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s 현장의소리

    전병헌 2009. 8. 21. 00:52

    세계의 거인, 누워계신 마지막 모습조차도 위엄과 경외에 전율

    - 영원한 청년 김대중, 행동하는 양심으로 부활 하소서 -



    8월 20일 오후. 국장을 치르기 위해 고 김대중 대통령님의 시신을 국회로 안치했습니다. 국회로 모시기 전, 김대중 대통령님과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드렸습니다. 이희호 여사님을 비롯하여 아들, 손주들이 모여 경건한 분위기에서 입관 미사를 드리는 자리였습니다. 당신의 서거를 누구보다 담담하게 받아들이셨던 이희호 여사님의 어깨도 끝내 흐느낌에 흔들리셨습니다. 어둠의 시대를 함께 헤쳐 왔던 동지이자 평생의 반려자였던 당신께 이제는 들려줄 수 없는 마지막 편지가 낭독될  때에는 그 자리에 함께한 모두는 비통함과 슬픔에 흐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영면에 임하기 위해 누워계시는 모습조차도 저에게 무거운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지난달 13일부터 돌아가시기까지 35일간을 중환자실에서 죽음과 사투를 벌인 분의 표정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얼굴에는 평온함과 강건함이 넘쳤습니다. 그 평온하신 표정에는 과연 한국 현대사의 거인다운 위엄과 경외가 거침없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입관식, 김대중 전대통령과 흐느끼는 이희호 여사. ⓒ=민주당, 민주TV]

     

    김대중 대통령은 아주 특별한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나무로 치면 거목(巨木)이요, 별로 치면 거성(巨星)이라 하였나 봅니다. ‘하인과 아내에게 영웅은 없다’란 서양 속담이 있습니다. 아무리 영웅이라 해도 가까운 사람들에겐 자신의 인간적인 허물을 그대로 보여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생겨난 말입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을 곁에서 모셔본 저로서는 이런 속설이 고인에겐 예외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립니다. 가까이 모셨거나 함께 지냈던 분들은 그 인간적 깊이와 넓이에 존경심을 넘어 경외심을 갖게 됩니다. 반면 대통령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음해와 독설의 세치 혀를 쉽게 내돌립니다. 일생의 대부분을 고난의 정치인으로 살아오셨기에 어쩌면 당연하다 싶기도 하지만, 이제 영면에 드신 모습을 보면서 그 진짜 모습을 국민께 다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사무치도록 아쉽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럼에도 좁은 한국에서 한 발 떨어져 보는 세계는 김대중 대통령을 세계적 인물로 꼽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서거에 대한 외신의 태도와 보도내용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공동의 과제이자 이슈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분야에 대한 세계 각국의 평가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감정에 얽매인 국지적 편협함을 넘어서게 됩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삶은 곧 민주주의 쟁취 투쟁이었고, 인권 옹호의 희생이었으며, 평화를 만들기 위한 헌신이었습니다. 그렇기에 한 순간의 반짝이는 공적으로는 도저히 근접할 수 없는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입니다.


    대통령께서 마지막 입원을 하셨을 때 여러 차례 병문안을 했습니다. 언론악법이 통과된 날로부터 시작된 언론악법 무효 투쟁으로 숨쉴 틈 없는 나날들을 보냈어도 마음 한 켠은 늘 그곳을 향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병문안을 갈 때마다 위로를 드리기는커녕 두 분으로부터 더 커다란 위로와 응원을 받아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부부께서는 정신적 강건함으로 오히려 찾아오는 분들의 마음을 하나하나 헤아리고 용기를 베풀어 주셨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병문안을 갈 때마다 따뜻한 웃음과 꼭 잡은 손으로 힘을 내라던 이 여사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미 하나님의 뜻에 맡기신 듯한 그 모습은 사후에도 함께 할 것이라는 확신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편안함 그 자체였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동교동 자택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적 강건함은 죽음과의 사투가 벌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그라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둘째 아들 김홍업 전의원(사석에서는 늘 형님이라 부릅니다.)이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의료진도 포기했던 고비의 순간마다 김홍업 전의원이 아버지의 손을 꼭 붙들며 간절하게 ‘아버지, 예수님 꼭 붙드세요.’ 했답니다. 그러면 주무시는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께서 끊어질 듯 이어지는 주의를 하나로 집중시켜 ‘알았다’는 무언의 응답을 하여 새삼 놀랬다고 합니다. 과연 죽을 고비를 숱하게 넘기신 분답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지난주에 생환 36주년 기념미사가 있었습니다. 박정희 정권시절 중앙정보부 요원들에게 납치되어 일본의 한 호텔에서 토막살해 고비를 넘기고, 다시 현해탄에서 수장될 처지에 놓였었습니다. 거의 실신한 가운데에서도 ‘예수님 살려주세요’라고 마지막 절규를 하자 예수의 모습이 언뜻 보이더니 어느새 박정희 정권의 살해 음모를 막으려던 미군 헬기가 나타나 기적같이 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일화가 떠올랐습니다.


    대통령과 둘째 아들의 말이 필요 없는 대화는 계속 되었습니다. 김영삼 전대통령이 병문안을 다녀간 후, 김홍업 전의원이 ‘아버지는 비록 누워계셔도 우리 사회의 갈등과 아픔을 많이 치유하고 계십니다.’라고 하자, 대통령께서 손을 꼭 잡았다고 합니다. 또한, 빌 클린턴 전대통령의 방북을 보고받고는 매우 안도하는 표정을 보이셨다고 합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김대중 대통령의 모든 연설에는 늘 이 문구가 앞에 섭니다. 그런데 이 문구의 원조는 이희호 여사에게 보낸 편지의 서두였다고 합니다. 부부이면서 동시에 시대와 역사가 맺어준 동지였기에 존경과 사랑은 한결같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처음 연을 맺은 이후 부부의 이름이 나란히 걸린 동교동 자택의 문패는 두 분의 예사롭지 않음을 세상에 보여주었습니다. 천주교와 개신교로 종교도 사뭇 달랐지만, 두 분의 신실한 신앙심 앞에서는 인간이 만든 종교의 벽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거목으로서의 진정한 면모는 지난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특별강연회에서도 나타났습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며 “모두가 양심을 갖고 있다면 이 땅에 독재가 다시 일어나겠느냐” 진정 온 힘을 다해 위축되어 있는 시대의 양심들을 일깨웠습니다.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암울한 시대에 대한 통렬한 비판도 놀라웠지만, 더욱 놀란 것은 팔십을 훌쩍 넘긴 노인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열정과 패기로 좌중을 압도한 것입니다. 팔십여 년 평생을 정열적으로 에너지를 쏟아내고 다시 재충전하는 스스로만의 훈련을 통해 마지막 순간까지 늘 스물여덟의 정신과 열정을 갖추셨던 것 같습니다.


    석 달 만에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을 모두 떠나보내게 되었습니다. 비통하고 참담함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이제 이 두 분의 ‘유지’를 우리가 어떻게 계승해야 하는지 진지한 논의와 행동이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일부 보수세력들은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일말의 성찰도 반성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기대도 하지 않지만 오히려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에 무임승차하여 ‘자기반성 없는 화합’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무조건 화합’이라는 공허한 구호에 좌고우면할 여유가 없습니다. 이제야말로 우리는 거꾸로 돌아간 세상을 다시 앞으로 전진시키는 ‘행동하는 양심’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서로를 더욱 격려하고 보듬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영원한 청년 김대중’이 우리에게 마지막 숨까지 보여준 ‘행동하는 양심’이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 우울하고 암울한 시대에 ‘행동하는 양심’이 되는 순간, ‘청년 김대중’은 우리들 가슴 속에 새로운 생명으로 부활할 것입니다.




    2009년 8월 21일

    국회의원 전병헌

    노전대통령의 검찰조사는 우리모두에게 불행이라며 걱정하셨다는 말씀처럼.
    노전대통령의 죽음이 김대중 전대통령님의 죽음까지 앞당겨 버리는 현실을
    우리는 지금 보고 있습니다.
    이현실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우리 국민들입니다.
    뼈를 깍는 반성이 있어야 될 것입니다.
    우매한 국민이 정치라는 것을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지금 국민들이 치루고 있는 댓가는 실로 너무 엄청난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 했습니다.
    민주주의 뿌리가 굳건하게 설때까지. 다시는 실수를 되풀이 하지않도록
    눈과 귀를 열어놓고 지금의 현상을 기억하도록 합시다.
    우리는 너무도 큰 스승님을 일찍 보내드렸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좋은말씀 감사드려요...
    언제나 반복되는 중상모략 왜 죽어서만 그분의 업적을 평가하는지 참 애석합니다. 우리모두 대성통곡하며 님을 보냅니다. 의원님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오현철 님// 저 역시 현철님의 댓글에 깊이 공감합니다. 특히 이번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통해 더더욱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족벌신문과 대기업에게 '보도'를 허용해서는 안됩니다. 그동안 족벌신문이 생전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에대해 중상과 모략을 일삼은 것들을 떠올렸을때 가슴으로 뜨거운 눈물이 흘렀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색깔과 지역논리로 힐난하고 모략했는지, 그들이 만드는 9시뉴스. '보도'의 핵심은 공정성 입니다. 공공재인만큼 공정한 보도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신문사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소유이고, 자사와 개인의 이익에따라 신문의 논조가 결정됩니다. 그러나 적어도 공공재인 지상파 방송에서 개인이나 기업의 이익을 위한 논조가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생각합니다.
    정말 3개월만에 훌륭하신 두 대통령을 잃었다니..눈물이 나네요.2009년 너무도 한스런 해입니다. 두 분 모두 예수님 곁에서 편히 쉬시기를 기도합니다.
    한 방울의 눈물이 대통령님의 영전앞에 떨꾼들 살아온 역경과 고통을 혼자서 감내하며 국민을사랑하고 나라를 걱정하신 대통령님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드릴 것 이 없어서 눈물 받침니다 이제는 하나님의 집에 편히 쉬시기를 기도합니다
    존경했던 두분 대통령님의 명복을 빕니다.
    뭉클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빈 자리가 너무 허전하네요,.
    가장 좋아하는 운동도 할수없이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대통령님이 계셨기에 든든하고 편했습니다. 예수님처럼 사랑과 섬김과 용서와 배려하신 생전의 삶이 정말 멋있습니다. 천국에서 편히 행복하소서. 아멘
    담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