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우주여행 시대' - 억만장자 '괴짜'들의 도전과 러시아의 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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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따 러시아

2021. 9. 25.

이젠 본격적으로 우주여행의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세운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선 ‘크루 드래곤’은 지난 15일 민간인 4명을 태우고 우주로 떠나 사흘을 머문 뒤 18일 오후 7시 30분(현지 시간)쯤 미 플로리다주 인근 대서양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민간인에 의해, 민간인을 위한 우주여행을 놓고 그동안 경쟁해온 소위 '괴짜'들은 세계에서 내노라하는 억만장자 세 사람. 우주탐사 기업 '버진 갤럭틱'을 세운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과 '블루 오리진'의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그리고 일론 머스크 CEO였다. 브랜슨은 지난 7월 자신의 '버진 갤럭틱' 비행선을 타고 86㎞ 상공으로 날아 올랐고, 뒤이어 베이조스가 '블루 오리진'의 로켓에 탑승해 고도 100㎞ 의 ‘카르만 라인’을 올라선 뒤 각각 지구로 귀환했다.


스페이스X, 민간인 4명 탑승 우주선 첫 발사/얀덱스 캡처


머스크 CEO, '크루 드래곤' 우주선 탑승 민간인들 기분 좋은 상태서 궤도 비행중 밝혀/얀덱스 캡처

 


‘크루 드래곤’은 경쟁자들에 비해 2개월 가량 늦었지만, 그 질은 전혀 다르다는 평이다. 무엇보다 인류 최초로 모두 일반 민간인으로 성사된 첫 우주여행이다. 2개월 앞선 '버진 갤럭틱'과 '블루오리진'에는 전문 우주비행사가 탑승했다.

또 지구에서 가장 먼 우주 공간으로 여행을 떠났다. 지금까지 우주 여행의 목적지였던 국제우주정거장(ISS)이 돌고 있는 고도 420㎞를 넘어, 지구를 내려다 보는 허블 우주망원경이 설치된 고도 540㎞보다도 더 높은 575㎞ 상공까지 올라갔다.

이에 반해 '버진 갤럭틱' 비행선은 고도 86㎞, 9일 뒤 쏘아 올려진 '블루 오리진' 우주선은 106㎞ 상공으로 비행한 데 불과했다. 그것도 불과 몇 분 동안 중력이 거의 없는 ‘극미중력(microgravity)’ 상태를 체험하는 저궤도 비행이어서, 진정한 우주여행과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도 없지 않았다.

 

 

 

 


첫 우주여행 '버진 갤럭틱' 비행선의 모습과 탑승객들/사진출처:SNS(유튜브와 트위터)

 


우주 체류 시간도 사흘 가까이 됐다. '버진 갤럭틱'과 '블루 오리진'의 우주선이 우주에 머무른 시간이 고작 10여 분에 그친 것과 비교된다. 우주 공간을 '나갔다 왔다'는 의미 정도였는데, '크루 드래곤'은 사흘 만에 돌아왔으니, 본격적인 우주여행의 시대를 열었다고 할 만하다.

가장 큰 차이는 역시 탑승자 면면이다. 전문 우주비행사를 아예 빼고, 민간인 4명으로 팀을 구성해 우주를 여행하고 온 것이다. 우주여행의 팀장을 맡은 사람은 신용카드 결제 처리업체 ‘시프트4 페이먼트’ (Shift4Paymants) 창업주이자 억만장자인 제러드 아이잭먼(38)이다.

그는 '스페이스X'측에 거액(추정 약 2억달러, 2천300억원)을 내고 '크루 드래곤' 우주선의 좌석 네개를 통째로 사서 미 세인트 주드 아동전문병원의 간호사 헤일리 아르세노(29), 애리조나 대학 교수 시안 프록터(51), 록히드 마틴사의 엔지니어 크리스 셈브로스키(41) 등 3명에게 우주여행을 선물했다. 모두 첫 우주여행의 선물을 받을 만한 명분과 자격, 스토리를 갖춘 인물들이다. 우주여행 기획자 아이잭먼이 자신들이 탈 '크루 드래곤' 우주선을 '인스피레이션4'(영감, inspiration4)로, 4개의 좌석에 각각 리더십, 희망, 관용, 번영이란 이름을 붙인 이유다.

 


발사를 앞두고 있는 '크루 드래곤'/사진출처:트위터

 


우선 아이잭먼은 22세에 신용카드 결제업체를 창업, 각고의 노력 끝에 연간 2,000억 달러의 소매 결제를 처리하는 ‘시프트4 페이먼트’로 키워냈다. 그는 지난 2004년 '일상(의 나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항공기 조종사에 도전했고, 나아가 미 공군 조종사들의 비행 훈련 등 다양한 항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드라켄 인터내셔널'(Draken International)을 세웠다. 그는 '인스피레이션4'의 '리더쉽' 좌석에 앉았다.

'희망' 좌석은 20대의 아동병원 간호사 헤일리 아르세노의 몫이었다. 어릴 적 골수암을 앓아 한쪽 다리를 잘라냈지만, 그녀는 자신을 치료해준 세인트 주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어린이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그녀는 의족을 한 불편함을 무릎쓰고 우주 여행에 기꺼이 도전했고, 결국 미국에서 가장 어린 여성 우주인이란 명예도 거머쥐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가장 어린 여성 우주비행사는 지난 1983년, 32세에 우주선을 탄 샐리 라이트였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항공과 우주 분야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유일한 탑승자다.

 


스페이스X의 우주선 '인스피레이션4' 탑승객 4명의 우주여행 모습들. 버진 캘럭틱과는 전체 분위기가 다르다./사진출처:트위터

 


반면,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의 엔지니어인 크리스 셈브로스키(42)는 미 우주항공국(NASA) 산하 우주체험시설 '스페이스 캠프'에서 우주 왕복선과 관련된 업무를 맡았을 정도로, 대학생 시절부터 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2000년대 중반에는 공군으로 이라크전에 참전하기도 했다.

행운도 따랐다. 셈브로스키는 세인트 주드 병원 모금 활동에 참여했다가 추첨에 의해 우주여행 대상자로 뽑힌 친구가 공군 참전용사인 그에게 그 기회를 양보하는 바람에 '관용'석에 앉는 행운을 차지했다. 록히드 마틴에서 항공 데이터 분석과 프로그래밍, AI신경망 알고리즘 분야의 일을 맡고 있다.

마지막 탑승자는 지질학 교수인 시안 프록터(51)다. 그녀는 지난 2009년 NASA의 우주비행사 최종 후보에 올랐던 인물. DNA도 우주여행과의 인연도 깊다. 아버지가 미국의 '아폴로' 프로그램에 참여한 NASA 과학자였고, 그녀는 우주여행을 꿈꾸며 '화성용 음식'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특히 우주를 테마로 프린트한 티셔츠와 컵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상점 'MySpace2Inspire'를 통해 우주 여행 티켓을 얻었다.

'우주 괴짜'들에 의해 기획된 우주여행은 일단 막을 내렸지만, 기존의 루트를 이용한 민간인의 우주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 러시아는 ISS를 찾는 민간 우주비행을 연말까지 2차례나 추진하고 있다. 내달에는 우주영화 '도전'을 찍기 위해 러시아 영화 감독 클림 시펜코와 주연 여배우 율리아 페레실드를 태운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가 ISS로 떠난다. 이들은 ISS에서 처음으로 영화를 찍는 기록을 세계 영화사에 남긴다.

이어 12월에는 일본의 온라인 쇼핑몰 조조(ZOZO) 창업자인 마에자와 유사쿠(45)와 그의 촬영 보조가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호를 타고 ISS를 향해 지구를 떠난다. 일본인으로서는 첫번째 우주 관광객이다. 그의 우주관광은 12일 동안 이루어진다.