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총선이후 - 외교안보의 핵심 라브로프 외무, 쇼이구 국방장관 물러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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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따 러시아

2021. 9. 21.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자 러시아의 외교와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17~19일 총선에서 집권여당 '통합러시아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러시아는 하원(국가두마)의 450석 중 절반(225석)을 정당 지지도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비례대표 정당명부제로 뽑는다.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통합러시아당의 지지가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낮으니, 라브로프 외무·쇼이구 국방의 총선 입후보는, 우리 식으로 하면 '총선 차출'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것도 푸틴 대통령이 직접 당에 천거했으니, '특별 차출'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사진출처:외무부 페이스북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일찌감치 라브로프 외무 · 쇼이구 국방을 비롯, 모스크바의 신종 코로나(COVID 19) 전문병원인 '코무나르카'의 데니스 프로첸코 병원장, 아동권리 옴부즈맨 안나 쿠즈네초바, 전러시아국민전선(Общероссийский народный фронт) 공동 의장 엘레나 슈멜레바 등 5명을 통합러시아당 측에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했다. 전러시아국민전선은 푸틴이 총리시절인 2011년 '모두 다함께 러시아를 전진시키자'며 만든 정치·사회 운동 조직이다.

사흘째로 접어든 이번 총선이 끝나면, 개표 결과가 나오고 라브로프 외무·쇼이구 국방장관이 하원의원에 당선될 경우, 러시아의 외교및 안보 축이 바뀔 것인가? 당연히 제기되는 의문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반반이다. 현지 언론에 등장한 정치전문가들의 의견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결국 인사권자(대통령)의 뜻에 달려 있다는 게 결론이지만, 논쟁의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푸틴 대통령, "라브로프, 쇼이구 장관을 국가두마(하원)으로 보내 유감"/현지 뉴스 통신 우라.RU 캡처

 


우선 푸틴 대통령은 이달 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본회의에서 "자신의 위치에서 일을 잘하고 있는 두 장관을 국가두마(하원)로 보내게 해 유감"이라면서도 "두 사람의 향후 거취는 본인들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원하면 (의회로) 보내주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정작 본인(라브로프 장관)은 언론의 질문에 "대통령은 간단히 얘기했지만, 그리 단순한 게 아니다"며 "먼저 선거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앞서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핵심을 피해 갔다.

총선 후 두 사람의 거취가 주목을 받는 것은 역시 푸틴 정권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지난 2004년 외무부 수장직에 올라 17년째 푸틴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전담해 왔다. 서방의 숱한 제재와 위기 국면을 무난히 헤쳐왔다는 평이다.


푸틴 대통령과 쇼이구 국방장관의 타이가 휴가를 보도한 현지 매체 rbc의 9월 7일자 웹페이지 캡처


푸틴 대통령과 쇼이구 장관이 시베리아 휴가 모습/사진출처:크렘린.ru

 


쇼이구 국방장관은 대통령과 휴가를 같이 보낼 정도로 가까운 측근 중의 측근이다. 최근에도 동방경제포럼에서 모스크바로 귀국하는 길에 시베리아 타이가 지역에서 대통령과 함께 휴가를 즐겼다. 두 사람의 시베리아 트래킹은 이미 수년간 계속돼 왔다.

외교·국방 두 장관의 교체는 앞으로 러시아 외교안보 체제의 틀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때 푸틴으로부터 대통령직(2008~2012년)을 물려받으며 총리와 대통령이라는 '쌍두마차' 체제를 이뤄온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지난해 1월 총리직에서 물러난 것과 비교할 만한 '권력 내부'의 변화이기도 하다. 특히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교체는, 그가 국제 외교 무대에서 차지해온 비중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의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의 거취는 현지에서는 지금까지도 설왕설래 중이다.
두 사람이 총선 후에도 현직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은 푸틴 대통령의 '총선용 차출' 의도에서 출발한다. 두 사람을 통합러시아당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한 것은 낮은 여당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카드라는 것이다.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브찌옴의 지지도 조사 결과/ 캡처

 


실제로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브찌옴의 9월 조사에 따르면, 라브로프, 쇼이구 장관은 '정당 지도자 신뢰도'에서 47%를 차지해 공산당(17%)과 러시아정의당(16%), 자유민주당(14%) 등 야당 지도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렸고, '정치인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도 각각 73%, 69%로 1,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자유민주당 대표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44%), 러시아 공산당 당수 겐나디 주가노프(41%) 등이 따랐다.

두 사람의 교체가 '필연적'이라고 보는 측은 그 이유로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 구상'을 든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푸틴 대통령이 정계개편을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로드 맵' 합의를 끝낸 벨라루스와의 '국가연합' 창설및 새 조직 구상도 염두에 둔 시나리오다.

정치학자이자 정치컨설턴트 예브게니 미첸코는 "두 장관이 나이나 직무에 대한 피로도 등을 생각하면, 가까운 장래에 그만둘 것"이라며 "단지 타이밍의 문제"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그저 하원의원직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교체는 분명히 있을 것". 라브로프, 쇼이구 장관의 가능한 후임자들도 거론/현지 매체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크렘린의 안전보장회의에서 주요 역할을 맡아 앞으로 벨라루스와의 '연합국가' 출범에 기여할 가능성이 우선 제기된다. 그의 후임에는 안톤 바이노 대통령 행정실장을 포함해 5명 안팎의 인사들이 물망에 오른다.

쇼이구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에 비해 훨씬 오래 전부터 군을 떠나고 싶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과 함께 트래킹을 즐긴 시베리아에 대한 애착을 보여왔고, 2012년에는 '시베리아 개발을 위한 법인(조직)'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최근 동방경제포럼에서 블라디보스토크의 위성도시(신도시) 건설 아이디어가 나오자 그 대안으로 '시베리아 과학및 산업 거점 신도시' 건설안을 제시한 국방장관이다. 극동 지역의 유리 트루트네프 부총리와 유사한 직책인 '시베리아 담당 전권대표(부총리)'로 발탁될 가능성이 그래서 제기된다. '국방장관이 왜 신도시 문제를?'이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풀리는 이유다.

그의 후임으로는 알렉세이 듀민 툴라주지사 등 5명 안팎의 후보자들이 거론된다.

정치학자겸 정치 분석가인 게오르기 페도로프는 "푸틴 대통령의 머리 속에는 늘 몇 가지 인사 복안이 있었다"며 "외교 안보 수장에는 가장 신뢰할 만한 사람들을 임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라브로프, 쇼이구 장관이 계속 장관직에 머무를 것이라는 옵션도 배제하지 않았다.


즈낙.com:나발니 지지자들, 라바로프 장관의 여친과 올리가르히 데리파스카와의 관계에 대해 폭로/얀덱스 캡처

 


다만, 라브로프 장관의 경우, 최근 돌발 변수가 등장했다. '반푸틴'의 아이콘 알렉세이 나발니가 만든 '반부패재단'측이 총선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라브로프 장관이 고위 공직자에 어울리지 않는 일들을 저질렀다고 폭로한 것이다.

일부 언론에만 보도된 이 스캔들은 '라브로프 장관과 가까운 여성 스베틀라나 폴랴코바가 지난 7년 동안 장관 전용기를 무려 60차례나 이용했고, 올리가르히 데리파스카 루살(세계최대 알루미늄 회사) 회장과 함께 얽혀 있다'는 내용이다. 폴랴코바는 외무부에서 어떤 직책도 맡지 않고 있다는 게 반부패재단 측의 주장이다. 장관이 자신의 전용기에 '여친'을 태워 세계를 돌아다녔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폴랴코바는 또 2014, 2015, 2017년 데리파스카 회장의 전용기를 타고 해외로 나갔으며, 데리파스카의 호화 요트에 장관과 함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반부패재단 측은 주장했다.

이에 대해 마리아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외국으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정보를 얻는 외국 대리인 조직에서 나온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