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論評

    전병헌 2012. 7. 19. 20:04

    (*본 글은 서울경제신문에 매주 연재중인 칼럼입니다.)

     

     

     

    "'추적자(The Chaser)'별 다섯. 평점 10점, 말이 필요 없음..."

    직장인의 퇴근길을 재촉했다던 TV드라마 '추적자'가 마침내 끝났다. 톱스타 없이 연기력만으로 승부를 건 명품 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줬다고 찬사가 쏟아지는 것 같다.

    '추적자'를 보기 시작한 것은 장안의 화제가 되고 난 뒤였다. 사실 필자는 주로 다큐멘터리를 본다. 그런데 한 달여 전, 다큐멘터리 PD들과의 저녁자리에서 의외로 TV드라마 얘기가 나왔다. 그들은 요즘 드라마가 대세라면서 특히 정치를 하는 입장에서는 드라마 한두 개 정도는 꼭 봐야 한다는 충고를 해줬다. 우선 봐야 할 드라마로 추천한 게 '추적자'였다.

    시간을 내서 '추적자'초반부의 녹화분을 가족들과 함께 봤는데 정치인을 가장으로 둬 정치권을 조금은 아는 우리 가족에게는 드라마의 현실이 지나치게 리얼리티가 너무 떨어진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래도 꼬박꼬박 보다 보니 어느새 이 드라마에 빠져들게 됐다.

    특히 마지막 두 회에서 거대 권력과 맞서 싸워온 서민의 대변자 백홍석이 거대권력 강동윤에게 완벽하게 승리를 하는 장면은 통쾌하고도 감동적이었다.

    정치권에 있는 사람으로 '추적자'에서 그려진 정치권 모습에 엄청난 괴리감을 느꼈지만 오히려 많은 시청자들은 이 같은 묘사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모습에 전율을 느낄 정도였다는 평가가 대세인 것 같다.

    이것은 필자가 아직 권력의 실체적 모습을 덜 알고 있거나 시청자들이 권력의 모습을 현실보다 훨씬 추악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인데 어느 것이 진실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찌 됐든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들이 권력 앞에 정의가 힘을 잃는 모습에 그토록 많은 공감을 했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이것은 우리 사회가 마이클 샌델 교수('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에게 각별한 열광을 했던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사회에서 권력과 정의는 늘 대치할 수밖에 없는 숙명적인 관계일지도 모르겠다. '정의로운 권력은 불가능한 것인가'라는 의문도 던져보게 된다.

    "정치란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거지."

    강동윤이 내뱉은 명대사다. 그 말 그대로라면 '좋은 정치란,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정의로운 권력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