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백신의 위탁생산 경쟁(1) - 생산시설 부족이 국내 바이오업계엔 기회

댓글 0

에따 러시아

2021. 8. 15.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 '스푸트니크V'를 일찌감치 사용 승인한 남미 국가들은 주문한 백신이 제 때 공급되지 않는다며 난리다. 백신 부족은 이제 화이자나 모더나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특히 전세계 60여개 국가를 상대로 '스푸트니크V' 마케팅을 해온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는 생산 시설의 절대 부족을 실감하고 있다.

때맞춰 '스푸트니크V' 백신 대표단이 한국에 들어와 국내 백신 생산 시설을 돌아봤다. 국내엔 한국코러스 주도의 컨소시엄이 이미 시험생산을 끝내고 상업 생산을 앞두고 있고,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은 러시아로부터 기술이전을 기다리고 있다. 두 컨소시엄의 신경전은 치열하다. '스푸트니크V' 위탁생산을 둘러싼 국내 바이오 업계의 막전막후를 시리즈로 내보낸다. (편집자 주)


1) '스푸트니크V' 생산시설 부족은 국내 바이오 업계에 희소식

러시아가 미국 주도의 다국적 제약회사에 맞서 전세계를 상대로 마케팅을 벌인 '스푸트니크V' 백신이 이제는 생산량 부족이라는 큰 벽에 부딪혔다. '백신 (확보)전쟁' 와중에 남미 일부 국가로부터 선수금까지 받아챙긴 RDIF는 공급 계약 날짜를 지키지 못하면서 궁지로 몰렸다. 아르헨티나와 과테말라 등 일부 주문 국가들은 계약 취소및 폐기, 수정 등을 요구하는 등 강경한 자세다.


스푸트니크V 백신 수출 선적 모습/현지 TV 러시아-1 캡처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 시설/현지 두마TV 캡처

 


RDIF는 이달 중 공급 부족 물량을 대다수 해소하고, 내달에는 생산 물량이 2배로 늘어날 것이라며 보채는 국가들을 달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RDIF는 한국과 인도 등지에서 빠른 시일내에 백신 위탁생산이 가능한 바이오제약 업체를 집중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RDIF 주도의 '스푸트니크V' 기술진이 지난 6일 한국에 와 국내 시설을 돌아봤다. 이들의 행적은 일부만 알려졌을 뿐, 대부분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바이러시아 취재를 종합하면, 러시아 대표단의 구체적인 방한 성과는 아직까지 그리 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스푸트니크V' 백신의 부족 현상은 근본적으로 러시아 자체의 생산량이 당초 기대에 못미치는 데다 해외 위탁업체도 아직 상업생산에 들어가지 못한 탓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생산 물량을 러시아 국내 수요에 우선 충당하다 보니, 해외 수출 물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해진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현재 전 세계 69개국에서 사용이 승인된 상태다. 국가당 수요 물량을 1천500만 도즈(1회 접종분, 750만명 접종 가능)로 계산해도, 10억 도즈 이상의 수출 물량이 필요하다. 해외생산및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RDIF는 올해에만 16억 도즈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달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물량이 러시아내 생산 계약까지 포함하는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


코메르산트,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 물량 1위는 '팜스탄다르트'사 /얀덱스 캡처

 


현지 유력경제지 코메르산트는 지난 6일 '스푸트니크V' 백신의 생산및 구매에 관한 분석 기사를 실었다. '스푸트니크V' 백신을 개발한 '가말레야 센터'가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9,020만 도즈, 약 950억 루블(약 1조4,250억원)에 이르는 생산 계약 11건을 체결하고, 이중 570억 루블(약 8,550억원)에 해당하는 물량(약 6,000만 도즈)이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이 신문은 추정했다.

이 추정은 러시아 정부 조달 사이트에 올라온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따라서 이 물량에는 해외수출 물량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 백신의 생산, 공급, 수출 계약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전세계 어디서든 모두 대외비다. 어느 쪽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언론은 공개, 비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할 뿐이다.


스푸트니크V 백신(생산)에 관한 코메르산트의 6일자 웹페이지. '주요 백신 생산에 성공한 업체는?'이란 제목을 달았다/캡처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 조달 백신의 60%가 현지 제약사 '팜스탄다르트'(Фармстандарт)에 의해 공급됐다. 이 업체와 경쟁하는 대형제약사 '알팜'(Р-Фарм)사는 백신 출시 발표와는 달리, 지금까지 백신 생산에 들어가지 않았다. 알팜사의 생산 지연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없다. 생산 우선 순위에서 밀린 것은 분명히 아닐테니, 기술 이전이나 품질 검수, 공급가격 조정 등에 문제가 생겼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가말레야 센터' 측은 현재 러시아 바이오 제약사 6개 업체와 위탁생산 계약을 맺고, 자체 생산 시설 등 모두 7곳에서 '스푸트니크V' 생산을 진행중이다.


러시아 바이오제약 대기업 '팜스탄다르트' 홈페이지/캡처

 


러시아 의료감독기관인 '로스즈드라브나드조르'(Росздравнадзор, 연방건강감독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8개월 동안 약 3,000만 세트(6,000만 도즈)가 총 570억 루블에 시중에서 유통됐다고 코메르산트는 전했다. 이중 약 82%가 '팜스탄다르트'에서 공급됐고, 바이오제약사 레코(Лекко)와 게네리움(Генериум), 비오카드(Биокад), 비노팜(Биннофарм), '가말레야 센터' 자체 제조 시설이 2%~6%씩 담당했다는 것이다.

이 자료에도 대형제약사 '알팜'사는 빠져 있다. 일양약품이 '백혈병 치료제'인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 радотиниб)의 임상 3상을 러시아에서 진행한 현지 파트너가 바로 알팜사다.

코메르산트는 그러나, 모든 생산업체가 이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현지 제약 대기업인 '알팜'사가 '스푸트니크V' 백신 대량 생산에 본격 돌입하면 생산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초 335억 루블(약 5,025억원)에 달하는 백신 생산 계약이 체결됐다는 코메르산트의 보도는 알팜사 관련 건으로 추정된다. RDIF가 최근 '남미 국가 등에 대한 백신의 공급 문제가 8월 중에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RDIF가 '9월중에는 스푸트니크V 백신의 생산 물량이 2배 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한 것은, 아마도 한국과 인도 등지에서 추진 중인 위탁생산이 본격화하는 시점을 감안한 게 게 아닌가 싶다.


한국코러스가 러시아 '가말레야 센터'측으로부터 받은 품질 검수 확인서/사진 출처:한국코러스

 


국내에서 처음으로 '스푸트니크V'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한국코러스는 지난 5일 러시아 '가말레야 센터'로부터 '스푸트니크V' 백신 최종 테스트(품질 검수)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국코러스는 그동안 기술이전과 함께 시생산 → 밸리데이션(생산공정 확인) → 현지 검수 작업 등의 과정을 거쳐왔다. 한국코러스는 스푸트니크V(혹은 스푸트니크 라이트) 백신을 연 1억5,000만 도즈 위탁생산할 계획이다.

한국코러스 컨소시엄에 들어 있는 이수앱지스는 기술이전을 끝냈고, 또다른 제약사 제테마도 최근 기술이전에 관한 3자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측도 조만간 시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스푸트니크V 대표단과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 간 '킥 오프' 회의 모습/사진 출처: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러시아에서 등록된 2번째 백신 '에피박코로나'는 지금까지 약 1,200만 도즈(600만명 접종 분)이, 3번째 백신 '코비박'은 100만 도즈(50만명분)가 출시됐다고 코메르산트는 추정했다. '에피박코로나' 백신의 경우, 지난 7월부터 현지 제약사 게로팜(Герофарм)이 위탁생산에 들어갔으나, '코비박'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바이오제약사 '나놀렉'(Нанолек)은 아직도 생산 준비가 끝나지 않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코비박' 백신에 대한 국내 위탁생산 기대감은 크게 높아졌지만, 러시아 현지의 위탁생산 추진 상황을 감안하면, 해외 위탁생산은 아직 시기상조인 것으로 짐작된다.(바이러시아21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