질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과잉충성이 대통령에 향한 정직한 보좌를 어지럽히고 국정의 중심을 흔들 기미마저 보이고 있다.

     

    '녹색성장’이라는 하이패스를 장착하고 국회나 시민사회의 검증과 견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속질주를 하겠다는 발상은 국회 무시, 국민 경시의 오만과 횡포로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지켜본 경험으로는 일부 정치 관료들의 과잉 충성과 아부는 대통령의 국정안정성을 해치는 중대한 장애물이다. 이들은 대통령의 국정방향이 11시 방향이면 9시로 좌편향 시키고, 1시 방향이면 3시 방향으로 우편향 시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저해한다. 외교부가 북한의 위성발사 시도에 극단적인 남북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 뻔한 PSI로 대응하겠다는 발상 역시 우편향적 과잉충성의 사례이다. 유명환 외교부장관의 야당의원 비하발언과 국회경시 발언도 그 연장선이다.

    일반적으로 외교부는 온건타협주의 성향이 세계적 공통현상임에도 우리 외통부는 통일부나 국방부보다 앞장 서 대북강경노선을 밀어대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의 여의도 혐오 분위기에 편승하여 대놓고 막말을 해대는 장관들이 속출하는 것도 동색(同色)의 문제이다.


    녹색성장, 말도 의미도 좋다. 그러나 지금 정부안에서는 녹색이라는 단어를 일부과잉충성 관료들의 아부의 포장지로 쓰여지고 있는 것이다. 내용 있는 정책인지 아부의 포장지인지를 구별해내는 대통령의 안목이 녹색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안에서 녹색이라는 수식어는 과유불급의 경계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느낌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건강한 민주주의적 가치를 저해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정치 관료들의 입지를 강화하는 위장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모두가 경계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